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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 되겠다는 홍준표

'맞짱' 뜬다더니 '막말' 일삼는다

하민지 2017년 04월 06일

大 '스트롱맨' 시대, '스트롱맨'으로 대항?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누리꾼 사이에선 사진이 한 장 돌아다녔다. 6자회담 시 회담 테이블에 참석할 각국 지도자들을 모아놓은 사진이다. 위측 중앙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조선노동당 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느와르 영화를 방불케 한다. 사진 중간에 무언가 폭발하는 것 같은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image 스트롱맨이 지배중인 동북아시아 정세. 박-최 자리에 홍준표가 들어간다면?

이처럼 지금 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강력한 지도자들이 집권한 大 '스트롱맨' 시대다. '스트롱맨'을 사전에 검색하면 '독재자'라고 나온다. 현실의 국제 정치에서는 '독재자'보다 '철권 외교를 행하는 강한 통치자'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물론 위 사진의 6명 중에는 '독재자'로 해석하는 게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런 스트롱맨들에게 "맞짱(일대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변 국가들의 '마초맨' 지도자들에 대항하려면 우리나라 대통령도 힘이 세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롱맨에 대항하기 위해 스트롱맨이 되는 것, 최선일까.

두려움을 이용하는 '공포정치'

일단 우리나라 주변 국가들이 보여주는 스트롱맨의 정치 양태를 살펴보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트롱맨들이 '일반적으로 불안감, 두려움, 좌절감을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스트롱맨들은 국가가 위기 상황임을 역설하며 국민에게 공포심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자신이 그 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민족주의는 옵션이다. 이미 공포심이 주입된 국민은 위기를 해결하고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이에게 지지를 보내게 된다.

image 사진=tiburi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반(反)이민 정책을 펼쳤다. 난민의 입국을 120일 동안 금지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이민자들이 미국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멕시코 이민자들이 마약 범죄를 저지르고 강간을 일삼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미국우선주의를 펼쳤다.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년부터 20년 넘게 다바오 시장으로 역임하면서 천 여 명에 이르는 범죄자를 재판 없이 처형했다.

image 사진=AP Images

그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범죄를 근절해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범죄자를 "기꺼이 학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마약사범을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하는 '자경단'을 조직했다. 약 7개월 동안 처형된 마약사범은 현재 7,000여 명이 넘는다.

트럼프와 두테르테의 공포정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MBC 스페셜 '리더의 조건'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의 85%가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하지만 그들 중 78%는 자신이 다음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또 미국에서 멕시코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데 4조 6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동시에 내년 미국의 보건·의료분야 예산은 16.2% 삭감됐다. 결국 공포정치는 또 다른 공포와 경제적 낭비를 낳았다.

자유 무시하고 폭력 일삼아

앞서 언급한 FT 기사에서 '스트롱맨들은 자유를 무시하며 국가 부흥을 이끌겠다 약속하고, 이 약속은 불법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스트롱맨이 국가를 위해 행하겠다는 강한 약속들이 결국은 폭력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6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공직자 숙청에 나섰지만 정작 숙청된건 '파리(하위관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호랑이(고위관료)'는 한 명 뿐이었다. '호랑이'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다. 저우융캉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이었다. 시 주석은 저우융캉과 그의 잔존세력을 차례로 숙청하며 장 전 주석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일화가 미화됐다. 중국에서는 "시다다('시 아저씨'. '시진핑'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 같은 사람에게 시집 가요. 그는 단호하고 일에 진지하죠. 파리든 호랑이든 모두 때려잡아 도망 못 가게 해요(要嫁就嫁習大大這樣的人 雷厲風行做事樣樣認真 管它蒼蠅老虎牛鬼蛇神 也通通拍倒 決不放任)" 라는 노래가 유행 중이다. 또 중국 관영 걸그룹 56둬화(56개 꽃송이. '56'은 중국의 56개 민족을 뜻함.)는 "시 주석, 대단합니다"라는 가사로 시 주석의 찬양가를 불렀다. 이런 일들로 인해 중국 내 시 주석 숭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

image 사진=KBS1 영상 갈무리

푸틴은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키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 4일, 미국·유럽 등 서방이 지지하는 반군 지역에 맹독성 신경가스가 살포돼, 어린이 포함 최소 70여 명이 사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5일, 아사드 정권의 정부군과 러시아가 이번 화학무기 공격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총리 임기를 연장하며 전쟁 가능한 일본을 꿈꾸고 있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 달 도쿄 전당대회에서 당규를 개정했다. 현행 6년인 총재 임기가 9년으로 늘어났다. 아베 총리가 만약 내년 9월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2021년 9월까지 총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자민당이 총선에서 이길 경우 아베의 총리 인생까지 연장된다. 일본에서는 관례상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를 맡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베 총리는 지난 1년간 전쟁금지 조항을 담고 있는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스트롱맨들의 정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좋지 않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지난 2월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스트롱맨들의 '분열을 일으키는 공포 조장이 세계정세에 하나의 위험한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FT도 스트롱맨들이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세계 정세를 불안케 한다고 봤다.

홍준표는 스트롱맨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홍 후보가 강조하는 '스트롱맨' 리더십이 무엇인지 살펴 봤다. 다시 홍 후보 이야기로 돌아오자. 홍 후보는 스트롱맨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을 갖췄을까. 일단 막말은 트럼프 대통령을 닮았다. 그래서 별명도 '홍트럼프', '홍럼프'다. 경남지사 취임 초기, 비판 여론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말하며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최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는 "인터넷을 찾아보라"고 하면서 반말과 삿대질을 해, 강성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사형집행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홍 후보는 흉악범이 횡행하고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게 2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국방 공약에서도 스트롱맨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홍 후보의 주요 국방공약은 '해병특수전사령부'를 신설하고 군을 '4군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시 방어 위주에서 공세 위주로 국방 정책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기존의 무기와 전력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든다고 해서, 없던 전략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군대를 정상적으로 다녀'온 사람이라면 '황당하게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image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 스트롱맨이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인권에 관심이 없거나 막말을 일삼는 모습이 주변 스트롱맨들과 닮았다. 그러나 홍 후보가 지금까지 내놓은 국방 공약으로 볼 때, 주변 스트롱맨들과 '맞짱'까지 뜰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동북아의 힘센 지도자들 사이에서, 한국은 거의 질식 상태다. 현명한 방법을 모색해도 모자란 시간에 무조건 '세지겠다'고만 외치는 홍 후보가 우려스럽다. 그러나 이런 우려도 사실은 좀 지나친 듯하다. 중앙일보가 오늘 보도한 '대선후보 비호감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는 누구냐'는 질문에 홍 후보가 3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커버 사진=홍준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