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licts

롯데의 어설픈 미학 (2)

백조 가족, 거대하기만 한 그 허구적인 사랑에 대하여

윤지원 2017년 04월 10일

롯데의 어설픈 미학 (1)에서 이어집니다.

롯데는 지난 1일 잠실 석촌호수에 거대 백조 가족을 띄웠다. 부모 백조는 16m, 아기 백조들은 약 3.5~5m 크기인 이 거대 공공미술의 이름은 '스위트 스완(Sweet Swans)'이다. 2014년 '러버덕'으로 석촌호수 관광객과 롯데월드 타워 소비자 유치에 성공한 롯데가 '1600 판다+'와 '슈퍼문'에 이어 선보인 작품이다. 롯데는 그동안 대형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올해의 거대 조형물도 설치되기 전부터 SNS상에서는 봄날 연인들이 꼭 가 봐야 하는 데이트 장소로 여러 번 회자되었다. 백조 가족은 4월 첫째 주 동안 열리는 석촌호수 벚꽃축제와 기간이 맞물려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편에서 설명했듯이, 대형 공공미술 작품은 그 자리에 서 있는 자체로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시각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각적 강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설치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끌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사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마케팅 전략에 자주 사용한다. 2015년 강남구에서 글로벌 관광 콘텐츠의 일환으로 4억을 들여 설치한 '강남스타일 동상'과 2014년 서울시에서 '한강 이야기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며 한강에 만든 '괴물 동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공미술품의 본래 목적은 어디까지나 대중에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 의미를 충족하지 못하면 그것은 거대 자본이 만든 흉물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그것을 억지로 볼 수 밖에 없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일이다.

image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해 대표적인 흉물로 꼽히는 삼성 코엑스 앞 강남스타일 동상. 사진=윤지원

오리는 누구를 위한 '힐링'이었을까

롯데월드타워는 지난 2014년 롯데월드타워 하단부의 롯데월드몰을 조기 개장했다. 공사 중 인부의 안전 사고가 잇따랐고, 바로 옆인 석촌호수의 수위 저하와 수질 오염이 타워 공사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 등으로 말이 많던 때였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 해 여름, 잠실 근처에서 잇달아 발생한 싱크홀이었다. 7,8월 동안 언론을 통해서 롯데월드 근처 지반이 과연 123층짜리 건물을 받칠 수 있는지 의혹 제기와 검증 요청이 계속됐고,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여름 동안 확산된 대중적인 반감과 불신은 10월 롯데가 거대 노란색 오리를 개장과 같이 선보이면서 기억에서 잊혔다. 당시 한 매체는 롯데 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러버덕이 롯데월드몰 조기 개장 이벤트의 일환인 것은 맞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2007년 '세상에서 가장 큰 러버덕(rubber duck)'을 제작한 네덜란드 아티스트 플로렌틴 호프만(Florentijn Hofman)은 그가 제작한 거대한 오리새끼를 프랑스, 브라질, 호주, 미국, 중국 등에서 선보이며 공공미술의 스타로 떠올랐고, 2014년에는 서울의 석촌호수에도 등장해서 관람객을 모았다. 롯데는 올해 호프만을 다시 잠실로 불러들이기로 하고, 이번에는 백조 가족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했다.

호프만은 "러버덕은 치유의 속성을 지닌다. 나는 이 러버덕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의 긴장이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이 대기업의 이미지 회복를 위해 사용되며, 오히려 긴장과 불안함을 가리고 있지 않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러버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금전적인 도움을 줄) 후원사가 필요하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논란을 안고 있는 사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홍보 차원으로 활용됐으니 그에 대한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스위트 스완의 제작을 맡은 것도 호프만이다. 그가 작품을 제작하면서 세계 각 도시나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은 종종 논란을 빚어왔다.


플로렌틴 호프만은 예술가인가?

호프만의 작품이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페스티벌을 유치하기에 좋고, 인스타그램에도 잘 어울리며,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도 좋아하고, 특히 (그의 작품을 유치하는) 기업이나 시에서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공공미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프만은 러버덕 하나를 전시하는데 2만 달러의 돈을 받는다고 전해졌고, 거기에는 작품을 운반하는데 드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작가는 그렇게 얻어진 유명세를 가지고 별도의 브랜드를 붙여 제품을 판매해서 돈을 버는데, 이 디자인은 처음부터 작가 고유의 디자인이 아니었고, 그저 흔한 러버덕에서 하나를 골랐을 뿐이다. 결국 호프만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사용하고, 공공장소를 빌려주면서 광고를 해주는 셈이다. 공공예술에 사용해야 할 세금을 엄밀하게 예술작품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그저 기념품 장사에 사용한다는 비판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우리는 오리에 돈(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문구를 적은 거대한 오리를 만들며 시위까지 했는데, 호프만은 오히려 시위대가 자신의 작품을 모방했다고 비난했다.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에 표절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공공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품을 팔아 돈벌이에 신경을 쓰는 사람을 우리는 과연 예술가라고 불러야 할까? 스위트 스완을 보면 한 번 쯤 던져봐야 할 질문이다.


image 2014년 10월 14일 <'불난' 송파 엄마들, 제2롯데월드 우산쓰고 반대> NocutView 갈무리

한편 롯데월드 타워 조기 개장일인 2014년 10월 14일은 '송파 학부모 연대'와 '송파시민 연대'가 주최한 개장 반대 기자회견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러버덕이 몰고 온 인기에 가려져 이들의 목소리는 화제가 되지 못했다. 롯데의 전략은 성공했다. 총 500만 명이 고무 오리를 보러 석촌호수를 찾았으며 팝업스토어는 6억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대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러버덕은 국민의 힐링이 아닌 신격호 회장과 롯데 직원들의 힐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중은 롯데에게 근본적으로 롯데월드 타워를 믿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고, 불안함이 해소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경계심 어린 시선을 선명한 노란색 오리 캐릭터로 돌리고자 하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공공미술의 이름 하에서 자연스럽게 안전 의제는 묻혔고 대중의 심리적 거부감은 사라졌다. 석촌호수에서 진행하는 롯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생산하는 키치 문화다. 롯데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의 수준을 낮게 상정하고 그에 따라 처방을 한 것이다.

허위 의식의 포장, 키치

예술철학자 조중걸은 저서 <키치, 달콤한 독약>에서 키치는 '모방된 고급스러움'이며 '상투적인 고급스러움'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우리는 키치를 바라볼 때 고급스러움을 애써 자아내려는 모습에서 허영심과 허위의식을 느끼게 된다. 롯데의 키치적 습성은 스스로가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중은 롯데가 탁월함을 모방한다고 느끼는 그 차이에 기인한다. 따라서 롯데의 마케팅은 대중에게 진실되게 다가가지 못한다. 오리지널리티의 상실인 것이다.

단적인 예로, 롯데 공식 계정이 그 유명한 애플의 '눈도 깜빡 마세요 - 107초에 담은 iPhone 7 및 iPhone 7 Plus' 영상의 형식을 차용해서 만든 홍보 영상을 들 수 있다. 롯데가 123층짜리 거대 빌딩에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나아가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공식 영상에 다른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는 요소는 집어넣지 말았어야 했다. 애플 광고가 너무나도 유명해져서 아예 인터넷 상에 영상 탬플릿이 돌아다닌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 공식 홍보 영상의 완성도가 낮으며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롯데가 혼자만의 탁월성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대중은 실망하게 된다. 기업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가 거리가 멀 때, 그리고 기업이 이 간극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거대 자본력에만 기대어 대중에게 '고급스럽다'는 환각을 덧씌우려 할 때 이들은 우스워진다. 바로 이 맥락에서 롯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일상에서의 예술 체험을 제공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대중을 자사의 소비자로 포섭하기 위한 전략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롯데의 마케팅은 키치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석촌호수를 떠다니는 공허한 사랑

롯데월드 타워에서 쏘아올린 불꽃놀이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백조 가족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사이, 또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4일 50대 후반의 한 협력업체 직원이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 지하 2층 직원용 라커룸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자살이나 타살 흔적이 없어 경찰이 사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고인이 3교대 근무 중이었다는 점, 교대 사이 휴식 시간에 변을 당했다는 점 등이 사인으로 과로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다시 백조 얘기로 돌아가면, 호프만은 오리에서 백조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스위트 스완은 사랑이고, 봄이고, 새로운 탄생"이라며,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백조 가족을 통해 사랑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백조 가족 각 구성원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붙여 주고(아빠는 다다, 엄마는 마마, 아기들은 각각 허니, 체리, 보미, 코코, 팬지다), 아기 백조들에게 각자 다른 부리색을 부여했다. 그는 이것이 개인의 특별함과 각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나타낸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image 사진=스위트스완 공식 페이스북 계정

미술품에는 색, 재료 등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에도 원작자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하지만, 색깔이 다른 백조 부리를 보면서 과연 석촌호수의 관광객들이 한국사회의 스트레스를 뛰어넘는 사랑을 느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심미적으로 낮은 수준의 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키치다. 게다가 키치 생산자가 그간 여기서 부여한 의미에 부합하지 않은 행보를 보여 왔다면 그 자체로도 기만적이다. 노란색 귀여운 오리가 치유하고자 했던 대상이 누구인지 - 롯데월드 타워를 방문한 관광객인지, 근처에 살며 안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주민인지, 건축 도중 안전 사고로 명을 달리 한 노동자들인지, 123층의 높이가 곧 국격의 상승을 나타낸다고 믿는 롯데 측인지 - 의문이 들었다면 과연 백조가 의미하는 사랑이 누구까지 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또 다른 물음표가 찍힌다. 롯데가 잠실 롯데 관광 단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안전 사고에 대해 피드백 없이 '현대사회에서 잊힌 사랑'을 백조를 통해 재현하는 것은 키치 생산자로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다시 한 번 키치에 대한 조중걸의 설명을 인용해보자.

"(키치는) 우리에게 주어져본 적이 없는 만족과 행복과 충일성이 짐짓 있는 듯이 꾸며대고, 그리고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된다고 말한다. 자연과의 조화는 가능하거나 이미 실현되어 있는 것이며, 꿈과 지복(至福)은 이미 눈앞에 있고, 고객들은 이 현실적 삶에서 곤경과 고역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도 꿀을 칠한 입술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아아, 인생은 아름다워라”하고. (중략)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것을 진지한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것이 솜사탕임을, 소비되고 잊힐 것임을. 오늘의 사랑과 내일의 망각이 그 운명임을."

백조 가족은 다음달 8일까지, 약 한 달 간 석촌호수 위에 떠 있을 예정이다. 이 공간에서는 타워 내 안전사고도, 노동자의 사망사고도 쉽게 잊혀지고 해결된다. 관광객들은 벚꽃과 백조의 모습을 분홍빛 사진으로 담으면서 사랑을 느끼는 한편, 거대 인형의 뒤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보지 못할 것이다. 롯데가 만든 키치적 공간에서 창조된 백조 가족은 현실적 문제를 가리고 쉽게 사랑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대중에게 속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