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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정말 위험할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북 리뷰

조경숙 2017년 04월 15일

지난주 10대 청소년이 8살 아이를 유괴하여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보도됐다. 가해한 청소년은 조현병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재작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가해자 역시 조현병 환자였음이 재조명되면서, 조현병 환자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해졌다. 간혹 눈팅하는 엄마들 카페에서도 '이렇게 위험한 나라에서 아이를 어떻게 안심하고 키우냐', '가정환경이 어떻길래 아이를 저렇게 키웠냐'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수 클리볼드의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지 않았다면, 나 역시 이 댓글들과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내 아이가 범죄의 피해자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가해자가 자라난 성장 환경에 의심을 하며 가해자 가정을 손가락질 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오히려 내 아이가 이러한 폭력의 가해자가 될까 우려한다. 아이의 내면에는 선한 측면과 악한 측면이 공존하고 있고, 그건 부모라 해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image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책 표지 사진=반비출판사 블로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1999년 발생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다. 딜런 클리볼드는 그의 친구인 에릭과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약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후 자살했다. 당시 에릭과 딜런의 범행 동기에 대해 추측할 수 없었던 경찰은 그들이 즐겨한 게임 '둠(Doom)'을 원인으로 들어, 게임의 폭력성이 부른 사건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버렸다. (게임의 폭력성 규제 논란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수년간 탐구하고 쫓은 끝에, 수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딜런이 심각한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딜런의 병적인 증세가 분노와 살인 충동이 강한 에릭과 만나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책의 목적은 딜런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콜럼바인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아주 영리했던 딜런의 예를 들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어떤 징후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이러한 징후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한다. 우울증 환자는 쉽게 눈에 띌 정도로 음침하게 생겼으리라는 피상적인 편견을 걷어내고, 겉으로는 밝아 보이더라도 내적으로 심각한 치료가 요구되는 상태일 수 있음을 주지시킨다.

또한 우울증 환자들이 자극 받아 딜런처럼 '살인-자살'(다른 사람들을 살해한 후 자살하는 행위)을 하지 않도록, 사회적 자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의 사회적 자극이란, 사건을 보도하는 방송사의 태도를 말한다.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여 모방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저자는 '보도 윤리 방침'을 설명한다.

총격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특히 무기를 든 모습이나 학살 당시의 옷차림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사용된 무기나 다른 증거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범인의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 말고 대신 '살인범' 또는 '범인'이라고 지칭한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의도치 않게 살인범들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일이다. (중략) 학교 총기 사건 범인들은 폭력적 비디오 게임이나 테크노 음악 '때문에' 사람들을 죽인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해고 당했거나 애인에게 차였다고 자살하지 않는다. 자살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실연이나 해고가 자살을 고려할 이유가 된다고 암시하는 위험 천만한 일이 된다.

보도윤리는 책 전체 분량에 비해 짧게 언급되고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이다. 정신 장애인은 원래부터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자극에 좀 더 취약한 사람들이다. 조현병 환자들이 잇따라 범죄의 가해자로 행위를 한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범죄에 대한 사회적 자극이 그만큼 팽배한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범죄를 보도하는 언론의 방식과 범죄를 소비하는 대중 콘텐츠의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최근 발생한 10대 여성의 아동 살인 사건에 대한 언론사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위치와 유인한 방법 등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데다가 10대 여성 가해자가 평상시 그렸던 그림, 고등학교 성적 등 필요 없는 정보들까지 보도되면서 책에서 경고하는 방식의 보도가 가감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스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데리고 가는 CCTV 장면을 반복적으로 재생하고, 피해자를 어떻게 유인했고 시신을 어디에 위치시켰는지에 대한 정보도 면밀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살인 사건이 거듭 발생할수록 언론의 사건 보도는 객관적이고 절제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아니라면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보도가 자극제가 되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 연장 선상에서 정신 장애인들이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방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뉴스에서 정신 장애인들이 피해자인 경우, ‘지적 장애인’으로 추상화되거나 아예 정신병 여부는 등장하지 않는 반면1, 정신 장애인들이 가해자가 된 경우에는 조현병, 우울증 등의 구체적인 이름으로 호명된다. 정신 장애인의 범죄 가해 사건에서만 정신병을 과도하게 보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더 조현병을 위험한 병으로 인식하고 조현병 환자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여기게 된다.

물론 이번 사건처럼 정신 장애인들이 타인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정신 장애인들은 범죄의 타깃이 된다2. 하지만 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사례에서는 '조현병 환자'라고 보도되지 않거나 아예 뉴스에서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조현병 자체가 위험한 병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10대의 가해자는 법원에서 처벌을 선고받겠지만, 그를 잠재적으로 부추기거나 묵과해온 이 사회는 여전히 아무런 혐의 없이 유지된다. 사랑하는 아들의 극악 범죄를 목도했던 저자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를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럼에도 이 주제를 외면하지 않고 더욱 몰두했던 건 이후의 더 많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만 물으면 무기력한 상태로 남는다. '어떻게'라고 물으면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안전이 그야말로 땅에 떨어진 지금 우리도 이제 ‘어떻게’를 물어야 한다. 그 답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적인 면을 드러내지 않게끔 이들을 돕는 겁니다.

일러스트레이션=Grace Heejung Kim


  1. 공식적으로 확인된 범죄 피해자 통계는 피해자의 정신 장애 여부조차 수집하지 않는다. 

  2. 2016년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살인 가해자 가운데 정신 장애가 있는 비율은 7.9%로 조사됐다. 50.1%는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수준이었고, 42.0% 는 주취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