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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거진 정의당 사표론과 탈당 위협

민주주의의 우회자들(3)

정인선 2017년 04월 23일

지난 19일 선관위 주최 제 2차 대선후보 TV토론 이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 안팎의 공격에 시달렸다. 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문재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참여정부의 공과, 노동정책, 증세 방안 등에 대해 질문한 게 화근이었다.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주적이 따로 있는데 왜 같은 편 등 뒤에 칼을 꽂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당내에서도 토론에 임한 심상정 후보의 태도를 비판하며 당원게시판에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의 글이 쏟아졌다. 20일 오전 정의당 홈페이지에 이용자가 몰려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image 지난 19일 KBS가 방영한 선관위 주최 제2차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참여정부의 공과, 노동정책, 증세 방안 등을 추궁했다. 심 후보는 당 안팎에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KBS 화면 캡쳐

나올 때마다 "다음에 찍어줄게"

당사에도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정의당 당직자 A씨는 "20일, 21일 이틀 동안 심상정 후보의 문재인 후보 공격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가 내내 걸려와 당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를 향해 험한 욕설을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당직자 B씨는 "그동안 지역구 투표에선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어도, 비례대표 투표에선 줄곧 정의당에게 표를 던졌는데, 앞으로는 국물도 없다는 내용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정의당이 주장해 온 선거제도 개혁도 가능하다. 심 후보가 19일 토론에서 보인 태도는 문 후보 뿐 아니라 심 후보와 정의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도 20일 트위터를 통해 심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칼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 비판, 진보정당의 핵심 역할

정의당을 비판하는 일부 문재인 지지층의 논리는 '사표론'과 맥을 같이 한다.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형 선거제도 하에서, 될 사람에게 표를 몰아 줘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노동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정의당 김희서 구로구의원은 "사표론은 진보정당에겐 오래도록 따라다닌 숙제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2016년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서울 구로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김 의원은 매번 "2번(민주당 후보) 떨어뜨리려고 나왔냐", "다음 선거에 나오면 찍어줄테니 이번에는 사퇴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정당이 몰락한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진보 정당 후보가 1등 후보를 견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심상정 후보는 21일 생태환경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문재인 캠프와 일부 지지층의 비판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민주당 집권 시절에 해온 일들을 비판한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비판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박원석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도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에서 1위 후보에 대해 추격자의 입장에서 검증에 나서는 것은 상식이다"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대선 출마 이후 "이번 대선에서 중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2012년 대선, 2010년 지방선거에서와 달리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것이다. 김희서 구로구의원 또한 "지난 총선에서 다당제로의 변화 가능성이 열린 덕에, 이번 대선에서는 사표론을 펼치는 유권자가 줄어들었다"며 과거와 달라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지지층,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다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을 향한 문재인 지지층의 비판을 정의당이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당 밖에서부터 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나치게 공격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에서,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다져 오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야권 단일화 요구를 먼저 제안했다. 당대 당 차원의 단일화는 불발됐지만,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당선된 정의당 후보인 심상정, 노회찬 의원 모두 민주당 후보와의 사실상의 단일화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문재인 지지층이 정의당 당사에 전화를 걸어 "민주당이 아니었으면 정의당이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 두 석이라도 얻을 수 있었겠느냐"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김성희 정치발전소 대표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정의당을 거치며 당이 진보정당에서 대중정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지지층의 스펙트럼도 넓어져 왔다. 다양한 이견을 당의 조직된 의견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정치다. 그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적극적 역할을 수행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직자 B씨는 "2차 토론 이후 실제로 탈당을 한 당원은 당원게시판에 탈당 의사를 밝힌 이들에 비하면 소수다. 하지만 당원들이 탈당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 대표의 토론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방향과 지향이 일치한다는 전제 하에서 논쟁과 토론을 통해 각론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게 민주주의적 태도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image 지난 19일 이후 정의당 당원게시판에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사진=정의당 당원게시판 화면 캡쳐

결국 진보정당 정체성의 문제

한편 노동, 표현의자유 등의 진보적 가치를 앞에 두고 당 지도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데 한 몫 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의당은 지난해 7월에도 탈당 사태를 겪었다. 정의당 문예위원회는 7월 20일,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게임에서 성우의 목소리를 삭제한 넥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이 발표되자, 일부 당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다. 당원게시판에 탈당 의사를 밝히며 항의하는 게시글이 폭주했다. 정의당 상무위원회는 5일 뒤인 25일 "논평이 정의당이 친메갈리아인가 아닌가라는 논쟁만 야기시켰다"며 논평을 철회했다. 2016년 7월 21일부터 8월 3일까지 580명이 탈당하는 등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의 지지자라고 밝힌 대학생 이민하(가명)씨는 "이번 TV토론뿐 아니라 '메갈리아 사태' 때도 일부 정의당원들을 보며 허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없는 진보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입장이 다르면 맞춰 나가는 게 민주주의적 태도인데 탈당을 하겠다고 협박조로 나오는 당원들을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당 안팎의 사표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당의 약진, 탄핵 정국 이후 바른정당의 탄생 등으로 제3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입지는 약화돼 왔기 때문에 후보 사퇴 혹은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더 크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당의 후보에게 사퇴 압박을 넣는 일부 문재인 지지층의 태도도 민주주의적 태도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므로 정의당은 스스로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사안마다 가해지는 압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신 만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의당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이다.

당장은 멀어보여도 그 길이 민주주의로 가는 직선도로다.

커버 사진=Lee Jin-man/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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