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돌변한 트럼프와 한반도: 우리는 과연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가? (3)

박상현 2017년 04월 24일

지난 11월,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해서 당선자의 자격으로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의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헤이버먼에 따르면 두 사람은 그날 (서로 다른 이유로) 충격을 받고 헤어졌다고 한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horrified"), 트럼프는 자신이 수행해야 할 책임이 생각했던 것보다 막중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overwhelmed and a little freaked out")는 것이다.

image 사진=Pablo Martinez Monsivais/AP

어수선한 백악관

트럼프는 그날 이후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것의 의미를 서서히 알아가고 있지만,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전하는 트럼프와 백악관의 모습은 여전히 어수선하고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장면 하나:

현재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가장 가까이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쉬너(이방카의 남편)와 백악관 수석 전략가(Chief Strategist)인 스티브 배넌이다. 그런데, 이 둘이 사이도 좋지 않고, 정책에 관한 견해도 많이 달라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배넌은 쿠쉬너를 “진보적인 민주당원”이라고 비웃는다) 급기야 트럼프가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지난 4월 7일 둘은 크게 다투었고,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가 회담 중에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그 두 사람이 모두 외교나 국내정치에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 뿐 아니다. 어제(일요일)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자신과 가까운 가족과 부동산업자, 금융사업자 등 백악관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백악관의 보좌관들은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통령이 휘둘리는 상황에 기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를 쓴 헤이버먼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만만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자신이 없어 하는 인물이며 그런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려주고 확인받아야 하는 성격이다.

미국이 칼 빈슨 항공모함을 한반도로 급파했다는 뉴스가 거짓이었다고 밝혀진 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그 배경을 의심한 것은 바로 백악관이 얼마나 어수선한 상황에서 결정이 내려지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강력한 함대를 보낸다(We are sending an armada, very powerful)”는 트럼프의 말이 가지는 무게가 과연 과거 미 대통령들의 말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늦은 밤 잠옷 바람으로 소파에 앉아서 쓰곤 하는 화가 난 트윗 수준에 불과한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불확실성의 근원

그리고 그 불확실성이 어쩌면 한반도의 위기를 가장 증폭시키는 요소일 수 있다. 이제까지 한반도의 위기는 대부분 북한지도자들(특히 김정일과 김정은)의 의도적인 불확실성에 기인했는데, 이제는 백악관의 불확실성이 더해진 것이다. 물론 트럼프는 선거운동 내내 미국은 짐작가능한 외교를 끝내고, 적들로 하여금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임 후 1백일이 채 안 되는 기간동안 목격한 트럼프의 행보는 의도된 불확실성 보다는 의도하지 않은 불확실성에 가깝다. 한국의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백악관에서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통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트럼프는 그런 통제를 하는 문지기(gatekeeper)를 싫어하기 때문에 마치 (미국에서 가장 붐빈다는) 뉴욕의 그랜드센트럴 기차역 같다는 것이다. 결국, 칼빈슨 항모의 향방을 둘러싼 소동은 그런 소란한 배경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마주한 어려움은 대륙간탄도탄을 둘러싼 두 당사자의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트럼프와의 직접 통화를 통해서 북한과 보복성 치고받기(tit-for-tat)를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하는데, 아마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그런 역할을 맡은 건 근 래들어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무기의 개발이 몹시 꺼려지는 중국으로서도 미국이 전면전이 아닌 정밀타격으로 핵시설, 혹은 미사일 개발설비를 파괴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릴 일은 아닐지 모른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한다면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중국의) 군사적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환구시보의 사설은 중국의 그런 속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미국이 전면전을 하는 것만 아니면 강력한 경고만 하고 팔짱을 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와중에 북한은 “미핵항공모함을 단매에 수장해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북한의 의례적인 과장 어법이 아니라, 날로 다가오는 대륙간탄도탄의 완성일이다. 미국방부는 북한이 트럼프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핵탄두의 탑재가 가능하고, 미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탄을 완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대립은 4년 이내에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미국의 골프 잡지 ‘골프 다이제스트’에 글을 쓰는 데이빗 오언이 들려주는 트럼프의 골프 이야기는 그의 사고방식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오언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5년 전 어느 날 트럼프 소유의 마라라고에서 트럼프를 취재하기 위해 가볍게 골프를 쳤다고 한다. 그 후 그가 쓴 기사가 골프 다이제스트에 나갔는데, 그 기사를 본 트럼프가 오언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오언은 기사에서 트럼프의 언행이 좋지 않게 등장한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따지려고 전화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트럼프를 화나게 한 것은 오언이 그날 트럼프의 골프점수를 기사에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image 사진=DAMIAN DOVARGANES/AP

재미있는 것은 (오언에 따르면) 그날 골프는 점수를 계산하지 않고 가볍게 쳤을 뿐인데, 트럼프는 전화에서 자신이 그날 71타를 쳤다고 우기면서, 왜 그 숫자를 기사화하지 않았냐고 나무랐다는 것. 오언은 자신이 골프를 함께 친 트럼프와 대통령이 되어 TV에 등장하는 트럼프는 전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드시 이겨야 하고, 승리는 숫자로 확인, 증명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을 괴롭혀서라도 얻어내는 성격이다.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이 안보를 위해 단독적으로(unilaterally)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사태를 걱정해야 할까? 그렇다. 물론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런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게다가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쉽게 흥분하고 반드시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경우 더욱 그렇다.

커버 사진=GUSTAVO FERRARI/AP


돌변한 트럼프와 한반도: 우리는 과연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가? (1)
돌변한 트럼프와 한반도: 우리는 과연 얼마나 걱정해야 하는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