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r Voice

문재인이 만만하니까 뭐라한 거 맞다

문빠, 문재인을 '강철수령'으로 만들다

하민지 2017년 05월 01일

문재인은 만만하다. 아니, 만만해야 한다. 통치자가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했을 때 국민이 통치자의 면전에서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다. 길 가다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내가 넘어진 길의 아스팔트를 뒤집어 엎고 새로 깔아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통치자에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러나 문재인을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강철 수령으로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문재인 지지자들이다. 그들 사이에선 이미 문재인 우상화가 진행됐다. 문재인에게 조금의 비판이라도 하려하면 "우리 문재인 각하는 무오하니, 너희들의 비난을 받을 분이 아니니라"하며 달려든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통의 아이콘'이었던 걸 벌써 잊은 듯하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왜 일체의 비판과 지적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 이유를 들어보니, 정권 교체를 위해서란다. 자꾸 문재인 비판했다가 행여나 정권 교체 되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겁을 준다. 심상정을 찍으면 안철수나 홍준표가 될지도 모른다고 협박까지 한다.

민주정치에서 선거는 당선자를 확정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각 후보의 정책과 자질, 인품 등을 검증하면서, 전 국민이 보편적인 선과 상식에 대해 토의하고 토론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TV토론회 테이블에 이렇게 중요한 문제로 올라온 적은 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이가 외면하고 살아온 정치적 소수자의 인권 문제를 이제야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마 다음 선거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다뤄질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그 후보의 인권 의식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는 2017 대선이 거둔 쾌거 중 하나다. 당선자가 누가 되든 관계 없이, 성소수자의 인권이 공동체의 사각지대에서 공동체의 중심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만만한 대선 후보에게 혐오 발언을 왜 했냐고 소란스럽게 따져 묻는 이들이 없었다면,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대선의 중심으로 떠오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더 따져 물어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모든 약자들이 대통령 앞으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이 만만해야 한다. 대통령이 만만한 사회가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사회다. 문재인 정권은 어떤 모습일까.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성소수자들이 면전에 왔을 때 대화를 하지 않은 모습과 면전에 온 성소수자들을 비난하는 문재인 지지자들을 보면 다음 정권도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 같다.


커버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