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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딸, 허락된 소유물이 되다

표를 담보로 기꺼이 '가상 연인'을 소비하는 유권자들

윤지원 2017년 05월 05일

유담은 현대판 심청이다. 지난 총선에서부터 아버지 옆에 있던 그는 당시에도 이미 외모로 수차례 화제가 됐다. 현재는 대선 후보인 아버지에게 한 표라도 더 가져다 주기 위해 뙤약볕에 서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다. 유승민 후보는 딸 덕분에 ‘국민 장인어른’이란 호칭을 얻었다. 비록 그 인기가 득표율에 1:1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 후보가 '예쁜 딸'을 통해 새로운 호감을 쌓는 동안, 그의 딸은 성적 대상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한 남성이 위안부 소녀상에 혓바닥을 갖다대고 사진을 찍으며 능욕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유담은 바로 그 똑같은 포즈로 사진 찍히기를 강요당했다. 비록 순식간의 일이었고 곧바로 제지당했다는 현장의 설명이 있지만, 가해자의 혀가 몇 초간 공중에 머물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해자가 유담에게 그런 자세를 취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유 후보는 딸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대선 후보가 스스로를 ‘국민 장인’이라고 소개하며 미모의 딸이 남자친구가 없다고 밝힌 당일, 기사는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고 대중은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가상의 연인’으로서 유담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미모의 여자’란 위치가 대중적으로 어떻게 소비될 지는 뻔하다. 유 후보의 그 날 발언은 남성 대중의 구애에 대해 딸을 허락하고 넘겨주는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아비의 허락에 따라 유담은 미래에 '소유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공공의 연인으로 소비될 수 있게 됐다. 아름다운 여성이 성적인 희롱을 당할 때, 적어도 이 사회는 그녀에게 남편이 있다면 그 희롱은 ‘도의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받는다. 물건에 주인이 있기 때문에 건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소유한 남자가 없다면 그 전까지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만 치환돼 모두들 기꺼이 즐길 수 있는 공공재가 된다. 게다가 그녀의 원 소유자인 아버지마저 허락한 상황이라면.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난 후, 대중은 그제야 공분했다. 사진 속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 그러나 미소만은 잃지 않으며- 다소곳하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긴장해서 어깨를 한껏 움츠리고 있지만 폭력적으로 둘러진 가해자의 팔을 떨쳐내지도 못했다. 가해자는 당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유담은 이후 계속 유세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입신을 위해 딸이 하루의 고단함을, 잠깐의 모욕을 견뎌내 드디어 보람찬 성과를 낸다는 서사는 먼 옛날 가족주의의 희생물인 심청을 닮지 않았는가?

거리낌없이 팔을 올리고 혀를 내미는 사람이 있을진대, 바로 앞에서 성희롱적 발언을 하는 사람이나 인터넷 상에서 스스럼없이 ‘여자친구’, ‘아내’로 자신을 대상화하는 것을 유담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을 풀지 못 했다. 얌전하고 예쁜 소유물이 소유자에게 충실할 때, 남성은 이를 기특하게 여기며 상을 내린다. 유권자는 자신이 가진 표를 장인어른에게 ‘하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그녀에 대한 소유권도 가질 수 있다는 듯이 굴고 있다.

대중은 화가 났다. 아름답기만 했던 그녀가 알고 보니 대상화의 희생자였음을, 그리고 장인 어른을 부르짖은 우리 또한 그 폭력의 방조자이자 소비자였음을 직시하고 반성해서가 아니다. 얌전하고 예쁜 소유물이 ‘더럽혀진’ 것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다. ‘장인어른이 대통령이 되면 저 사람은 사형감이다’, ‘내 미래 부인한테 무슨 짓이냐’ 같은 반응을 보인 이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성희롱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모르는 듯 하다.

이들은 머릿속에서 한 상상을 감히 실행으로 옮긴 가해자 단 한 사람과는 선을 긋고 돌을 던지면서, 돌아서서는 여전히 그녀를 성적으로 소비한다. 그녀는 아직까지 소유자가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 먼저 건드리지 않았는데, 누가 ‘암묵적인’ 합의를 깨고 먼저 건드렸냐"며 분노하고 있다. 이들 속에서 여전히 유담은 '불쾌하다’ 제 목소리로 한 마디 못 하고 객체로 남아 있다.

커버=유승민 캠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