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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이 총선이었다면

득표율 41%의 정당이 의석의 77%를 차지하는 마술, 소선거구제

D Deepr 2017년 05월 15일

그래프와 표, 여론조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거를 사랑하는 대학생, 이창연님이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지난 9일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략 국민 5명 중 2명 정도는 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야기다. 절대적으로는 높지 않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다자구도임을 생각해보면 꽤 높은 득표율이었다. 실제로 문 후보는 16개의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 경북, 경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image 이번 대선 결과를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에 대입해 본 가상 지도. 그래픽=Deepr 권자경

그렇다면 만약 이번 선거가 대통령 선거가 아닌, 국회의원 선거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2017년 현재,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졌다고 가정해 보고, 총선 결과를 예측해 봤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회의원 선거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 후보의 당을 그대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투표한다고 가정했다. 비례대표 득표율은 각 후보의 득표율을 그대로 옮겨와서 나눴다. 지역구는 지난 20대 총선의 지역구를 그대로 이용했다.


1. 서울, 경기, 인천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서울의 경우 모든 지역구가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심지어 강남 3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남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우세했지만, 강남 갑, 을, 병 모든 지역구에서 문 후보의 득표수 합이 홍 후보의 득표수 합을 뛰어넘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역구였던 노원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원병에서는 문 후보가 40%, 안 후보가 29%를 획득했다.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경기 역시 대부분의 지역구가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이라고 여겨지던 경기 동, 북부는 여전히 홍 후보를 지지했다. 지역구로 보면 홍 후보는 포천-가평, 양평-여주 지역구 두 곳을 가져갔고, 나머지 지역구는 모두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역구인 고양 갑에서 심 후보는 11.4%를 득표했다(경기 전체에서는 6.9%를 획득했다).

image 대선 도중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 참고로 이 의원의 지역구인 광명을의 경우 안 후보의 득표율은 23.5%에 불과했다. 만약 총선이었다면 이 의원은 당선되지 못해 당을 잘못 옮긴 셈이 된다. 사진=이언주 페이스북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인천은 전통적으로 지역 별로 보수 표심과 진보 표심이 극명하게 나뉘는 곳이었다. 전통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지역은 진보세가, 서해와 가까운 지역이나 섬 지역은 보수세가 강하다고 여겨졌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강화군과 옹진군은 홍 후보가 1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강화군, 옹진군, 중구, 동구가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했던 탓에 인구가 적은 이 두 군은 전체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인천 13개의 지역구 모두 문 후보가 1위를 기록하였다.


2. 부산, 경남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부산은 처음으로 파란빛으로 뒤덮였다. 안 후보의 고향이자 문 후보의 정치적 요충지인 부산은 이번 선거에서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서구-동구 지역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문 후보가 승리했다. 하나의 지역구에서만 홍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문 후보의 이전 지역구인 사상에서는 문 후보가 41.4%를 획득해 부산 평균 38.7%를 웃돌았다.

image 부산에서는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만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듯하다. 사진=유기준 페이스북

울산 역시 문 후보의 지지세가 강했다. 지난 선거에서 노동 벨트를 재건했던 울산에서는 문 후보가 6개의 지역구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노동자들이 많은 북구와 동구에서는 문 후보와 심 후보가 합쳐 5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경남에서는 지역 별로 표심이 확연하게 갈라졌다. 문 후보가 우세한 지역은 김해, 창원, 거제, 양산 등 부산과 가까운 지역이었고, 그 외의 지역구에서는 모두 홍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문 후보의 고향인 거제에서는 문 후보가 홍 후보를 20% 가까이 앞섰으며, 봉하마을이 위치한 김해갑 지역구에서는 17% 가까이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경남 전체에서 홍 후보가 문 후보를 0.5% 차이로 앞섰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문 후보의 이들 지역에서의 선전은 꽤 고무적으로 여겨질 듯하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3. 대구, 경북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대구는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자유한국당이 12개의 지역구를 모두 싹쓸이했으며, 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역구인 동구을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갑도 마찬가지였다. 홍 후보는 수성갑에서 42.3%(문 후보는 23.6%), 동구을에서 42.8%를 (유 후보는 18.2%) 얻었다. 경북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우세한 지역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홍 후보는 모든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4. 광주, 전북, 전남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광주, 전북, 전남은 지난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호남의 28개 지역구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특히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순천-곡성에서는 홍 후보가 3%도 득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5. 대전, 세종, 충북, 충남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대전의 경우 지난 선거에서는 동서의 색이 극명하게 갈렸다. 서쪽은 민주당 후보가, 동쪽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문 후보가 모든 지역구에서 2위 후보와 15% 이상의 표차를 보이며 당선됐다. 세종시의 경우 무난히 문 후보가 30%의 표차를 보이며 당선됐다.

충북과 충남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각축을 벌였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16대 3의 스코어로 민주당의 문 후보가 압승했다. 충북은 제천-단양, 괴산-보은-옥천-영동 두 지역구에서 홍 후보가 우세했고, 충남에서는 홍성-예산 지역구에서 홍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image 충남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진석 원내대표만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정진석 페이스북


6. 강원, 제주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강원의 경우 지난 선거에서 보수세가 매우 강력했던 지역이었다. 8곳의 지역구 중 7곳을 보수 후보가 가져갔고, 민주당은 원주을 한 곳에서만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원주갑,을, 춘천,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네 곳의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주는 지난 선거에서 세 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7. 비례대표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지역구에서 단 한곳도 얻지 못한 안 후보는 비례대표로 10석을 획득했다. 유 후보와 심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지역을 싹쓸이로 가져갔던 문 후보와 홍 후보는 비례대표에서는 싹쓸이에 실패했다.


8. 결론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image 그래픽=Deepr 권자경

이번 선거가 총선이었다면 민주당은 전국 득표율 41.1%로 국회의석 수 300석 중 77%에 달하는 230석을 휩쓸며, 단독 개헌이 가능한 충분한 수의 국회의원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야당들은 모두 합쳐도 70석밖에 획득하지 못 한다. 국민의당의 경우 전국 득표율 21.4%로 국회의석 수 300석 중 3.3%에 불과한 10석을 얻는다. 일부 국민들의 표는 과다대표되고, 국민 대다수의 표는 사표가 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형태는 국민 모두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득표율과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 형식이다. 이 계산법(득표율 X 국회 정원 300명)을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24석의 의석을 획득한다. 자유한국당 72석, 국민의당 64석, 바른정당 21석, 정의당 19석 순이다. 민주당과 바른정당은 현재의 의석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자유한국당은 감소,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 제도의 특성 상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의 1표는 사실상 1.85배 이상의 국회 의석을 만들어내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찍은 유권자의 1표는 사실상 0.15배 정도의 국회 의석을 만들어낸다. 과다대표, 과소대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현행 소선거구제가 가지는 문제점 때문이다. 한 지역구에서 1위 후보 단 한 명만 당선되는 현행 제도 상, 근소한 차이로 이기든 큰 차이로 이기든 상관없이 1위를 차지한 사람이 승리를 독식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민주당이 모든 지역을 싹쓸한다. 반면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은 국민의당은 단 한 지역구에서도 1위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 의석도 획득하지 못한다. 바른정당과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소선거구제란?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 결정되는 선거제도를 뜻한다.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중대선거구제가 있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의 당선자가 생기는 선거제도다. 보통 소선거구 몇 개를 묶어 하나의 중대선거구를 형성하고, 1위부터 정해진 등수까지 득표 순위에 따라 당선자를 선발한다. 현재 한국의 지방선거에서도 기초자치단체의원을 뽑을 때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지역이 꽤 존재한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꽤 아쉬운 상황이다. 만약 총선이 대선과 동시에 치러졌다면 민주당은 높은 확률로 과반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120석을 가진 여당으로서 여소야대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를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총선-대선의 불일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개헌이 되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2032년에야 일치될 것이다.

물론 총선과 대선은 여러모로 다른 선거다. 각 지역구의 상황이 다르고, 당연히 모든 후보가 문재인과 홍준표는 아니다. 실제 결과는 예측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제시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 봤다. 현행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 총선과 대선의 시차 등은 국가 차원의 논의를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다.


커버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