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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식사

박상현 2017년 05월 15일

미연방수사국(FBI)의 건물은 백악관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70년대에 지어진 워싱턴 D.C.의 공공기관 건물들이 대개 그렇듯 보기흉한 브루탈리즘(Brutalism)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의 이름은 'J. 에드거 후버 빌딩’이다. 에드거 후버(Edgar Hoover)는 FBI를 만들어낸 장본이면서 초대 국장이었다. FBI의 전신인 BOI국장 경력을 포함하면 무려 48년 동안 수사국장을 지내면서 FBI의 힘을 길러냈다. FBI의 힘이 오죽 막강했으면 트루먼 대통령이 “우리는 게슈타포나 비밀경찰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FBI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 모든 상하원 의원들이 후버를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경고했을까.

물론 후버 이후로 모든 정치인이 두려워할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FBI국장은 나오지 않았다. 국장의 임기도 10년으로 제한되었다. 하지만 FBI는 여전히 강력하다. 필요하다면 의원은 물론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도 수사할 수 있다. 앞선 기사에서 이야기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연루도 결국 FBI의 수사가 밝혀냈다. 당연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FBI는 껄끄러운 존재다. 단지 FBI가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만큼 무게가 있다. 따라서 FBI는 수사 중인 내용을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년 대선을 11일 앞두고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힐러리의 이메일이 추가로 발견되어 수사에 들어갔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민주당과 힐러리 캠페인 본부는 분노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힐러리가 당선되면 코미를 해임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FBI 국장까지 올라간 코미가 그걸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그는 두 개의 나쁜 선택지 중에서 덜 나쁜 것을 택했을 뿐이다.

image 제임스 코미/AP Images

민주당도 코미를 해임하고 싶어 했다는 걸 아는 트럼프는 코미를 해임한 직후 민주당 상원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에게 전화해서 그 사실을 알렸다. 슈머에게 “민주당도 원하던 바 아니냐”라고 말하고 싶었다면, 트럼프가 민주당을 바보로 생각했거나, 생각이 짧았다. 척 슈머와 민주당은 즉시 분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코미 국장을 해임한 것은 FBI가 힐러리와 관련된 수사를 그르쳤기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와 러시아 사이의 커넥션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운명의 저녁 식사

힐러리는 코미가 선거를 11일 앞두고 이메일 수사를 재개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선거에서 졌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그만큼 코미의 발언은 타격이 컸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코미를 좋아할 텐데 왜 해임을 했을까? 코미의 해임 직후 뉴욕타임스는 FBI의 인맥을 뒤져서 그 이유를 밝혀주는 일화를 찾아냈다.

코미 국장과 가까운 FBI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취임 후 일주일 째 되는 날 코미 국장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 한다. 서빙을 보는 사람 외에는 다른 배석자 없는 단독 미팅이었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코미에게 "Do I have your loyalty(나에게 충성을 다하겠나)?"고 물었다. 이런 질문은 민주국가의 지도자에게서 나올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트럼프의 성향을 잘 아는 코미는 그 질문에 "Yes"라는 답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You have my honesty (당신에게 정직하겠다)"는 말로 돌려 대답했고, 그 답에 만족하지 않은 트럼프는 그럼 "honest loyalty (정직한 충성)"이라는 표현으로 돌려서 물었고, 코미는 "You will have that (그러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운명의 저녁 식사에서 코미가 절대 자기 사람이 될 인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후에 트럼프는 코미가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인물("a showboat")이며, 자기가 돋보이는 데("grandstanding")에만 신경 쓰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재미있는 건, 그 표현은 코미 국장의 FBI가 힐러리를 수사할 때는 민주당 쪽에서 사용했고, 트럼프는 코미가 배짱 두둑한 ("gutsy")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볼 때, 코미가 다른 역대 FBI 국장들처럼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치인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서 FBI 내부에서는 "코미 상원의원"으로 불리기도 할 만큼 코미는 자신만만했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화당, 민주당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FBI 국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의 저녁 식사에서 확인한 것은 그가 절대 자신에게 개인적 충성을 다하지 않을 것이라 사실이었고, 5월에 들어오면서 그가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위해 수사비 증액을 법무부에 요청하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에 따르면 코미가 대통령인 자신에게 수사와 관련한 협조를 할 생각이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자 극도로 분노(“white hot”)했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코미는 에드거 후버 국장과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FBI를 보호하려 하기 보다는 정권의 이해와 상관없이 수사조직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종류의 국장에 가깝다. 문제는 정권이 이런 종류의 국장을 보는 눈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특정 정당이나 권력에 상관없이 중립적인 수사를 하는 것일 수도, 혹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협박해서 자신과 조직(FBI)의 힘을 키우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미에 대한 FBI 내부의 평가는 어떨까? 현재 펼쳐지고 있는 트럼프와 FBI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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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J. 에드거 후버 빌딩/AP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