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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의 언어투쟁은 틀렸다

하민지 2017년 05월 16일

일부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언어투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밥도 혼자 퍼서 먹었다”고 한 경향신문과, 영부인의 호칭을 ‘여사’가 아니라 ‘씨’라고 표현한 오마이뉴스의 광고를 불매 운동하고 있다. 한 공중파 방송국 PD가 자신의 SNS에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글을 올리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이들은 ‘어딜 감히’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경어체와 존칭을 쓰지 않느냐며 언론사를 꾸짖고 있다.

이런 극성 지지자들의 대다수는 정권교체에 큰 열망을 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후보를 찍어서 혹시나 표가 분산되면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사표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기도 하다. 주말마다 열리던 촛불집회에 나가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며 그의 파면을 이끌어 냈다.

그런데, 촛불집회가 한창 열리던 그때, 광장에서도 언어투쟁이 있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자녀 정유라에게 “중졸 주제에”라고 하던 말, 박 전 대통령에게 “XX년”, “미스 박”이라고 하던 말들에 대해 사람들은 저학력자와 여성을 차별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어떤 가수들은 이 차별적 단어를 가사로 한 노래를 광장의 무대에서 부르겠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광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이런 거였다. “별 걸 가지고 다 차별이라고 하네.”

저학력자와 여성을 차별하는 말을 아무리 정유라와 박 전 대통령에게 한다 하더라도, 그 말을 광장에서 듣고 존재가 조롱당하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인 저학력자와 여성 당사자다. 차별적 말을 쓰지 말아달라는 약자의 호소는 별 일 아니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는 대의가 더 중요하다더니, 이젠 자신들이 ‘모시는’ 사람 한 명을 보호하고자 언론사와 기자 개개인들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밥을 자기 손으로 직접 퍼서 먹은 모습을 일반적으로 서술한 경향신문은 오히려 문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뷔페식 식당에서 자기 밥을 스스로 가져다 먹는 건 당연하다. 남이 퍼주지 않았다는 걸 강조해야 하는 것조차 이상하다.

‘여사’는 남편의 신분에 따라 아내의 존재를 규정 짓는 여성차별적 단어다. 게다가 ‘여사’가 퍼스트레이디의 신분을 나타내는 단어도 아니다. 운전 못 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 ‘김여사’에서는 ‘여사’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미스’와 마찬가지로 ‘여사’도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영부인은 대통령의 아내이기 이전에 오롯이 존재하는 주체적인 한 개인이다. 그를 ‘여사’로 규정 짓는 것이 되레 그를 차별하는 일이다.

언어투쟁은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일상에서의 차별과 싸우는 일이다. 차별이 별 게 아니다. 겉으로 볼 땐 평범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 한 마디에 약자임이 강조되고 비하당한다면 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촛불집회는 미완성의 민주주의였다. 뿐만이 아니다.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한 문 대통령을 보호하느라 누구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도 그들이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약자의 언어투쟁은 무시당했는데, 새 정권이 들어서고난 후 강자 보호를 위한 언어투쟁이 개진되고 있다. 그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언론사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중이다. 진짜 무시당해 온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권력자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하는 언론사가 권력자에게 경어체를 써야 하는가.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많은 권한을 이양받은 사람이지 ‘높은 사람’이 아니다. 정권교체만 되면 새 세상이 올 것처럼 얘기하더니, 어쩐지 과거로 자꾸 되돌아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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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반론]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역사적 맥락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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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Ahn Young-joon(AP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