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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vs. Trump (2) 수사국 요원들의 분노

박상현 2017년 05월 17일

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식사에서 이어집니다.


미국에서 정부 소유의 전용기를 타고 공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우선 대통령은 잘 알다시피 에어 포스 원을 탄다. 부통령은? 에어 포스 투(Air Force Two)를 탄다. 보잉 757을 개조한 여객이다. 그 외에도 전용기를 타는 직책이 있다. 바로 법무부 장관과 FBI 국장이다. 이들은 전용기를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타게 되어있다. 범죄자들과 싸우는 직책이라는 특성 때문에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는 위치에 있고, 그런 그들이 일반 시민들과 같은 비행기를 탄다면 그것은 그들의 안전 만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도 함께 위협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전용기를 타게 하는 것이다.

image 미 부통령의 전용기 에어 포스 투/AP Images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전격적으로 해임되었을 때, FBI 요원들이 분노한 이유 중 하나가 “FBI 국장이 L.A.로 출장 가 있는 동안 해임되었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가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동부의 워싱턴 D.C.에서 서부의 캘리포니아로 전용기를 타고 갔는데,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해임되면 민간인이 되기 때문에 동부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전용기를 타지 못하고 여객기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코미 국장이 실제로 어떤 비행기 편으로 돌아갔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는 해고 사실이 언론에 공표된 데 더해 일반기로 돌아가서 사무실에서 짐을 챙겨야 하는 수치까지 겪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트럼프의 무신경, 혹은 보복이 FBI 요원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FBI라는 조직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대개 검찰이나 수사기관들이 그렇듯 FBI도 내부적인 단결과 엘리트 수사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FBI 요원들이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Don't embarrass the Bureau," 즉 연방수사국을 망신시키지 말라는 것이라고 한다. 한 요원의 실수도 FBI의 실력과 권위에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image 호주를 방문한 코미 국장/AP Images

그런데 트럼프는 그렇게 자부심 강한 조직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무능하고(incompetent), 부패한(corrupt) 조직으로 몰아붙였다. 물론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힐러리의 이메일 서버 수사에서 특별한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발표 때문이다. 트럼프는 힐러리의 이메일 이슈로 지지자들을 모으고 있는데, 혐의가 없다고 발표하니 자신의 주장이 근거 없는 비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럴 때는 힐러리의 서버를 수사한 FBI가 실력이 없거나, 힐러리 측과 결탁한 것이라고 말해버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이 근거 없었음을 감추기 위해 FBI를 이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가지 이슈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수사기관이라는 특성상 애초에 FBI의 내부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지율을 위해 그들에게 그토록 소중한 FBI의 평판을 희생시키자 요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트럼프에 대한 미움은 커져갔고, 급기야 자신들의 수장인 코미 국장을 모욕적인 방법으로 파면하자 수사국 내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식사
FBI vs. Trump (2) 수사국 요원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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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코미 국장을 해임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