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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1)

안보를 둘러싼 트럼프의 셈법과 한국의 셈법

고준우 2017년 05월 17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특정 후보의 승리와 무관하게 주요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비롯한 경쟁은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정치적 쟁점들을 드러냈다. 각종 정책과 사회현안을 두고 주요 대선후보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각 후보 지지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었던 주제는 역시 안보 관련 이슈와 인권 관련 이슈였다.

두 가지 이슈 모두에 대해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두 가지 이슈 모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정책적 함의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함의다.

트럼프의 셈법과 대한민국의 셈법은 달라야 한다

먼저 안보 이슈에서 트럼프의 당선의 함의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이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서 그 비용을 대한민국에게 떠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태평양 패권을 둘러싼 경쟁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재균형 전략을 천명했다. 재균형 전략이란 그동안 중동 지역에 파견했던 미군의 규모는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파견한 미군의 규모는 늘려서 중국을 압박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의 급격한 군사적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중국은 대만과 충돌했을 때 미국이 개입할 경우를 대비해 A2/AD 전략을 펼치고 있다. A2/AD란 반접근(Anti-Access, A2)과 지역 거부(Area Denial)를 의미하는 말로,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미군의 행동과 작전 수행을 막아내기 위한 군사적 전략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만, 대한민국, 일본 등 동맹의 강화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시도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부터 시작해 자신들의 군사적 행동반경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하면서 둘이 맞붙는 형국이 된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도 이런 형국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드는 공식적으로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다. 그러나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 도입된 X밴드 레이더는 소프트웨어의 교체를 통해 중국 본토의 일부까지 레이더로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방어하길 원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대응하게 된다.

image 사진=훈련 중인 주한미군

미국은 사드를 배치하면 전체적인 군사안보가 강화된다. 만약 X밴드 레이더로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군사적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그 자체로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군사적 대치의 균형추를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다. 그래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무임승차’하는 약소국들을 털어냄으로써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은 미국 국민들의 피해의식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전략이었다. 멕시코와 같은 주변부 국가들에서 넘어온 이주민들이 미국의 노동시장에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해, 정작 미국 자국민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미FTA에 대해서 보이는 적개심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한미FTA는 미국에게는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와 일자리 부족을 안겨주고 정작 한국 대기업들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거래이기에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미FTA를 일컬어 표현한 “재앙(disaster)”이라는 말에서 이런 관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결국 트럼프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손해인지 이득인지뿐이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안보 문제도 누가 손해를 보고 이득을 챙기는가의 문제가 된다. 사드 배치에 대한 트럼프의 판단은 미국이 손해를 보고 한국이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미사일 방어체계를 얻어서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손에 넣지만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럼프의 입장을 “외교안보·통상 등 분야와 상관없이 모든 현안을 한 테이블에 올리고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유리한 협상 카드면 써버리는 식”이라고 평하고 있다.

image 사진=사드반대시위(AP Images)

트럼프의 행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사드 배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이유가 된다. 이미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나아가 미군이 기습적으로 사드를 배치한 데에는 한미 정부 사이의 이면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민주적 절차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사드 배치가 문제없이 해결되더라도 한국이 사드 배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상 향후 중국과 미국의 태평양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각종 군사 부담을 한국에게 전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지는 않을지 따져봐야 한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동맹이 갖는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각주 처리 : 강대국과 약소국이 동맹을 맺을 경우, 강대국은 약소국의 군사 안보를 위해 자국이 손해를 보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때문에 약소국은 강대국에 의해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강대국이 수행하는 전쟁이나 군사비용 분담에 참여하게 된다는 딜레마다. 연루를 피하자니 방기되고, 방기를 피하자니 연루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트럼프의 셈법을 생각할 때 이런 딜레마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가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거론되는 지금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의 정세를 과연 평화를 향해 이끌 것인지, 더 극심한 대립과 긴장의 상태로 이끌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의 셈법과 문재인 대통령의 셈법, 대한민국의 셈법은 달라야 한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2) 트럼프의 당선은 인권운동의 실패를 보여주는가?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