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r Salon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 한국 경제의 OS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1)

[디퍼살롱①]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인선 2017년 05월 18일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떤 숙제를 풀어야 할까요? Deepr 디퍼가 <디퍼살롱-구체제의 모순을 넘어, 포스트 박근혜 시대>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디퍼살롱>은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님을 모시고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 한국 경제의 OS(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려면>이라는 주제로 5월 11일 진행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한 독자분들을 위해, 그 내용을 기사와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

오늘 <디퍼살롱>의 주제를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잡았습니다. 디지털 경제, 그리고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두 개념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습니다.1

'디지털 경제'는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말은 아닙니다. '박정희 패러다임'이라는 것도 아직 학문적·공식적으로 인정된 용어는 아닙니다. 의미에 대한 합의는 내려지지 않았지만 현상으로서 디지털 경제는 분명 나타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죠. 정보통신기술을 통해서 정보의 유통 및 사용 방식이 크게 변할 거라는 걸 이미 우리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반면 박정희 패러다임은 그동안 한국을 굴려 온 전형적인 국가 운영 체제·원리를 말합니다. 6.25이후 피폐한 상황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선진국까지 오는 과정에서 박정희 패러다임은 잘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패러다임은 언젠가 한계를 맞기 마련입니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수명도 이미 다한 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관성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변화를 못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 경제에 대해 말씀드리고, 우리나라 경제가 왜 새로운 걸 못 받아들이고 있는지, 혁신과 규제의 프레임에서 어떻게 혁신을 껴안을 수 있는 규제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mage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강지인 /Deepr

디지털 경제란?

디지털 경제란 생산을 비롯한 경제 활동의 전 과정이 디지털로 처리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다. 과거에는 생산을 위해 토지, 노동, 자본 3대 생산요소를 투입해야 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투입해야 합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벌어지는 생산 활동 가운데는 전통 경제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통 경제는 GDP를 이용해 측정하는 반면 디지털 경제에서의 경제 활동 가운데는 GDP로 포착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려면 돈을 지불해야 하는 반면, 요즘 우리에게 중요한 여가라고 할 수 있는 SNS 활동을 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죠, 영화 티켓을 구매하는 활동은 GDP에 잡히지만 다른 활동은 잡히지 않는 겁니다. SNS는 기업의 마케팅 채널, 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등 생산 과정의 중요한 채널 중 하나가 됐지만 전통 경제는 이를 측정하지 못합니다.

디지털 경제에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1) 가상공간

먼저 가상공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전자상거래가 대표적입니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합니다. 경제활동이 물리적인 오프라인 환경이 아니라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O2O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엔 온라인으로 거래 못했던 서비스, 부동산, 자동차 등이 이젠 온라인상에서의 정보 거래를 통해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경제 활동이 디지털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처리되면서, 기존의 물리적인 공간이 가지는 시공간적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됐습니다. 간극이 낮아진다는 건 곧 생산성 향상을 의미합니다. 똑같은 활동에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죠. 기업 입장에선 생산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비용으로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소비자 중심

또 하나의 특징은 소비자 중심입니다. 별점 평가 시스템이 대표적이죠. 과거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직접 구매를 해 보거나, 먼저 구매한 사람의 정보를 활용하거나, 광고에 의존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에 남긴 후기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에도 마찬가지죠. 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비용이 줄어들었습니다.

image 디지털 경제에선 가격 뿐 아니라 평판도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사진=Mary Altaffer /AP Images

O2O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평점 시스템입니다. 전통 경제에선 가격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평판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쌍방이 매기는 별점 포인트를 통해 신뢰를 측정합니다. 금융상품 등 정보비대칭이 컸던 영역들에서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죠.

3) 데이터: 생산이 생산을 낳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또 다른 생산을 위한 인풋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ex. 온라인 대출 심사,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디지털 경제, 인간의 확장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은 '픽셔널 리얼리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한국말로 대화하는 건, 실재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사람들 간의 약속에 의한 겁니다. 사피엔스 시절엔 전혀 없던 개념들이 인지혁명을 통해 생겨나고, 점차 확장됐습니다.

image 디지털 경제는 인간의 확장이다. 사진=최대성 /Deepr

마셜 맥루한도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기계를 통해 인간이 육체적 확장을 이뤘고, 한계를 극복했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자동차를 타기 시작함으로서 물리적 공간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고, 도시를 만들고 상거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맥루한이 이 책을 쓴 게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데, 그 때 이미 물리적 공간보다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올 거란 예측까지 했습니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도 "현대 문명은 3파운드밖에 안 되는 두뇌가 조금씩 확장하면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은 사실 사후에 역사를 돌아보고 내린 평가입니다. 그래서 현재진행형인 변화를 두고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실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입니다.

<디퍼살롱: 1.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

박정희 패러다임의 잔재 중 하나는 소비자나 사용자보다는 공급자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규제일 것입니다. 규제 당국을 개찰구 설계 방식에 비유해본다면, 우리나라의 개찰구는 폐쇄형일까요, 개방형일까요? 정답은 지난주의 <디퍼살롱>을 담은 이 영상 속에 있습니다.

Deepr 디퍼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5월 18일 목요일

4차 산업혁명과 박정희 패러다임은 호환 불가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저는 언론 기사를 접할 때마다 우리가 여전히 구체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스몰웨딩이 유행인데요.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식이 언제 시작됐는지 아시나요? 불과 50년이 안 됐습니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이 시작되던 시기 정부에서 정해준 방식으로 결혼식을 치른 겁니다. 지금도 법에 '가정의례준칙'이라고 해서 기록이 돼 있습니다. 이런 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습니까. 물론 사문화 돼 있긴 하지만 그만큼 국가가 개인 생활에 깊이 개입해왔다는 상징입니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북한이라는 보이는 적이 있는 상태, 그러니까 홉스가 말한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 상태'의 권력 공백을 박정희 체제가 메우면서 작동됐습니다. 당시엔 작동을 잘 했죠. 민주주의를 억압했지만 물질적 기반 하나는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지금까지도 우리의 경제·사회활동에 남아있다 보니 갈등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 패러다임과 애초에 호환이 안 되는 패러다임입니다.


첫 번째 <디퍼살롱>에 참여해 주신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님,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 <디퍼살롱>은 책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의 저자 김형모 님을 모시고 <새정부 공적 연금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진행됩니다. (5월 25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장충동 메디아티 스튜디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참가 신청은 여기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디지털 경제와 박정희 패러다임: 한국 경제의 OS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2)가 계속됩니다.


  1. 김건우 님의 발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요약 정리한 기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