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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나 사랑법': 요리해먹기

윤지원 2017년 05월 19일

‘요리를 해 먹는다’는 것은 돌봄노동이다. 너무 과한 표현같다면 당신의 부모님이, 특히 어머니가 당신에게 제공하는 돌봄노동을 떠올려보라. 나와서 사는 청년들은 안다. 하루 세 끼를 일반적인 한식으로 차려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를.

청년이 편의점 음식을 자주 먹는 이유가 꼭 돈이 없어서 만은 아니다. 청년들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사실 금전적인 자원을 포함한 투자에 가깝다.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에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는 청년들, 식당에 줄 서서 기다리기는 싫고 급한 배고픔만 후딱 해치우고 자소서를 쓰러 가야 하는 청년들, 다들 바빠 친구와 식사 약속 잡기도 어려운 청년들에게 밥 먹을 때 가장 투자하기 싫은 것은 사실 돈보다는 시간이다. 본인을 돌보는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가끔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이 자신이란 사실을 잊곤 한다.

청년이 가정과 학교의 돌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하는 첫 단계는 바로 ‘스스로 요리해먹기’다. 여기, 혼자 요리해 먹고 사는 두 청년을 소개한다. 이들은 말한다. 요리해먹기는 자신에게 관심을 주는 방법 중 하나이며, 자신만의 독립적인 생활 루틴을 확립하게 해 주는 기준이라고.

image 부엌에서 요리 중인 이문택 씨. 가장 자신있으면서도 금방 할 수 있는 요리로 스파게티를 꼽았다. 사진=김나리

건강을 생각하면서 요리를 시작하다

24세 청년 이문택 씨는 혼자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지방과 해외로 잦은 출장을 다닌 덕에 상당히 이른 시절인 중학생 때부터 혼자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 햇수로 치면 10년 정도다. 이쯤이면 손색 없는 전문가라고 불릴 만도 하다. 가장 처음으로 만든 음식은 오므라이스라고 기억한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계란 후라이를 망해서 거의 볶음밥처럼 만들었다. 이제는 두껍게 만들면 된다는 팁도 알고 있는 어엿한 10년 차 ‘혼밥러’다.

“나가서 사 먹는 게 편하기야 해요, 솔직히. 하지만 군대를 공익으로 갔거든요. 아침에 급하게 출근하고 저녁에 늦게 퇴근하다 보니 늘 편의점에서 빵이나 라면을 사먹었어요. 그런 생활을 2년을 반복하다 보니 장이 많이 망가졌어요. 이제는 두 끼만 라면으로 먹어도 속이 아파요.”

일단 몸이 아픈 걸 느끼니까 가장 직접적으로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직접 요리해서 먹으면서 부터 또 하나 습관이 생겼다. 밥 때를 챙기기 시작했다. 물론 세 끼 다 꼬박 챙겨먹기는 힘들지만 제 때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곧 몸에 좋은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25세 학생 김태훈 씨의 경우, 요리해먹기의 시작은 다이어트였다. 기숙사에 살다보니 모든 식사는 늘 밖에서 사 먹을 수 밖에 없었지만 식당의 음식들은 지나치게 고염식이었다. 양념이 많이 된 치킨은 단 두 조각만 집어먹어도 하루 할당된 칼로리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이럴 바에는 직접 조미료를 적게 넣은 음식을 해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역하고 작년 5월에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김 씨는 매일 자신이 먹는 음식을 요리한다.

“주로 해 먹는 건 삼겹살, 닭가슴살, 불고기전골, 순두부찌개요. 나머지는 마트에서 그날 세일하는 거 사요. 딱 내가 먹는 정도만 사서 먹고 음식물 쓰레기는 만들지 않으려고 하죠.”

image 넣어 둔 스파게티 면이 요리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이문택 씨. 날짜가 지나서 면을 새로 사러 가야 했다. 사진=김나리

마트 장보기는 '하루 만 원'

두 사람의 장보기 방식은 달랐다.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 가서 일이주일치 쇼핑을 한다. 주로 사는 식품은 멸치나 김치 등 잘 상하지 않는 반찬 종류다. 최근에는 마트에 ‘990원 코너’가 생겼다. 990원어치만 채소를 판다. 이런 묶음은 혼자 먹는 사람에게 가격도, 양도 부담스럽지 않다. 채소의 경우 최대한 적게 살 수 있으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들을 산다. 마늘은 얼려 보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단 처음에 해 먹고 싶은 걸 생각하고 사요. 그리고 두 번째 요리를 생각하게 되지요. 강된장이 들어 있는 작은 팩도 자주 사는 식품이에요. 그냥 집에 남아 있는 모든 채소 다 넣고 만들 수 있으니까요. 스파게티도 의외로 금방 만들어요. 저는 익숙해져서 20분만에도 만들 수 있어요. 카레도 한 번 만들면 오래 먹고요. 최근에는 ‘굴라쉬’이라는 헝가리 스튜도 자주 만들어요. 마트에서 파는 토마토 소스 끓이다가 파프리카 가루만 넣어주면 되거든요. 하루 날 잡고 만들어두는 거죠.”

image 이문택 씨가 진열된 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콩나물을 살피던 그는 "콩이 말라 비틀어져있고 약간 노란빛이 도는 걸 보니 신선하지 않네요."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사진=윤지원

반면 김 씨는 매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간다. 그날 먹을 것만 사서 그날 요리한 것은 다 먹는다. 집 주변에 장을 볼 수 있는 곳이 세 곳이 있는데, 어떤 마트에 어떤 종류가 싼지 기억해두고 번갈아가면서 이용한다.

“계란은 큰 마트가 싸요. 정육점이 있는 작은 마트는 고기가 싸고요. 매번 가니까 어디에 어떤 식품이 있는지 다 기억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아요. 한 30분 정도만 걸리는 것 같네요.”

김 씨가 매일 음식을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가정집은 가장 작은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금방 채우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애매하게 조금씩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골칫거리다. 특히 채소의 경우 다듬으면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그래서 김 씨는 아예 채소는 잘 구매하지 않고, 대신 과일로 채소를 대신한다. 과일 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덜 나오는 것은 방울토마토다.

이문택 씨는 한 번 마트에 갈 때 약 6만원 정도를 쓴다. 일주일을 먹는다 치면 하루에 만 원이 조금 안되게 드는 셈이다. 김태훈 씨는 하루 지출로 따지자면 만 원에서 이만 원 사이라고 한다. 보통의 편의점 도시락은 약 4천 원 선이다. 여기에 마실 것을 산다고 해도 합쳐서 한 끼에 약 6천 원, 하루에 두 끼를 챙긴다고 해도 만 원을 넘는다. 스스로 요리해 먹는 것은 편의점 음식을 사 먹을 때와 비교해도 효율적인 지출이다.

image 이문택 씨가 요리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사진=김나리

요리해먹기는 결국 나에 대한 사랑

이 씨는 요리도 결국 자존감이 있을 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워낙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라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요리는 나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없을 때는 잘 해먹지도 않아요. 요리뿐 아니라 방청소라든지 나를 포함한 주변을 관리하는 모든 사소한 행위가 그래요. 아플 때는 먹는 거고 뭐고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지잖아요? 나를 챙긴다고 스스로가 억지로 다짐하든, 익숙해져서 습관이 되었든 간에 요리는 결국 나를 챙기고자 하는 행동인 거 같아요.”

김 씨에게는 다이어트에서 비롯된 생활의 변화가 자신만의 건강한 생활 루틴을 정하고 꾸준히 지키는 계기가 되었다.

image 김태훈 씨가 직접 요리한 음식 사진.

“요리가 시간이 많이 들고 귀찮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잖아요? 근데 요리의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는 거예요. 밖에 나가서 뭐 먹을지 정하고, 같이 밥 먹을 사람 찾고, 앉아서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할 바에는 내 도시락 싸서 다니는 게 확실히 시간이 덜 들어요. 그리고 익숙해지면 시간이 덜 드는 요리를 하게 돼요. 저는 아침에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에 달걀이나 닭가슴살을 물에 넣어둬요. 샤워 다 하고 나오면 삶아져 있는 거 그대로 들고 나가면 돼죠.”

밤 새 게임하고 친구들과 술도 먹고, 낮에는 주로 잠을 잤다. 깨면 다시 술 먹으러 나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니 ‘나'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몸에서 이상 신호가 오는지, 하나씩 나에 대해서 발견하면서 그게 곧 스스로에 대한 투자임을 깨달았다.

집에서 요리해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를 때운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식사를 요리한다는 것은 청년이 엄연히 본인을 혼자 돌볼 줄 아는 독자적인 삶을 구축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돌봄 노동을 자신이 하기 시작하면서 청년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스몰 웰빙’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혼자 요리해먹기다.

cover=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