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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Are Reading

5월 넷째 주, Deepr에서 읽고 있는 책들

C Curation Team 2017년 05월 20일

1. 하민지가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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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된 인간: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 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 책세상

친구에게 재밌는 책을 샀다며 제목을 말해줬다. 친구는 어느 나라 소설이냐고 물었다. 제목만 보면 소설인 것도 같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그리고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는 진짜 염소가 됐다. 염소의 신체를 연구해서 자신의 몸에 보조장치를 붙였다. 그리고 염소 무리와 어울리며 같이 풀을 뜯어 먹는다(풀은 정말 맛없다고 한다).

친구에게 염소가 된 트웨이츠의 사진을 보내줬다. 친구는 이게 뭐냐며 박장대소를 했다. 실은 나도 그랬다. 서점에 가서 색다른 책 없나 구경하다가, 염소 흉내를 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웃겨서 샀다.

책은 총 5장으로 돼 있다. 1장에서 염소가 되기로 결정한 동기를 읽고, 도저히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염소가 된 인간의 삶을 설명한 5장으로 바로 넘어갔다. 2장~4장은 아직 안 읽었다.

트웨이츠는 ‘인간으로부터의 휴가’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걱정거리들로부터 해방되고 존재에 대한 고민 없이 살고 싶어서 동물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근데 잠시 동물이 돼 본 ‘이색 체험’에 그친 것 같기도 하다. 중간중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하기도 하는데, 워낙 문체가 개구쟁이 같아서 그런지 진지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치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읽어볼 수 있게 하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또한 사진이 정말 많다. 자신이 일주일 간 대신 돌봐주고 있는 조카의 개(걱정 없이 산다는 설명을 덧붙여 놨다.) 사진까지 올려 놨다. 글씨도 크고 분량도 적은 데다가, 구어체로 적혀 있어서 금방 읽힌다. 주말에 쉬면서 부담 없이 읽기 좋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 인문학적 성찰을 가볍게 해 보고 싶은 사람, 염소가 되기로 결정한 괴짜 디자이너의 삶이 궁금한 사람, 염소를 좋아하는 사람


2. 윤지원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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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사이드

앤서니 오닐 | 한스미디어

마니아까지는 아니어도, 소비하는 장르에 대한 확실한 선호나 취향은 있다. SF는 내게 그러한 장르다. 일단은 무조건 펼쳐 보고, 클릭해 보는 것. 노란색의 볼드한 제목이 달 위에 크게 박혀있는 표지는 일단 합격이었다.

달에 건설된 ‘퍼거토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마치 지구에서 온 순진한 관광객이 돼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만든다. 달을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은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과 고딕 양식이 뒤섞인 도시, 그리고 그 안에 사는 거친 사람들-지구에서 추방된 범죄자들, 매춘부들, 위험한 것을 즐기는 탐험가들-이다. 이들은 무질서하고 통제가 힘들지만 어디서든 사람이 정착한 곳은 그 나름의 질서가 있는 법이다.

퍼거토리를 지배하는 사람은 플레처 브라스다. 브라스는 지구와 달을 통틀어 최고의 부자다. 그가 행성을 넘나드는 재력을 쌓은 과정과 스스로 메시아가 되어 우주를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을 들으면 실제 현실의 몇몇 위험한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거칠고 음험한 달의 도시는 매력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지구에서 온 가녀린 독자는 금새 희생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독자에게는 유능하고 타협 불가능한 유스터스 형사(닉값!)가 있다. 그는 달에서 일어나는 연쇄 테러를 수사하면서 수상한 사건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간다. 지구의 룰에서 벗어난 곳에서 유일하게 잊혀진 가치-원칙, 정의, 그런 것-를 지키는 그의 등뒤에서 독자는 안전하게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아참, 그리고 미친 안드로이드를 소개한다. 그는 퍼거토리서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 수술을 받다가 한 개의 목표를 가지고 깨어난다. ‘엘도라도에 가서 지배하라!’ 이 목적을 가지고 그는 달의 도시 한가운데로 전진한다.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을 죽이면서. “절대로 벽에 머리를 박지 마라. 남의 머리를 박아라.” 퍽. 퍽. 퍽.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SF 혹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 로봇이 등장하는 미래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 지구를 떠나 탐험을 하고 싶은 사람, 다음 웹툰 ‘김탐정 사용설명서’를 좋아하는 사람


3. 김희림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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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와 끼리: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

정유성 | 책세상

낙성대역 앞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마주했다. 남성 특유의 ‘그들만의 리그’를 따로와 끼리로 요약한 것과, 적나라한 표지에 감탄했다. 책의 앞날개를 넘기자마자 이 책의 저자가 남성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지갑을 꺼냈다. 남성이 해체하는 남성 문화라. 출간 연도는 2001년. 문화비평서치고는 낡았다고 생각했지만, 절반을 읽은 지금 돌이켜보면 내 완벽한 착각이었다.

꼰대와 개저씨는 내게 늘 연구 대상이다. 나이 먹으면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그 밑에 깔려있었다. 그들의 젊은 시절인 80년대를 상상하며 공부했지만 답은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 2001년에 출간된 이 책은 90년대를 관통한 민주화와 금융 위기를 독재 정권과 가장의 권위의 붕괴로 연결 짓는다. 지금의 50대 이상의 남성들이 갖는 뒤틀린 모순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중년의 남성 젠더 연구자로부터 들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꼰대와 개저씨가 싫은 사람들, 그렇게 되기 싫은 사람들, 그들을 분석하고픈 사람들, 그리고 본인의 ‘남성성’에 애증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4. 박상현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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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Thought This Was a Good Idea?: And Other Questions You Should Have Answers to When You Work in the White House

Alyssa Mastromonaco | Twelve

정치인에 관해서 알고 싶으면 정치인이 쓴 책이 아니라, 그 정치인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쓴 글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다. 정치인은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관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 이유고, 그들은 자신만의 어젠다가 있기 때문에 사건과 인물의 공정한 기록자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이 책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백악관 비서실차장을 지내면서 대통령의 스케줄 관리를 맡았던 알리사 매스트로모나코가 오바마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직후 부터 함께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한 책이다. 특히 대단한 학력과 끈이 있는 것도 아닌 필자가 미국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 사연을 가벼운 대화체(흔히 "롬콤"이라고 불리는 헐리우드 로맨스 코미디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독백을 생각하면 된다)로 재치있게 이야기한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도입부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걸 선물처럼 쏟아낸다. 참고로, 제목인 “Who Thought This Was a Good Idea(누가 이게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지)?”는 방문이나 연설 등의 일정을 다소 무리해서 잡았는데, 안좋게 끝났을 때 자신이 대통령으로 종종 들었던 말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는 후에 북리뷰로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웨스트윙 팬, 하우스오브카드 팬, 미국 정치뉴스 독자, 남성들의 세계에서 일하는 여성


5. 정인선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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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 문예출판사

2월부터 참여하고 있는 정치학 고전 강독 모임에서 읽기 시작한 책. 첫 시즌에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두 번째 시즌에는 '자유주의'를 주제로 책을 읽고 있는데, 두 번째 시즌의 첫 책이 밀의 <자유론>이다. 마침 모임을 갖던 날 언론사들의 사과문 릴레이가 펼쳐졌다. 소속 기자가 취중에 SNS에 일부 문재인 지지자를 '문빠'라고 지칭하며 '부적절한' 글을 올린 데 대한 사과문이었다. 전날 밤 해당 기자가 본인의 개인 SNS 계정에 먼저 올린 사과문에는 댓글이 1만 개가 넘게 달렸다. 절독이나 광고 중단을 운운하거나 신상을 위협하는 댓글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밥을 혼자 퍼먹었다"고 쓴 언론사와 문 대통령의 부인을 '김정숙 여사'가 아닌 '김정숙 씨'라 쓴 언론사도 비슷한 일을 겪어야 했다.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정치는 진실이 아닌 의견을 다투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딜레마는 여기서 나온다. 플라톤은 "민주주의란 유동적인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 위에 서 있는 체제"라면서, 그 위험성을 평범한 사람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철인정치라는 아이디어도 그렇게 나왔다. 반면 밀의 생각은 다르다. 밀은 "인간을 최대한 다양하게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빌헬름 폰 훔볼트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시작한다.

같은 투표용지를 두고 칸 사이의 간격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다투거나, 같은 영상을 보고 멱살을 잡았네 안 잡았네 다투는 것. 어떻게 보면 이런 것까지 의견을 다퉈야 하나 싶지만, 정치가 원래 그렇다는 걸 인정하고 출발하지 않으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다.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2장이 특히 흥미롭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민주주의, 뭘까..?' 회의가 들기 시작한 사람, 아무말대잔치중인 사람을 보면 가서 입을 틀어막고 싶은 충동이 드는 사람, 아무말대잔치를 즐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