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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vs. Trump (4) 트럼프를 잡는 트럼프식 용인술

박상현 2017년 05월 23일

트럼프와 러시아 커넥션에 관한 수사에 또 다른 반전이 지난 주에 일어났다. 미 법무부 차관인 로드 로젠스타인이 전격적으로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이나 백악관에도 알리지 않고 곧바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별 검사를 임명한 것이다. 워싱턴은 발칵 뒤집혔고, 언론사들은 온갖 끈을 동원해서 상황파악에 나섰다.

우선 여기에서 특별 검사는 엄밀하게는 검사(prosecutor)가 아니라, 카운슬(counsel)이다. 하지만 한국언론에서 이 일을 두고 “특별 검사를 임명했다”라고 보도하는 것은 크게 틀린 보도는 아니다. 워싱턴 내에서도 사실상 특별 검사(special prosecutor)나 다름없다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특별 검사는 누구이고, 법무부 차관은 왜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특별 검사를 임명했을까? 여기가 흥미로운 대목이다.

먼저 특별 검사로 임명된 사람은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 로버트 “멀러” 이지만, 이미 한국언론에서 뮬러로 쓰기로 했으니 혼란을 피하기 위해 뮬러라고 쓰기로 한다) 전 FBI 국장이다. 특별 검사로 임명이 되는 경우 대개 그렇듯, 정치적으로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엄정한 수사를 한다고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중립성만으로 유명한 게 아니다. 그는 FBI 내에서 “빨간 자동차(red car)”라는 별명이 붙었다.

image 사진=로버트 뮬러(AP Photo)

차 색깔이 뭐지?

뮬러는 FBI에서 근무할 때 디테일에 강한 인물로 유명했다. 수사의 모든 구석구석이 다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이고, 부하직원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요구했다. 가령, 범인의 차를 몰래 추적하고 있다는 보고를 하면 “자동차 색깔이 뭐지?”하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현장의 수사관이 아닌 이상 자동차 색깔까지 외우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할 때는 디테일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그걸 잘 아는 FBI 요원이 자동차 색깔을 포함해 온갖 디테일을 다 외우고 회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 색깔이 뭐지?”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그 요원은 자랑스럽게 “빨간색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뮬러가 다시 물었다:

“어떤 빨간색(What shade of red)?”

그런 인물에게 트럼프-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맡겼으니 트럼프의 반응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당장 “이건 마녀사냥(witch hunt)”이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제임스 코미 국장을 잃은 FBI는 법무부에서 신망이 두텁고 유능하기로 소문난 전직 FBI 국장에게 수사를 이끌도록 한 것은 일종의 명예회복이다. 그렇다면 그런 법무부 차관이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법무부 장관인 제프 세션즈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쪽 인물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 커넥션으로 인한 낙마는 피했지만, 러시아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할 경우 불편 부당성을 의심받기 때문에 법무부 내에서 러시아 커넥션에 관한 수사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상황이다. (이를 recuse라고 한다). 따라서 특별검사를 임명한다면 차관인 로드 로즌스타인이 나서야 하고, 장관과는 상의할 수 없다.

하지만, 법무부 차관 역시 대통령 밑에 있는 인물이고, 더군다나 로즌스타인은 트럼프가 코미 국장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 즉 FBI의 수사에 부적격인 인물이라는 편지를 작성해서 제출한 장본인이다. 코미를 해임하도록 이끈 로즌스타인이 어쩌면 코미보다 더 무서운 뮬러 전임 국장을 특별 검사로 데려온 이유는 뭘까?

트럼프를 잡는 트럼프식 용인술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은 조지 W. 부시가 임명한 검사 출신으로 오바마를 거쳐 트럼프 정권까지 살아남은 현재 법무부 내 최장수 검사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행보와 수사를 하는 인물이라는 평판 때문이다. 그의 인사청문회 때는 양당에서 거의 이견 없이 통과되었고, 그를 아는 동료와 부하직원들은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공무원의 전형(archetype)이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트럼프가 그런 로즌스타인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한 것은 홍보성이 강했다. 자신이 이만큼 공정한 인사,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로즌스타인은 (트럼프와는 다른 이유에서) 코미를 FBI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트럼프는 그런 그에게 코미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했고, 나쁜 평이 나오자 그 문서를 코미를 해임하는 근거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로즌스타인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문서가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반발했지만, 워싱턴이 그렇게 살벌한(dog-eat-dog) 곳임을 몰랐을 리는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부동산업자로 활동하면서 숱하게 법정 싸움을 해왔고, 자신에게 필요하면 명망있는 사람들을 데려다 쓰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살기 위해 언제든지 주위 사람을 던져버렸던 사람이다. 로즌스타인의 편지는 그렇게 트럼프의 필요에 이용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로즌스타인이 아니었고, 백악관과의 일절 상의 없이 트럼프에게 가장 불리할 인물을 특별 검사로 임명해서 발표를 해버린 것이다.

커버 사진=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 (A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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