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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1)

박상현 2017년 05월 24일

도저히 가망 없는 전기자동차 회사에서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혁신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선 테슬라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전혀 다른 전기 자동차,” 혹은 “엔진 자동차보다 더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테슬라를 뛰어넘는 양산 모델의 자동차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순간 가속력 등 운전광들을 흥분시키는 성능과 스펙에서 테슬라는 역사 깊은 자동차 대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세웠던 기록을 가볍게 깨뜨렸다. 흔히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은 다르다”고 하는데 (가령 독일 차는 성능에서, 일본 차는 품질에서 우위를 가졌다고들 한다), 테슬라의 모델S 자동차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컨슈머리포트가 “우리가 이제껏 사용했던 품질 수치(100점)를 깬 최초의 자동차”라고 했을 정도로 완벽한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미국의 디트로이트 빅3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가 테슬라를 두려워하고 테슬라를 저지하기 위해 각종 로비를 동원하는 이유는 테슬라 자동차의 성능이나 품질 때문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진정한 테슬라의 혁신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1. 광고하지 않는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광고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회사 10개 중 3개가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기업들이다. (GM 3위, 포드 6위, 피아트/크라이슬러 8위). 이들은 평균 20-30억 달러의 돈을 매년 광고비에 사용하는데, 테슬라는 TV광고를 일절 하지 않고, 모터스포츠에 스폰서를 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뉴욕모터쇼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판매가 되는 것은 모든 제조사의 꿈이고, 그렇게 해서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세상에 없던 것은 아니다. (터퍼웨어 같은 주방용품의 경우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주부 모임을 조직하는 특이한 모델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 그렇게 한 것은 테슬라가 처음이었다.

image 사진=일런 머스크 (AP Photo)

일런 머스크 같은 스타급 CEO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스타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델S로 성공하기 전 까지 머스크는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다. 페이팔로 돈을 벌어서 무모한 사업을 시작했고, 가망 없는 회사를 살려보려고 뛰어다니는 사람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 상황에서 광고 없이 판매를 신장한 것은 다른 기업들은 꿈도 못 꿀 혁신이었다.

2. 딜러가 없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서 제조사 다음으로 중요한 축이 딜러망이다. 각 지역과 동네에 퍼져있는 딜러쉽은 각각이 하나의 회사다. 성공한 딜러의 경우 한 지역, 혹은 한 주에 여러 개의 판매점을 가지고 여러 제조사의 차를 판매하는데, 우리나라의 웬만한 중소기업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거대한 비즈니스다.

image 사진=몰 한가운데 위치한 테슬라 쇼룸 (AP Photo)

미국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는 딜러들에게 차를 판매한다.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발표할 때 미국의 딜러들을 초청해서 융숭한 대접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진짜 고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고객에게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자동차를 배달해준다. 이 말은 딜러라는 중간상인이 챙길 비용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3. 할인이 없다

제조사는 딜러들의 판매를 돕기 위해 다양한 할인조건을 제공하는데, 딜러들은 그 조건을 적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이윤의 폭이 달라진다. 딜러가 “딜” 혹은 흥정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대개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제조사로서는 손해를 의미하고, 구매자로서는 지긋지긋한 흥정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

하지만 젊은 층일 수록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닳고 닳은 딜러 아저씨와 흥정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게 해서 자동차를 사고도 내가 남들 보다 몇 백, 몇 천 달러를 더 주고 산 것은 아닌지 계속 찜찜하다. (그래서 미국에는 연봉비교 사이트 처럼 각 지역별로 자신이 산 자동차의 가격을 올려놓는 비교 웹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모든 자동차를 정가에 직접 판매함으로써 할인을 통한 손실도 없앴고, 소비자의 불편함도 없앴다.

"그게 좋으면 빅3도 따라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비슷한 예로 온라인 판매를 함부로 확대하지 못하는 P&G나 유니레버 같은 생활용품 회사를 들 수 있다. 그들의 가장 큰 고객은 월마트이다. 현재 가장 큰 판매가 그곳에서 일어나는데, 그곳을 우회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하려고 하는 순간 월마트는 매장의 가장 좋은 위치를 경쟁사에 넘길 것이고, 온라인 판매가 성공하기 전에 현재의 판매 모델이 무너지게 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재의 판매망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데, 판매 모델의 혁신기업이 시장에 등장하면 그들은 기존의 판매망에 진입하기 어려우므로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고, 우회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데 성공하면 판매망이라는 레거시(legacy), 혹은 짐을 질 필요 없이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파괴적 혁신(disruption)의 공식이다.


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1)
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