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licts

편의점 CCTV는 보호일까 감시일까

미비한 CCTV 규정, 알바 노동자 인권은 점주에게 달렸다

하민지 2017년 05월 25일

편의점 알바 노동자에겐 필요악, CCTV

진상 손님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것인가, 감시로부터 나를 보호할 것인가. 편의점 CCTV는 알바 노동자에게 양날의 검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 달 알바 노동자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75.8%가 근무하는 편의점에 CCTV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CCTV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사건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응답이 44.3%로 1위를 차지했다.

image 사진=잡코리아

반면, 응답자 중 68.2%는 알바 중 감시를 당한다고 응답했다. 감시방법으로는 ‘CCTV를 설치하고 지켜본다’가 응답률 72.5%로 1위를 차지했다.

CCTV를 설치하자니 감시당하고, 설치하지 말자니 진상 손님의 사고 예방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는 편의점 노동자들. 편의점 안에서 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진상 손님 열전 : 알바 입안에 어묵 꼬챙이 쑤셔 넣고, 술 취해 시비 걸고

A씨는 13년 전 대학생 때, 1년 간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다. 그는 다양한 진상 손님을 만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진상들 다 모이는 역전 유흥가 쪽 편의점이었어요. 보면 주로 화풀이를 할 준비를 해서 오는 것 같아요. 자기가 강하다는 걸 보여줄 사람과 동행하는 경우도 흔하구요. 돈도 뺏겨 보고…”

한 번은 어묵맛이 왜 이러냐며, 자신이 먹던 어묵 꼬챙이를 A씨의 입에 쑤셔 넣은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어묵이 불어서 화가 났대요. 가족 데리고 온 손님이었는데, 아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가격을 가지고 따지는 사람도 있었어요. 맥주 가격이 서로 다른 건 제 잘못이 아니잖아요. 근데 저한테 따지더라고요.”

▲ 작년 9월, 술 취한 편의점 손님이 알바 노동자에게 뜨거운 라면을 던져 2도 화상을 입혔다.

또 다른 편의점 알바 노동자 은성 씨는 편의점 근무 경력이 올해로 4년 째다. 그는 일찍 독립을 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경력 없이 취직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에요. 지금까지 7~8 군데 편의점에서 일했어요.”

그는 술 취한 손님이 시비를 걸 때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었다. 편의점이 ‘동네 장사’인데, 동네에서 평판이 좋지 않을 경우 앞으로의 매출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되잖아요. 근데 이미 취한 상태로 (편의점에) 와서 또 술을 마셔요. 걸리면 영업 정지 당하는데. 그러다 시비 붙었는데, 동네 장사여서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어요. 경찰이 와서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했죠.”

편의점 CCTV : 점주를 위한 것일까, 알바를 위한 것일까

은 씨는 편의점 CCTV에 대해 “점주 입장에선 이용인데 알바 입장에선 악용인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한 번은 야간 근무 때 그의 친구가 편의점에 와서 밥을 먹고 갔다. 그 다음 날, 그는 점주의 전화를 받았다.

“점장님이 전화 오더니, “니네 야간에 아주 별 짓을 다 하더라” 이런 식으로 얘기한 적도 있었어요. 제 모습을 실시간으로 봤다는 얘기잖아요. 모든 근무시간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씨는 CCTV가 “주로 알바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난이나 금품 갈취가 있을 경우, 점주가 CCTV를 돌려 보고 해당 시간에 근무한 알바 노동자의 급여에서 손해액을 차감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점장도 자기 월급을 같이 까긴 했어요. 손해액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진 거죠. 점장 반, 알바 반 이렇게… 그리고 진상 손님한테 친절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면 찍혀서 혼나기도 했어요.”

image 편의점에서 근무 중인 알바 노동자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자신의 시선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사진=Deepr

한편, 인품이 좋은 점주와 근무한 경험이 있는 B씨는 CCTV의 필요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알바 노동자들이 편의점 제품을 훔쳐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점주가 알바 노동자들에게) 남는 도시락 폐기 찍어 먹을 수 있게 해 주면 (알바 노동자가) 일부러 맛있는 거 빼놨다가 (판매) 시간 지나게 해서 폐기 찍어 먹는 경우도 있어요. 편의점이 도난이 되게 손쉬워요. 그래서 CCTV가 있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실제로 은 씨는 동료 알바 노동자가 편의점 제품을 절도했고, 그에 대한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CCTV가 있는데도 일어난 일이었다.

“CCTV 설치해 놔도 매장 안에 (CCTV에 안 걸리는) 사각지대가 있어요. 한 번은 저 근무하기 전 타임에 근무한 알바가 사각지대를 알아서 절도를 했어요. 저는 앞사람 믿고 재고확인 안 했죠. 결국 재고가 안 맞았고, 확인 안 한 제 탓이 돼서 제가 다 덤터기 썼어요.”

은 씨는 본사에 항의를 했다. 그러나 본사는 원론적인 답변만 계속 했다.

“저희가 터치할 수 없는 문제고, 각 지점에서 알아서 해야지, CCTV 사각지대는 (없애도록 )권고하는 거지 강제하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만 얘기하더라고요. 저만 억울하게 뒤집어 썼어요.”

편의점 CCTV 찬반 팽팽, 해법은 점주에게 달렸다

A씨는 알바 노동자에 입장에서 편의점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걸로 도둑을 잡는 것도 아니에요. 대단히 고가품을 취급하는 곳도 아니라서 그냥 잡범 정도로 취급하고 수사도 잘 안 하잖아요. 현장에서 못 잡으면 끝나는 건데 그걸 찍은들… 알바가 돈 빼가면 어쩌냐고 하는데, 그건 정산할 때 다 들통나게 돼 있구요.”

은 씨는 4년 동안 수많은 진상 손님을 만났지만, 편의점 CCTV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열람을 아무나, 아무때나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운터를 비추는 곳은 (CCTV 설치가) 필요해요. 직원과 손님의 갈등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잖아요. 설치 자체는 찬성하는데, 열람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게 문제예요. 점장 아니더라도 컴퓨터 비밀번호 아는 사람은 아무나 (알바 노동자의) 동의 없이 볼 수 있어요.”

image 편의점에 설치된 CCTV. 편의점 CCTV는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한다. 알바 노동자의 인권은 점주의 태도에 달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사진=하민지

편의점을 새로 개업해 한 달 째 운영 중인 CU 중구장충점 점주 장윤미 씨는 CCTV 설치에 대해 “우리 애기들(알바 노동자들) 보호가 우선이어야죠”라고 말했다. 기자가 편의점에 방문했을 때, 장 씨는 알바 노동자가 식사하는 동안 본인이 대신 일을 하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

“진상 손님 때문에 어쩔 수 없겠죠? 그리고 손님이 카드를 두고 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CCTV로 손님 얼굴을 확인해야 하잖아요. 저도 알바도 가끔 실수를 하는데, 그때 확인해 보려면 또 CCTV를 돌려보기는 해야 해요. 그치만 알바들이 보호받는 게 우선이에요.”

장 씨 옆에서 식사를 마친 알바 노동자에게 CCTV 설치에 대해 물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야간 시간대 위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점장님이 잘 해 주시니까, 감시한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진상 손님 워낙 많으니까 꼭 있어야 해요.”


커버 사진=Deepr


취재 후기 | 이 기사에는 총 5명의 인터뷰이가 나옵니다. 13년 전, 악덕 업주와 진상손님에 시달렸던 A씨, 경력 4년으로 현재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은성 씨, 좋은 점주와 근무한 B씨와 C씨, 현재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장윤미 씨입니다. A씨 인터뷰를 보고 "13년 전은 너무 옛날 얘기 아니야?"라고 하실 독자가 계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A씨의 이야기를 통해, CCTV와 관련된 편의점 알바 노동자의 인권이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B씨와 C씨의 경우 좋은 점주와 근무했기 때문에 점주가 본인을 감시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두 분은 CCTV 설치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CCTV 설치를 피할 수 없다면, 결국 알바 노동자의 인권은 점주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