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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2)

박상현 2017년 05월 26일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테슬라는 광고비 지출이 거의 없고, 딜러망을 유지하지 않으며, 할인(혹은 인센티브)이 없다는 것은 놀랍지만, 여전히 테슬라가 만들어낸 혁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4. 예약금을 받는다

자동차의 개발은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컴퓨터 디자인의 등장으로 아무리 많이 단축되었다고 해도 3년에서 5년이 걸린다고들 한다. 달리 말하면 특정 모델의 자동차가 팔려서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주 길다.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회사가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긴 회수 기간이다. 점점 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그렇게 키운 몸집으로 생산단가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에, 신생 자동차 회사가 몇 년 씩 돈을 쏟아 부어가며 성공의 보장도 없는 자동차를 개발하도록 믿고 돈을 맡기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과거에 투자자들에게 시달렸던 일런 머스크는 미래의 소비자들로부터 받는 예약금을 받아 개발비에 보태는 기발한 방법을 꺼냈다. 2년 후에 나올 자동차를 사기 위해 예약금을 걸어두는 일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작년 봄에 발표한 모델 3 컨셉트카를 본 소비자들은 일주일 만에 32만 5천 명이 1천 달러의 예약금을 기꺼이 지불하고 차를 예약했다. 테슬라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희소성이 사람들을 안달하게 만든 것이다.

image 사진=테슬라의 모델3 (AP Photo)

현재 5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예약금을 걸어두었다고 하니, 우리 돈으로 5천 억 원이 넘은 돈을 한 푼의 이자도 받지 않고 빌린 셈이다. 하지마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출시와 함께 50만 대의 판매가 사실상 보장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에게 테슬라 자동차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5. 고급차에서 대중차로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 계기는 모델S의 성공이지만 모델S가 테슬라의 첫 양산 모델은 아니다. 첫 모델은 ‘테슬라 로드스터’였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된 이 차의 가격은 후에 나온 모델S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스포츠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량판매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스포츠카를 첫 모델로 택한 이유는 "전기 자동차”라고 하면 골프장에서 돌아다니는 카트를 떠올리는 미국의 대중들에게 "전기차=강력한 성능의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심지 않으면 향후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일본이나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저가의 자동차로 시작해서 신뢰를 쌓아가며 점점 고급차로 옮겨간 것과는 상반되는, 상식을 뒤집은 접근이다. 하지만 “높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비싼 차로 이미지를 높이고 돈을 번 후, 그것을 이용해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대중차를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도박은 성공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image 사진=충전 중인 테슬라 로드스터 (AP Photo)

6. 자동차가 아니라 배터리

테슬라의 혁신은 당연히 테크놀로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테슬라를 통한 머스크의 기술적 업적을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배터리와 배터리 생산방식의 혁신이다. 배터리는 자동차와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머스크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기도 하다. 자신은 자동차보다 배터리에 더 관심이 많다고까지 했을 정도로 배터리에 대한 머스크의 집착은 강하다. 자동차는 아무리 많이 팔려고 노력해도 시장 점유율에는 한계가 있지만,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되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 가장 필수적인 배터리를 판매한다면 전세계 가정을 상대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만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2018년에 가동률이 100%에 도달하면 2013년 한 해에 전 세계에서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의 총 물량보다 더 많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그 공장 하나에서 매년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 테슬라 측의 주장이다. 물론 기가팩토리의 주된 역할을 연간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테슬라 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함이지만, 테슬라는 이미 가정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배터리 산업과의 정면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커버사진=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테슬라 웹사이트)


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1)
테슬라의 진짜 혁신은 모터에 있지 않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