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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Are Reading

6월 첫째 주, Deepr에서 읽고 있는 책들

C Curation Team 2017년 05월 27일

1. 하민지가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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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피우진 | 삼인

어린 시절 내 아버지가 들려 주신 얘기다. 아버지는 헌병으로 군복무를 하셨다. 부대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여군들 대여섯 명이 왔다. 남군들은 그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여군들은 남군들 앞에서 바지를 벗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오줌을 눴다. 남군들은 얼어 붙었다. 바지를 입은 여군들이 말했다. “우리를 여자가 아니라 군인으로 대하십시오.”

남성 중심적인 세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 냉엄한 차별적 질서를 깨고 평등으로 나아간다는 것. 얼마나 무거운 무게의 삶일까. 운 좋게도 성별과 학벌, 경력, 나이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피우진 중령(현 국가보훈처장)은 유방암 투병을 하며 가슴을 들어냈다는 이유로 2006년 군 병원에 강제 입원됐을 때 이 책을 썼다. 여군인데 가슴이 없다고 장애 등급 판정을 받았고, 군 규정에 따라 강제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전역을 3년 앞뒀을 때였다.

피 중령은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여성 선배들의 사례와 함께 나같이 패배의 쓰린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고생한 여성 선배들도 그녀들에게 어둠을 헤치고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본다. 왜? 우리 여성 후배들이 살아갈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 중령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소개한다. 페미니즘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대하며 읽고 있다. 현재 42쪽까지 읽었는데, 피 중령은 이제 막 여군 장교 시험에 합격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여군이 되고 싶은 사람, 여군의 삶이 궁금한 사람, 남성이 많은 직장을 다니는 게 힘든 여성


2. 박상현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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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Century Ads

Jim Heimann | Taschen

1900년대 중반을 흔히 "mid-century"라 부른다. 인기 미드 ‘매드맨(Mad Men)'과 함께 부활한 1960년대 스타일은 남성 패션에서 가구까지 2010년대를 휩쓸었다. 이 책은 그 시대에 나온 신문/잡지 광고를 모아 설명한 것. 대학로의 Taschen 북까페에서 집어들었다가 빠져들었는데, 동행한 지인이 "그렇게 좋으면 내가 사줄게!"하고 즉석에서 선물로 받았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설명하듯, 1960년대의 광고가 특별한 이유는 미국이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을 끝낸 후 본격적으로 경제와 문화의 활황기에 들어서면서 이전 시기(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던 시기)의 제품 설명조의 광고에서 벗어나, 폴 랜드(Paul Rand)류의 과감한 그래픽 디자인과 재치있는 문구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직설적인 설명을 떠나, 한 번 다시 생각하게 만들거나, 궁금해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발한 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바로 이 시기.

책은 두툼하고 무겁지만, 광고모음이라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며칠 째 열심히 들여다 보는 중.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광고쟁이, 매드맨 팬, 함축적인 글쓰기를 연습하는 사람, 노안이 아직 오지 않은 사람 (글씨가 작다)


3. 정인선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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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인 앤 아웃: 떠나는 사람, 머무는 사람, 서성이는 사람, 한국 청년 글로벌 이동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

조문영 , 이민영, 김수정, 우승현, 최희정, 정가영, 김주온 | 눌민

평소 알고 지내던 활동가의 이름이 공동저자에 올라가 있어 읽기 시작한 책. 색과 타이포그라피가 강렬한 표지도 책에 손이 가게 했다. 마침 책을 읽기 시작한 주에 인천공항에 갈 일이 있어, 공항 가는 철도 안에서 주로 읽었다.

공항철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탄다. 캐리어를 든 여행객, 그리고 유니폼을 입은 공항 노동자. 그 중에서도 스무 살을 갓 넘긴 듯한 보안감찰요원들에게 눈이 갔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1만여 명에 이르는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재차 만난 노조 관계자는 "똑같은 일을 해도 공사 직원은 4교대 근무를, 협력업체 직원은 3교대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어린 보안감찰요원들은 공항을 '평생 일할 곳'이 아니라 '잠깐 일하고 말 곳'으로 여긴다고 한다.

공항을 거쳐 다른 나라로 '아웃'하는 사람들을 매일 보면서도 다시 '인' 해야 하는 어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책에 소개된 인도 장기여행자들은 '헬조선으로부터의 해독'이 필요한 이유로 구직난, 고용 불안, 가'족'같은 기업문화를 꼽는다. 그나마 떠날 수 있는 곳도 물가가 비싼 미국이나 유럽 대신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체류를 위해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으로 한정된다. 떠난 사람들, 혹은 떠났다가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떠나지 않고도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하나씩 계산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탈조선'하면 뭔가 있을 거 같은 희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탈조선' 했다 실패해 본 사람, '헬조선'이라는 말에 어쩐지 거부감이 드는 사람


4. 윤지원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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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 후마니타스

세상에는 도저히 양립 불가능한 집단이 있다. 표현의 자유, 다양성, 민주주의, 다원주의 좋은 단어를 다 갖다 붙여도 피하게 되는 그런 집단 말이다.

재미있는 말이 기억난다. 사람은 바퀴벌레를 혐오한다. 자다가 바퀴벌레와 닿으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서 피부를 박박 씻을 것이다. 그런데 바퀴벌레도 사람을 혐오해서 사람과 닿은 곳을 박박 닦는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벌레 주제에 사람을 싫어하다니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기사 댓글창과 사이트에서 누가 누가 서로를 더 싫어하나 겨루는 혐오 전쟁을 바라볼 때면 저 말이 생각나곤 했다. 양비론이 아니다. 내가 도저히 인류애로도 품을 수 없는 누군가를 볼 때, 저 사람도 나를 보면 진저리를 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라. 신기하다.

나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벽지 뒤의 바퀴벌레와 살아가고 있듯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과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대체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지지하는 정치인은 왜 좋아하는지, 주로 들어가서 활동하는 사이트는 뭔지, 페이스북에서 어떤 동영상을 '좋아요'하는지 궁금해진다.

사람 눈에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이면 이미 그 집에는 수많은 바퀴벌레가 살아서 바글바글 자리 싸움을 하다가 튕겨져나온 녀석이라는 말이 있다(믿거나 말거나2). 거리로 나와 행동하는 집단이 있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 사회에는 저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넷우익들이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지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당신의 이웃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대체 저들은 뭘까 알고 싶은 사람, 내가 혐오하는 대상의 실체를 알고 싶은 사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하고 궁금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