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FBI vs. Trump (5) 트럼프 사위의 수수께끼 같은 제안

쿠쉬너 관련 정보를 흘린 러시아 대사관의 포커 게임

박상현 2017년 05월 29일

1940년대에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으로 비밀리에 개발하던 핵폭탄에 대한 정보는 외교관이라는 합법적인 직위를 가지고 미국에서 활동하던 소련 간첩을 통해 빠져나갔다. 개발자 중에서 누군가 러시아와 내통하고 있다는 심증을 가진 미국의 정보국은 소련의 외교관들을 미행하며 철저하게 감시했지만, 핵폭탄 개발의 일급비밀은 새어나갔고, 소련은 미국의 핵폭탄 개발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러시아가 개발관련 서류를 대사관을 통해 빼돌린 것은 다른 나라의 대사관, 영사관은 치외법권이라 수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타국의 대사관을 밖에서 감시할 수는 있어도 내부로 들어가거나 도·감청은 불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도·감청을 시도하지 않을 정보기관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자국 대사관의 도청방지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안심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포커 게임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러시아 대사관이 모스크바와 비밀리에 주고받는 대화를 미국의 정보기관이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때, 러시아 대사관은 본국에 사실을 이야기할까, 아니면 미국 정보기관, 혹은 수사기관에 흘리고 싶은 이야기를 할까?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Welcome to the world of intelligence.

쿠쉬너의 어설픈 행동

지난주에 FBI가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쉬너를 관심 인물(person of interest)로 지목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관심 인물이란, 분명한 혐의는 없어도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지난 주말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쿠쉬너는 트럼프 당선 후인 지난해 12월 초, 모스크바와 비밀리에 접촉하고 싶다며 (적어도 쿠쉬너의 생각에는) 통신보안이 보장되는 러시아 대사관을 그 장소로 이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우선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 러시아 대사관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보안위험(security risk)이다. 쿠쉬너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느냐는 것이 가장 궁금하지만, 그보다 먼저, 쿠쉬너가 그런 제안을 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려졌을까? 러시아 대사가 “쿠쉬너가 이런 제안을 해왔다”며 본국과 연락하는 내용을 미국이 가로챘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image 사진=미 워싱턴 D.C. 소재 러시아 대사관 (위키미디어)

자, 그럼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1)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그 내용을 가로챌 것을 알았을까? 2) 알았다면 러시아 대사는 과연 사실을 말했을까? 쿠쉬너가 그런 비밀 제안을 했다는 것을 미국이 알게 된다면 쿠쉬너와 트럼프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것이 분명한데도? 일단 보도된 내용에 대해 현재 쿠쉬너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러시아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도를 알지 못할 뿐이다.

쿠쉬너를 겨냥하는 FBI

FBI가 쿠쉬너를 관심인물로 지목해 발표한 바로 다음 날 그러한 보도가 나온 것은 우연일까? 수사기관에서 흘렸다는 의심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워싱턴포스트의 기사가 나온 금요일, 뉴요커는 FBI의 쿠쉬너 조사의 배경을 암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바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하는 과정에 쿠쉬너가 개입했다는 것.

쿠쉬너가 코미 국장의 해임에 개입했기 때문에 FBI가 보복성으로 수사하고 있을까? (FBI는 발표만 했을 뿐 정작 쿠쉬너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아니면, FBI가 자신을 수사하고 있음을 알게 된 쿠쉬너가 수사를 지휘하던 코미를 해임하도록 힘을 보탰을까? 이유야 어쨌든, 상원 정보위원회는 쿠쉬너를 불러 조사하겠다고 발표했고, 하원에서는 쿠쉬너가 안보과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security clearance)을 박탈하라고 백악관에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쿠쉬너가 선임한 변호사는 하필 (클린턴 이메일 조사과정에서) 코미를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제이미 고릴릭으로, 뉴요커에 따르면, “코미는 해임되었어도, 코미를 아끼고 그의 레거시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FBI의 고위직에 포진”해 있는데, 그들은 "고릴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분노가 치미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쿠쉬너가 FBI의 수사를 피하는 길은 트럼프가 고분고분한 인물을 신임국장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FBI의 공정수사를 감시하고 있는 미 의회와의 일전을 의미한다.


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식사
FBI vs. Trump (2) 수사국 요원들의 분노
FBI vs. Trump (3) 페이퍼 트레일
FBI vs. Trump (4) 트럼프를 잡는 트럼프식 용인술
FBI vs. Trump (5) 트럼프 사위의 수수께끼 같은 제안
FBI vs. Trump (6) 진검승부, 상원 청문회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