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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덕업일치' (1) 남성전용 왁서

남성전용 왁싱샵 <왁싱랩> 대표 강정훈 씨 인터뷰

박상현 2017년 05월 29일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이라고 하면 언론에서는 흔히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직원, 공무원, 알바, 혹은 IT 스타트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직업은 직장과 다르다. 디퍼는 그들이 생각하는 ‘업’이 궁금해졌고, 일상적으로 분류되는 ‘직장'에 만족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가 택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job) 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직업(profession)은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들이 하고 있을까?


강정훈
남자, 30세
왁싱랩 대표
서울 이태원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남성들

고백하자면, 이태원에서 남성전용 왁싱샵을 운영하는 강정훈 씨를 소개받았을 때 처음 떠올린 이미지는 팔에 패셔너블한 타투를 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곰곰 생각해보니 내 머리속에는 대략 “잘나가는 남자 미용사”라는 스테레오타입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왁서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하는 미용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직업적인 공통점은 거기까지가 끝이다.

우선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져봤다. 남성 전용 왁싱은 보통 어떤 부위의 털을 제거하는 걸 의미할까? "머리 아래의 모든 부분이 해당되는데, 대개 다리와 브라질리언(Brazillian)을 한다. 브라질리언은 팬티 안에 있는 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어떤 남성들이 브라질리언까지 신경을 쓸까? "보통 그루밍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죠. 남자도 자신을 꾸미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옷으로 가려지는 체모까지 관리하는 분들은 좀 더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인 것이 사실이에요. 손님들 중에는 운동선수, 모델, 배우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많고, 연령, 나이, 직업 등으로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워요.” 다만, 브라질리언 왁싱을 경험한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권해서 찾아오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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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민감한 중요부위를 드러내야 하는 일이라서 아무리 남성끼리라고 해도 어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샵에서는 한 번에 한 명의 손님만 받는다고 한다. (입구에 상담용 데스크와 피부용 제품을 파는 진열대를 제외하면 시술용 침대 하나만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공간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손님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손님들이 참 친절하셔서 놀라고 있어요. 저녁시간에 예약했다고 미안하다며 케이크를 들고 오신 분도 있었고, 감사하다고 스타벅스 쿠폰 같은 걸 놓고 가시는 분들도 있죠."

그런데 왜 왁싱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원래 스타트업에서 영업을 했는데, 정말 최고의 직장 경험을 했어요.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성취감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직접 팀을 이끈 경험이 너무나 좋았고, 회사에 대한 애착도 컸어요." 하지만 그렇게 큰 성취감을 다른 어떤 회사에서 또 느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금도 최고의 직장경험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내 힘으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썼다.

그는 사표를 쓰기 전부터 꽤 오랫동안 사업을 구상했다. 강아지 교배사업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뽑아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서 영업업무를 맡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소상공인, 사장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왁서였다고 한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원하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내 힘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업

그렇다면 기대했던대로 새로운 직업에 만족할까? 아주 만족하지만, 왁싱을 직접 하는 왁서로 남는 것이 최종목표는 아니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이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고 회사를 키우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남성전용 샵도 더 늘리고, 여성전용 샵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경영인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빚을 내지 않고 내 힘으로 시작할 수 있는 유망한 가장 작은 단위의 사업”이 그의 창업 기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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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좀 놀라기는 하셨지만” 미디어에서 남자들의 왁싱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다보니 금방 이해하고 지지해주셨다. 하지만 사업을 구상할 때와 시작한 후에 깨닫게 된 사실 사이의 괴리는 있었다.“사업을 시작하면 시간적으로 굉장히 여유로운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할 일이 정말 많더라구요. 회사에서는 한 부분만 맡고 있었다면, 지금은 혼자서 재무회계도 해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하고, 고객만족을 높이는 연구도 해야 하죠. 오히려 더 바빠졌어요.”

하지만 다른 점은 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전화가 한 통 오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 통화, 한 통화가 너무나 소중해요. 직업을, 내 일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가장 큰 변화 같아요.”

문득, 그가 혼자 일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스타트업에서 팀으로 일하는 것과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은가? “외로운 게 사실이에요. (예전의) 팀워크가 그리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빨리 이 사업이 잘 되게 해서 좋은 동료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