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ead

어느 테크 기자의 마지막 칼럼

더버지의 월트 모스버그가 남기는 작별인사

박상현 2017년 05월 30일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는 테크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할아버지 칼럼니스트다. 모스버그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과 빨간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사진은 한 번 쯤 보았을 것이다.

모스버그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쓰기 시작한 테크 칼럼은 AllThingsD라는 독립된 인기 테크 웹사이트로 발전했고, 후에 함께 일하던 카라 스위셔(Kara Swisher)와 리코드(recode)를 세웠다가, 복스 미디어에 인수되었다. 미국의 와이어드(Wired)는 모스버그를 가리켜 “킹 메이커”라 부르면서 “미국의 업계에서 그처럼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던 모스버그가 은퇴하면서 마지막으로 쓴 칼럼은 지난 주 (복스 미디어의 일부인) 더버지(The Verge)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컴퓨터들(Disappearing Computers)”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 기사는 디지털 칼럼니스트로서의 그의 인생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글이었다.

그건 사용자의 잘못이 아니다

모스버그는 언론인으로서 첫 18년을 국내, 국제문제를 다루는 기자로 보냈다. 그러다가 테크 칼럼니스트가 된 것은 그가 40대 중반에 들어선 1991년이다. 그는 첫 테크 칼럼을 이렇게 시작했다: “개인용 컴퓨터(PC)는 사용하기에 너무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사용자)의 잘못이 아니다.” 이건 아주 놀라운 주장이다.

모스버그의 그 말이 놀라운 이유는 이렇다: 1990년대 초 만 해도 컴퓨터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까지는 아직도 몇 년을 기다려야 했던 시점이며, http라는 프로토콜이 등장하기 이전이고, 월드와이드웹(www)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도 극소수였다. 따라서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기술로서의 컴퓨팅" 배워야만 했다. 소수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이었고, 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었다. 그런 기술이 너무 어렵고, 그것은 사용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단언하는 것은, 조금 과장하면 “심장수술은 어려우니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쉬워져야 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던 시절이다.

모스버그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라는 당당한 요구를 한 것이다. 컴퓨팅과 사용자 사이에 있는 복잡한 기술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어떤 의미에서 참 미국적인 주장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소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어려운 게 싫으니 내게 물건을 팔려면 쉽게 만들라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가 PC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었음을 생각하면 그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모스버그는 그 이후로 그렇게 테크 산업의 나갈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제시해왔다.

아이폰 이후의 제품과 서비스 진단

  1.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소개한 후로 스마트폰은 세계를 정복했지만, 그 발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이기 때문에 아주 획기적인 개선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2. 태블릿은 등장 초기에는 대단했지만, 소비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데는 고전하고 있다.

  3. 소프트웨어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검색 엔진, 그리고 소셜네트워크는 계속 성장하고 개선되고 있지만, 이미 강자들이 자리를 굳혔다.

  4. 드론과 로봇은 현재로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틈새시장에 가깝다.

  5. 아이패드가 등장한 2010년 이후로 등장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아마존의 에코/알렉사 서비스다. 구글 홈도 뒤를 잇고 있으며, 더 많은 제품들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혁명에 비할 바는 아니다.

테크의 미래: 사라지는 컴퓨터

그렇다면 현재 나와있고, 또한 앞으로 등장할 테크놀로지가 앞으로 암시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모스버그는 컴퓨터가 우리 눈 밖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용자 차에 타거나 방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생각만으로도 컴퓨터가 반응한다면 굳이 사람이 기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비롯한 컴퓨터 기기는 (모스버그가 첫 칼럼을 쓴 1991년 이후로) 아주 쉽고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조작을 기다리는 물건으로 존재하며, 여전히 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컴퓨터가 우리를 둘러싼 공기처럼 존재하면서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기술은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이라고 부르고,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기술이 개념적으로만 존재했다면 모스버그는 앞으로 10년 내에 많은 부분 현실화 될 것이고, 20년 내에는 전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그런 변화가 가져올 어두운 면이다. 컴퓨팅이 눈 앞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항상 존재한다면,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침해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모스버그는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엄격하고 분명한 법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고층건물이 생기고, 자동차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안전관련 법규가 엄격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앰비언트 컴퓨팅이 보편화될 때 보안과 사생활 보호 기준의 강화는 당연한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작별인사

모스버그의 작별인사는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테크기술의 발전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세대 별로 그 롤러코스터를 언제 올라탔느냐 일 뿐, 신나고, 유익하고, 혁명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물건(object)과 과정(process)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롤러코스터의 속도가 잠시 떨어졌지만, 곧 이제까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그 경험이 만들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경험 자체가 강조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기기(gadget)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슬픈 일지만, 테크 신봉자(tech believer)로서는 아주 흥분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을 리뷰하지 않겠지만, 테크의 발전을 열심히 지켜볼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스버그 아웃.”

커버사진=더버지 유튜브 화면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