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r Salon

연금 고갈 막을 해답, '국민연금 하나로'

[디퍼살롱②]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김형모가 제시하는 문 정부 공적연금 개혁 방안 (1)

정인선 2017년 05월 30일

4월 19일 KBS 대선후보 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에 유 후보가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묻자, 문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여야가 이미 합의한 것"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지난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공약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공약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고갈 연도를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보험료율 조정 등을 포함해 솔직한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답했습니다. 중부담 중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국민연금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5일 열린 두 번째 디퍼살롱의 주제는 <새 정부 공적 연금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입니다. 발표를 맡은 김형모 님은 "학위가 있지도, 번듯한 연구소에 소속돼 있지도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을 내고(6개월 만에 2쇄를 찍었답니다.), '국민연금 하나로' 정책제안을 하게 됐는지, 김형모 님의 이야기를 기사로 옮깁니다.

저는1 쓸데없이 10년, 20년 후를 염려하는 스타일의 사람입니다. 부모님이나 할머니를 보면 '아, (나는) 나이 들어서 어떻게 살까'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연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를 하다 보니 열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유독 높습니다. 어린이-청년-성인 시기의 빈곤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특히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49.6%에 달합니다. OECD 평균은 12.6%입니다. 또 어르신들 소득 가운데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63%로 매우 높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연금이나 복지 혜택으로 충분히 먹고 살 만 하지 않으니, 경비나 청소 등 어떤 일이든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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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건 늘려나가면 되지만, 불평등은 어쩔 건데?

나이 들어서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적은 건 그리 열이 받지 않았습니다. 적은 건 늘려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열이 받았던 건 일반 국민과 공무원이 비슷하게 연금을 붓고도,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 불평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이 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은 '특수직역연금'이라고 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대신 따로 연금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계산 방법이 달라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모두 가입자 본인의 소득 뿐 아니라 다른 가입자들의 소득을 평균 낸 금액도 연금수령액 산정에 반영됩니다. 낸 만큼 돌려받는 사보험과 달리 소득재분배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월급이 생애 평균 100만원이라고 했을 때, 나중에 돌려받는 연금액이 월 40만원이라면 이를 '소득대체율이 40%다'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17년 현재 45.5%입니다. 매년 0.5%씩 떨어져서 2028년에 40%까지 낮아질 계획입니다. 이걸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내용입니다. 공무원연금에서는 소득대체율 대신 지급률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월급)×(지급률)×(근속연수)를 계산한 값으로 연금수령액을 정하는데, 공무원연금의 지급률은 2015년까지 1.9였다가, 2015년에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 매년 0.02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2035년이 되면 1.7이 됩니다.

앞서 말했듯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절반은 내가 소득에 비례해(매월 소득의 9%) 부은 연금액에 의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가입자 평균소득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때 가입자 평균소득을 A값이라고 부릅니다. 내 월급이 적더라도 A값이 높으면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이 A값이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원래 공무원연금은 다른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내 연금수령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2016년부터 바뀝니다. 1.856의 지급률 가운데 1.0은 가입자 평균소득에 의해, 나머지 0.865는 자기 소득에 의해 결정됩니다. 국민연금이 반반인 것에 비하면 공무원연금의 가입자 평균소득 영향력이 더 크니, 소득재분배 기능도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간의 불평등은 가입자 평균소득의 반영률이 다르다는 점 뿐 아니라, 가입자 평균소득을 계산하는 방법부터 다르다는 데서 발생합니다. 매월 월급에서 9%가 국민연금 보험료로 빠져나가는 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특히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빠져나가는 액수도 커지니 반발도 큽니다. 그래서 소득상한액을 정해 뒀습니다. 내 월급이 얼마이던 간에, 일정 금액을 넘으면 그 이상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올해 국민연금의 소득상한액은 434만원, 공무원연금의 소득상한액은 745만원입니다. 공무원연금의 상한액이 훨씬 높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가입자 평균소득을 계산할 때 국민연금은 434만원 이상의 소득을 모두 434만원으로 처리합니다. 월 450만원을 버는 사람의 소득도 434만원으로 간주하고, 1000만원을 버는 사람의 소득도 434만원으로 계산하니, 가입자 평균 소득, 그러니까 A값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은 210만원에 불과합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높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국민연금 가입자의 무려 18.6%가 434만원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434만원의 9%, 즉 39만원의 보험료만 냅니다.)

반면 공무원연금은 가입자 평균 소득을 계산할 때 소득상한액 이상의 소득도 그대로 합산해 전체 가입자 수로 나눕니다. 그러니 국민연금에 비해 가입자 평균 소득이 높게 나오게 되는 거죠.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다르게 설계돼 있다보니 현실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2015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400만 명이 넘습니다. 이 분들이 15조를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57만명이 19조원을 받아갔습니다. 인구의 94% 이상이 53%를 나눠 갖고, 나머지 5.3%가 47%나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소득불평등이 심각하다면서 상위 10%가 49%의 소득을 가져가는 걸 지적하는데, 연금은 존재 목적 자체가 소득재분배임에도 더 큰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국민연금 고갈론, 소득상한액 높이고 공무원연금 없애면 걱정 끝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참고 기사 사회초년생, 4대보험이 궁금해요)에 대한 공포가 가입자들 사이에 퍼져 있습니다. 저는 국가의 공포 마케팅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1988년에 만들어져, 보험료가 3%에서 6%, 9%로 서서히 올랐습니다. 이렇게 보험료가 세 배 오르는 사이 연금액은 43%가 깎이고, 수급연수는 5년정도 줄었습니다.

고령화 추세와 연금 재정 안정 필요성을 강화하면 이런 개혁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정도로 빨리 개혁이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 마케팅이 역할을 한 거죠. 안그래도 공적연금의 역사가 짧아 국민들의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론까지 제기되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주장을 하기 쉬워진 겁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서 연금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두 가지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우선 국민연금의 소득상한액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합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가 2015년에 허핑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한번 소득상한액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많이 버는 사람이 보험료를 많이 내게 하면 어떨까' 하고 이 교수가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결과는 "기금 고갈 걱정 없다"였습니다. 연 2%의 투자수익이 난다고 가정할 경우 2080년까지 기금적립액이 무려 6,305조원에 달한다는 게 이동걸 교수의 계산입니다.

또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그리고 기초연금까지 아우르는 연금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연금 하나로'라고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지금 한 2200만명 됩니다. 공무원연금은 106만명, 사학연금은 31만명, 군인연금은 17만명이 가입해 있습니다. 이 분들이 다 국민연금으로 일원화해 가입한다면 우선 기금의 파이 자체가 커집니다. 다 따로 나뉘어 있던 기금을 한꺼번에 굴릴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이죠.

그리고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들은 일반 국민에 비해 소득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이 통합되면 A값, 그러니까 가입자 평균 소득이 늘어 연금수령액도 함께 늘어나게 됩니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화되는 거죠.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이나 연대의식이 비교적 낮은 상황인데, 연금 통합이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디퍼살롱②] 김형모 <누가 내 국민연금을 죽였나?> 저자 (2)가 이어집니다.

사진=박상현/Deepr


  1. 김형모 님의 발표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요약 정리한 기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