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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광고의 탄생

우리가 보는 광고는 1960년 대에 시작되었다

박상현 2017년 05월 31일

Mid-Century Ads
Jim Heimann | Taschen

우선 아래의 광고를 보자. 미국의 어느 잡지에 실린 필립스의 텔레비전 광고다. 이 광고에서 흥미로운 구석을 발견했는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래로 내려가 다른 텔레비전 광고를 보자. 모토로라의 텔레비전 광고다. (그렇다, 모토로라가 텔레비전을 만들던 시절도 있었다).

image 사진=필립스의 텔레비전 광고, 1958

image 사진=모토로라의 텔레비전 광고, 1940년대

모토로라 텔레비전의 광고에는 "TV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제목과 함께 텔레비전으로 즐길 수 있는 온갖 프로그램은 물론, 빛 반사를 줄여주는 모니터 등, 모토로라 텔레비전이 가진 기술적 우월성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이 광고와 비교하면 위에 있는 필립스의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는 “PHILIPS TELEVISION,” 단 한 줄 뿐이다. 하지만 필립스의 광고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부분은 텍스트가 적다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 텔레비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품을 숨김으로써 제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기법은 놀랄만큼 현대적이다.

현대 광고의 탄생

필립스 텔레비전 광고는 1958년에 만들어진 광고이고, 모토로라 텔레비전 광고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광고다. 거실에 등장하는 가구나 가족(혹은 친구들)의 모습도 다르지만, 광고하려는 제품을 광고 이미지에서 빼버릴 생각을 했다는 것은 거의 혁명에 가까운 시도다. 도대체 누가 그런 “역발상"을 시도했을까?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매드맨(Mad Men)’의 팬이라면 “돈 드레이퍼라면 그랬을 법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타셴(Taschen)에서 발간한 ‘Mid-Century Ads’는 흔히 ‘Mid-century’라고 부르는 1950, 60년대에 변화한 미국의 신문과 잡지 광고를 모은 책이다. 드라마 ‘매드맨’의 배경이 되는 뉴욕 맨하탄의 매디슨가는 전통적으로 광고회사들이 자리를 잡은 곳으로 1950, 60년대의 광고 혁명도 바로 그곳에 있던 회사들이 주도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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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까지 미국의 신문, 잡지 광고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제품 사용기와 같은 설명이 긴 텍스트로 들어가고, (위의 모토로라 텔레비전 처럼) 진지한 그림이 들어가는 형태였다. 하지만, 1950년대를 지나면서 광고에 유머가 들어가고, 텍스트는 짧아졌으며, 기발한 형태의 시각적 시도가 등장한다.

1962년의 폭스바겐 광고를 보자. 가장 중요한 제품인 자동차(비틀)는 아주 작게 등장하는 대신,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Think small”이라는 두 단어다. 연상되는 광고가 있지 않은가?

맞다. 애플의 “Think different”를 연상시킨다. 사실 많은 사람이 애플 광고의 뿌리가 되었다고도 하는 이 폭스바겐 광고는 1900년대 중반 미국 광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광고 에이전시인 DDB(Doyle Dane Bernbach)가 제작한 것으로, 당시 현대미술의 흐름은 물론, 잭 커루액 등 비트 세대의 문학조류의 영향을 반영한 스타일을 대표한다. (애플은 훗날 자사의 Think Different광고에서 DDB의 창립자들 중 하나인 빌 번박Bill Bernbach을 등장시키는 오마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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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대 광고의 사고 전환 사례로 유명한 것이 에이비스(Avis) 렌터카 회사의 2등(No. 2) 캠페인이다. 미국에는 2위를 못 벗어나는 브랜드들이 있다. 코카콜라에 밀린 펩시가 그렇고, 질레트 면도기를 이기지 못하는 쉬크가 그렇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도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1위를 따라잡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에이비스는 발상을 바꿔서 2위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우리는 2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 렌터카를 이용하셔야 할까요?”라는 문구를 보고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사람은 없다. 누구나 ‘그래, 왜지?’하는 마음에 그 아래 등장하는 긴 글을 읽게 되고, 그것을 읽고 나면 ‘다음에는 에이비스 렌터카를 이용해봐야겠네’ 하는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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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은 이렇다: 2등은 1등보다 더 노력한다. 따라서 서비스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2등 업체라 차를 빌리기 위해 기다리는 줄도 짧다!) 이 광고는 에이비스를 상징하는 광고가 되었고, 50년이 지난 지금도 “We try harder (우리는 더 노력합니다)”라는 광고로 바뀌어 살아남아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지금 보는 현대의 광고는 1960대에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중독성 강한 것을 설명할 때 “OO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하는데, 그 표현의 기원도 1960대 광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래의 1962년의 플랜터스 땅콩 광고는 플랜터스 칵테일 땅콩을 한 개만 먹는 사람은 없다고 광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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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하지만 모든 기발한 광고가 반드시 좋은 광고였다고는 할 수 없다. 1960년대의 미국은 유색인종과 여성의 인권운동이 본격화된 시점이었지만, 그것은 사회의 일각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미국의 대중문화, 특히 광고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백인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아래의 남성용 헤어왁스 브랜드인 럭키 타이거 광고는 여성을 사냥감으로, 그것도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한 비하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관광상품이나 산타페 철도의 광고는 유색인종들에 대해 백인들이 가진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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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콴타스 항공의 광고는 특히 흥미로운데,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하와이로 가는 항공편을 광고하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뉴욕 시내를 구경하러 온 남태평양 원주민들을 광고에 등장시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광고 속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복 입은 남성’이라는 ‘문명’과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라는 ‘원시’의 이미지를 대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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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Mid-Century Ads’를 편집한 타셴의 편집자들도 당시 광고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700페이지가 넘는 50,60년대 광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1968년의 버지니아 슬림 담배광고, “You’ve come a long way, baby (자기야, 그동안 멀리 왔어/많은 일이 있어지)”이기 때문이다. 이 광고는 1968년의 페미니즘 운동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여권주의자들이 강하게 비판한 것 중 하나가, 미국의 역사를 백인 남성들의 역사처럼 묘사하는 당시의 태도였고, 러쉬모어 산에 새겨진 대통령 네 명의 바위 얼굴은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인데, 이 광고에서 버지니아 슬림은 러쉬모어 산에 백인 여성의 얼굴을 집어넣음으로써,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타셴은 60년대 말에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었음을 암시하면서 책을 마무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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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지니아 슬림은 여성을 타깃으로 개발된 담배였고, 50, 60년대의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당시에 이미 건강을 해치는 것이 밝혀진 (광고 왼쪽 아래에 경고문이 있다) 담배의 광고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당시 여성들은 가늘고 긴 버지니아 슬림을 피우면서 자신도 그렇게 가늘고 긴 몸매를 갖는 상상을 했을까? 적어도 그것이 광고주가 전달하는 메시지였던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