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licts

인천공항 1만명 정규직화,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다

정규직 전환돼도 원청과 동일한 근무 여건 누릴 수 있을지 미지수

정인선 2017년 06월 01일

인천국제공항 특수경비요원 김진호1 (가명, 32세)씨는 종종 "그때 공부를 조금만 더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공항에 취직하기 전 그는 2년 반동안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2차 시험에서 떨어진 후 앞으로 뭘 해 먹고 살까 고민하던 중, 앞서 공항에서 일하기 시작한 친구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그렇게 공항 상주 직원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을 지키기 시작한 게 어느새 4년째다. "원청(인천공항공사) 소속 감독관들이 점검을 나와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으면 솔직히 좀 열 받죠." 그렇다고 쉽게 때려칠 수는 없었다.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할까 생각도 했어요. 그렇지만 돈을 번다는 게 결단이 없이는 쉽게 그만둬지지 않는 거잖아요."

원칙대로 일 하랄 땐 언제고 차별하나

특히 열 받는 때는 공사 직원들이나 공무원들의 편의를 봐주느라 보안 업무에 구멍이 뚫리는 때다. 잘잘못에도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와 같은 초소에서 일하는 11년차 특수경비요원 이민영2 (가명, 31세) 씨가 설명했다. "차라리 승객들은 (보안검색을 자주 당하지 않으니) 긴장이라도 해요. 그런데 상주 직원들은 매일 출퇴근 하는 길에 보안검색을 받아야 하니 짜증을 많이 내요. '내가 내 직장 들어가는데 왜 가방이며 차며 다 검색을 하냐'는 거죠."

보안검색 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상주직원들은 단 1분도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 바로 윗선에 전화를 걸어 "얘들(보안경비요원들) 왜 이러냐"고 통과시켜 달라고 한다. 원칙대로 일 하라는 요구는 이럴 땐 예외다. "사고가 터지면 CCTV를 다 돌려 가면서 누구 책임인지 가려요. 그러다 우리(경비요원들) 책임이면 (공사와 용역업체로부터) 엄청나게 압력이 들어오는데, 공사 직원이나 공무원 잘못이면 따로 책임도 안 묻고 흐지부지 돼요. 이런 게 차별이 아니면 뭐가 차별인가요."

image 인천국제공항 특수경비요원들이 보안구역 출입구를 경비하고 있다. (인터뷰이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밥 먹고 잠 자는 일이라도 공사 정규직과 똑같이 할 수 있다면

간접고용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는 밥 먹고 잠 자는 일도 서로 다르다. 야간 근무를 피할 수 없는 경비 업무 특성상, 휴게 공간은 돌아가며 잠 자는 공간으로 쓰인다. 쪽잠 자는 동료 옆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기 뭐해 엑스레이 검색대에서 밥을 먹기 일쑤다. 그마저도 공사 소속 감독관들이 "거기서 먹지 말라"고 눈치를 준다.

용역업체들도 3년에 한 번 공항공사와 재계약을 맺어야 하다 보니 눈치를 보는 건 매한가지다. 감독관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용역업체가 경비요원들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너희가 알아서 (감독관들) 눈에 안 띄게 먹으라"며 책임을 피한다. 정작 경비요원들에게 '그림자'가 되기를 요구하는 감독관들은 번듯한 탕비실에서 식사를 한다.

주간 근무를 할 때도 점심시간은 따로 없다. 허겁지겁 밥을 밀어넣거나 끼니를 거르는 때도 있다. 종종 항공사 구내식당 식권을 사서 밥을 먹긴 했지만, 항공사 쪽에서 "우리 직원들 먹을 것도 없는데"라며 눈치를 주는 통에 언젠가부터 대충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낮에도 밥 먹을 공간이 마땅치 않은 건 마찬가지라서, 때로는 화장실에서 도시락 뚜껑을 연다.

똑같이 공항을 24시간 돌리려고 해도, 용역업체 소속 경비요원들은 3조 2교대로, 공사 소속 감독관들은 4조 2교대로 근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김진호 씨는 "(4조 2교대로 근무 여건이 개선되리라는) 희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야간 근무가 돌아오는 텀이 길어지려면 사람이 늘어야 하는데, 공사가 직접고용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쓸 수 있는 인건비는 제한돼 있을 거예요. (노조에서 요구할 테지만) 쉽지 않겠죠."

대통령이 공항에 다녀간 뒤 김 씨의 지인들은 SNS나 전화를 통해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김 씨는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직 (전환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라고 답장했다. 당장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이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image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화를 약속한 뒤, 김진호 씨 지인들은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 씨는 "아직 (전환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라고 답장했다. 사진=정인선/Deepr

11년 일한 대가가 10만원

정규직이 되면 뭐가 가장 달라질까. 김진호 씨와 이민영 씨 모두 고용승계와 근속수당을 꼽았다. 용역업체와 공사의 계약에 따라 3년마다 소속 업체가 바뀐다는 건, 3년마다 신입사원이 된다는 뜻이다. 면접도 매번 새로 본다. 그러다 보니 오래 일 해도 그만큼의 경력을 금전적으로 보상받기 어렵다.

"저는 스물 한 살, 아무것도 모를 때 입사해서 벌써 11년차예요. 그런데 지금 막 들어온 신입들이랑 근속수당 차이가 많아야 월 10만원 밖에 안 나요. 다른 일 하는 친구들은 승진을 계속 해서 벌써 자기 아래에 백 명을 데리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반면 여기선 진급은 하늘의 별 따기죠." 이민영 씨는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 직급 체계가 다양해진다면 떠나지 못해서 남아 있다는 박탈감을 느끼는 대신, 열심히 일 하면 나도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이후의 삶이 기대가 아예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신입 직원들을 만날 일이 상대적으로 많은 김진호 씨는 "예전에는 다들 여기서 1, 2년 돈 벌고 다른 일 준비해 나가려고 했지만 정규직화 이야기가 나온 뒤로는 다들 입에 미소를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cover=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1. 인천공항공사는 간접고용 하청을 맡기고 있는 용역업체와 3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맺습니다. 용역 변경 과정에서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매번 신입사원이 됩니다. 면접도 새로 봅니다. 공사와 새로 계약을 맺는 업체가 대체로 고용승계를 해 주는 편이지만, '고용승계가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는 7월 특수경비 용역을 맡고 있는 업체가 변경됩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 위와 같은 이유로 가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