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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취·부] 게이 군인 처벌법, 20대 국회서 폐지 가능할까

19대 국회 법사위도 인정한 위헌성…사실상 동성애자 군인 겨냥

하민지 2017년 06월 02일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 많은 독자들께서 취재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그 중 8건을 추려 Deepr가 무엇부터 취재하면 좋을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82건의 응답 중 '군형법 92조의 6'의 문제점이 궁금하다는 응답이 33건, 40.2%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취재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취재를 부탁하신 권혁범 독자와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33분 독자의 요청에 따라, '군형법 92조의 6'의 문제점을 파헤쳤습니다.


image 군형법 92조의 6. 사진=법제처 누리집 화면 갈무리

군형법 92조의 6 폐지(이하 '군형법상 추행죄')의 역사는 오래됐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2008년부터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2014년 3월 14일에 대표 발의한 폐지안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리고 지금, 정의당 김종대 의원 포함 10명의 국회의원이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번 20대 국회에서 이 법이 폐지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9대 국회 때 발의된 폐지안과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보고서를 꼼꼼히 들여다 봤다.

image 19대 국회 때 발의된 군형법 92조의 6 폐지안. 사진=폐지안 첫 페이지 갈무리

이성 군인 성행위는 '징계', 동성 군인 성행위는 '징역'

19대 국회 폐지안을 보면, 군형법상 추행죄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적혀 있다. 이성 군인 간 성행위는 징계에 그치지만 동성 군인 간 성행위는 징역형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레바논 파병 국군 동명부대에서 성관계를 가진 이성 장교들이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2010년 밝혀졌다.

A대위와 B대위는 부대 안 성당, VIP 숙소, 여군 화장실 등에서 과도한 신체접촉을 했다. C대위는 D상사와 방문자 숙소 안에서 신체접촉행위를 했다. 합참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체 접촉을 가진 군인들에게 정직, 감봉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이처럼 이성 군인들은 부대 내에서 성행위를 가져도 징계에 그친다. 반면, 동성 군인들은 부대 안과 밖을 가릴 것 없이, 성행위 자체만으로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법 자체가 이성 군인과 동성 군인에게 평등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법이 이미 있는데 굳이... '과잉 입법'

19대 국회 폐지안에는 '군형법상 추행죄는 입법정책적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돼 있다. 이 법에 적용된 사건의 대부분은 이미 잘 마련된 다른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법은 과잉 입법됐다는 것이다.

image 군형법 제15장. 사진=법제처 누리집 화면 갈무리

사실 군형법상 추행죄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항목에 들어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92조의 1~5만으로 성폭력은 물론 미수까지 처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을 특별히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로 합의한 성관계가 '추행'?

19대 국회 폐지안은 군형법상 추행죄에서는 성폭력 범죄가 '비친고화'돼서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고 지적했다.

즉, 서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동성 군인들이 서로를 고소할 의사가 없어도 군 당국이 이를 색출해 군사법원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군대 밖에서 동성 군인 간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A대위가 처벌을 받았다. 지난 24일, 육군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A대위에게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합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무엇이 문제일까. 이를 테면 군인끼리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연애 도중 둘 다 군인이 될 수도 있다. 외부에서 우연히 상대방을 만나 상호 합의 하에 원나잇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형법상 추행죄를 지키려면 군인 애인과 연애는 해도 성행위는 하면 안 되고, 원나잇을 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혹시 군인은 아닌지 신분을 물어봐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합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 폐지안 모두 이 법이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언급돼 있다.

image 19대 국회 때 발의된 군형법 92조의 6 폐지안을 검토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 사진=보고서 4페이지 갈무리

국정 교과서에 이은 '국정 체위'

19대 국회 때 발의된 폐지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로 넘어간다. 법사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이 보고서에는 ''항문성교'는 남자끼리의 동성애로서 항문성교(계간)만이 아니라 문언상 남자와 여자 사이의 '항문성교(AnalSex)' 도 의미하고, 그 밖의 추행행위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구강성교 (OralSex)'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돼있다.

사실 군형법상 추행죄에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대한 표기는 따로 돼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성애자 군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법이긴 하다. 이 법을 지키기 위해선,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군인끼리 성행위를 할 경우 항문성교나 구강성교는 할 수 없게 된다. 국가에서 군인들의 체위를 지정하는 것이다.

image 지난 5월 27일, 인천공항에서 취재 기자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에게 질문을 던지자 장 총장은 취재 기자의 손목을 낚아 챘다. 장 총장은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을 지시한 바 있다. 사진=군인권센터 페이스북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성 간의 상호합의하에 이루어진 성행위라 하더라도 성행위 방법에 불과한 '항문성교'나 '구강성교'를 처벌을 한다면, 형벌이 성행위 방법까지 규율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군형법상 추행죄가 사실상 동성애자를 겨냥한 법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결국 실제로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합의에 의한 동성애를 처벌하는 기능만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 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소속 권순부 씨는 "사실 이 법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가 있기 전에는 거의 사문화된 법이었다"며, "색출 지시가 있고 나서 이 법이 적극 활용돼 동성애자 군인들이 처벌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사위 검토에서도 군형법상 추행죄의 위헌성이 인정됐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지안은 폐기됐다. 그리고 지금, 사문화된 줄 알았던 법이 실제 동성애자 군인을 처벌하는 데 쓰이기 시작하며,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폐지될 수 있을까

현재 정의당 김종대 의원 대표 발의로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안이 발의됐다. 이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총 10명이다. 이들 중 한 명의 의원실 보좌진에게 이번 폐지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물었다.

image 이번 폐지안 발의에 참여한 10명의 국회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법안 발의 최소 정족수인 국회의원 10명이 모이지 않자, 개인 SNS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군 관련 성소수자 네트워크

보좌진은 "진작에 폐지가 됐어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인천지법의 이의제기로 이 법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된 걸 언급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헌재의 위헌심판과 국회의 폐지안 발의가 동시에) 진행이 되니까 서로 동력을 주면서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지안이 현실적으로 통과될지에 대해서는 "어려운 과정들이 많이 때문에, 통과까지는 욕심을 내지는 못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 공론화하고, 폐기가 돼도 또 발의하면 된다"며, "그때는 (폐지안 발의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이) 10명이 아니라 20명, 30명, 100명 등 더 많아지면 통과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폐지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가 있다. 검토 절차가 끝나면 본회의에 회부된다. 본회의에서는 재적의원 1/2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1/2이 찬성해야 군형법상 추행죄가 폐지될 수 있다.


커버 사진=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페이스북


취재 후기 | 현재 군형법 92조의 6 폐지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보좌진의 이름을 익명 처리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위해 노력해 온 국회의원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힘 써 온 많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여나 폐지안이 통과되지 못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이 또 발의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국민으로서 요구도 해야 할 것입니다. 저 또한 기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