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전직 전도사, DJ 헤드폰을 쓰다

밀레니얼의 '덕업일치' (2) DJ

박상현 2017년 06월 02일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이라고 하면 언론에서는 흔히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직원, 공무원, 알바, 혹은 IT 스타트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직업은 직장과 다르다. 디퍼는 그들이 생각하는 ‘업’이 궁금해졌고, 일상적으로 분류되는 ‘직장'에 만족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가 택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job) 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직업(profession)은 어떤 것이고, 어떤 사람들이 하고 있을까?


한진호
남자, 31세
Stomp! 대표
서울 합정동

“많은 분이 물어와요, ‘목사를 때려치울 만큼 디제잉을 하고 싶었냐. 네. 저는 그게 더 중요했어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지만, 목사가 되기 위해 10년 가까이 교회 전도사 생활을 하다가 디제이의 길로 들어선 한진호 씨의 이야기만큼 극적인 전환을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다. 이제는 'DJ 진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진호 씨가 목회자의 길을 떠나 디제잉을 하고, 디제이 장비 대여업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이제 햇수로 3년 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가 진행하는 “디제잉 워쉽(worship: 예배)”와 관련된 동영상이 상위에 검색된다.

“그 결정을 내릴 당시에 제가 결혼 직전이었거든요. 아내도 많이 반대하고, 부모님은 난리가 났죠. 부모님 세대에게 DJ는 라디오나 나이트에서 음악 틀어주는 딴따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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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디제잉을 “발견”한 것은 10년 전인, 20대 초였다. 디제이 장비를 처음 접하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비를 사고,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으로 배웠다. 공부에 방해된다고 전부 팔았지만, 결국 2013년에 다시 장비를 사들일 만큼 디제잉의 매력은 강렬했다.

“전도사를 12월 말에 그만두자마자, 사업구상이나 시장조사 같은 것도 없이 바로 1월 첫째 주에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전도사를 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불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시간 제약도 없고요. 전도사일 때는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해야 하고, 수요일, 금요일에는 예배가 있고, 새벽기도 때문에 4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어요. 물론 제가 새벽기도에 잘 갔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하하.”

처음에는 반대하던 주위 사람들도 진호 씨의 얼굴이 밝아졌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지금도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7시까지 근무시간은 거의 지켜요. 오히려 사장이 되니까 주 7일을 근무하더라고요. 사장은 대개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그것이 큰 어려움은 아니란다. 수금이 잘 안 될 때나, 사업상의 어려움이 있어도 “정말 좋아하는” 디제잉을 하면서 힘든 건 “인생과 전혀 상관없는 노동"을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디제이, 디제잉

디제이들은 보통 한 행사에서 60분, 특별히 길면 90분 정도를 커버한다. 처음 계약할 때 선호하는 곡 등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가지만, 현장에 가면 상황은 크게 다를 수 있으므로 보통에 USB에 담아 가는 곡은 수백 곡을 준비한단다. 파티문화, 클럽문화에 노출된 사람들이 모인 파티면 쉬운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특히 소극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흥을 내도록 해야 할 때 비로소 DJ의 능력이 나타난다고 한다.

“요새는 2, 3개월 배우고도 DJ라고 명함 돌리는데, 진짜 실력은 실제로 라이브로 플레이하고 무대에 섰을 때 준비해온 세트 리스트만 틀지 않고, 그것과 상관없이 청중의 니즈를 현장에서 읽어내고, 함께 호흡하면서 즉석에서 선곡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DJ의 역할이죠.” 그리고 그런 능력은 단순한 스킬의 문제가 아니다. “개개의 DJ가 가진 포스가 있어요. 우리는 그걸 ‘에너지’라고 하는데, 그게 DJ 마다 달라요. 그들이 주로 트는 주 장르도 다르고, 거기에 따라 장비도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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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제이들의 근로조건은 나쁘다. “제가 아는 DJ 중에서 4대 보험이 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월급을 주는 곳은 있어도 퇴직금을 받는 DJ는 못 봤어요.” 사실 문제는 4대 보험이 아니다. 일단 활동을 해야 DJ라는 명목이 서다 보니 업주들이 그 상황을 악용해서 몇 달씩 공연을 맡기고 돈을 떼어먹는 일이 많아요. 특히 강남 쪽 클럽들이 많이 그래요. 누군가는 분명히 수익을 남기는데 DJ는 돈을 못 받는 일이 생겨요. 그래서 나중에 한꺼번에 노동부에 가서 신고하죠.” 근로계약서를 쓴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고, 월 150만 원만 받아도 상위 10%에 해당한다. 벌이가 안 되니 주중에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만 디제잉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사람들 많아지니 전문 DJ들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다.

동네 밥집 같은 회사

진호 씨는 요새는 직접 디제잉을 하기보다는 파티와 행사에 소속 디제이를 보내서 진행하거나, 관련 장비를 대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디제잉이 더 신나는데 돈을 벌기 위해 대여업을 한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제가 가진 장비를 대여할 때나 디제잉을 할 때나 즐거움이나 만족감은 비슷해요. 행사 후에 ‘아, 오늘 장비 너무 좋았어요. 소리 너무 좋았어요’하는 피드백을 들을 때는 너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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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지하에 있는 사무실을 가득 채운 장비 외에도 근처에 세워둔 탑차에도 장비가 꽉 차 있다. 그렇지만, 디제잉 장비 대여업계에서 그의 회사(Stomp!)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다만 그저 디제잉이 좋아서 장비를 처음 모을 때부터 작아도 플래그쉽 장비 만을 모았기 때문에 분명한 차별화는 된다고 한다. 다만, 경쟁이 심해서 이미 레드오션이 된 산업이라, 앞으로 이 방향으로 큰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최근 한 4, 5년 만에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갔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 아주 힙(hip)하고 인기있던 가게나 음식점들이 다 사라진 거예요. 아직도 남아있는 건 어떤 것들이었냐 하면, ‘먹을 거 없으면 거기나 가자’고 했던 그런 식당들이더라고요.” 그는 그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요새 유행하는 힙하고, 창의적인 뭔가를 하기 보다는 “딱 동네 밥집 같은 사업을 하자. 그냥 자연스럽고 언제나 가면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언제 먹어도 불만 없는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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