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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둘째 주, Deepr에서 읽고 있는 책들

C Curation Team 2017년 06월 04일

1. 하민지가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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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 나름북스

정말 쉬운 마르크스 입문서. 말 그대로 마르크스가 처음인 사람이 읽기 좋은 책이다. 저자가 일본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교수이다보니, 일본의 정치사나 경제 상황을 많이 언급했다. 그래서 마르크스 이론과 더불어 일본의 정치와 경제까지 덤으로 공부할 수 있다. 대학생 때 이 책이 없었던 게 너무 아쉬울 정도다.

대학 교수이지만 마치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듯 친절하게 마르크스를 설명한다. 독자가 왜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왜 마르크스를 배워야 하는지, 독자의 눈높이에서 독자에게 말을 건다.

지금 절반 정도 읽었다. 다 읽고 나면 어디 가서 “나 마르크스 조금 알아”라고 얘기 해도 될 것 같다. 많이 말고 ‘조금’. 경제학과 학부생 3학년 과탑 정도? 이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마르크스 잘 몰라요"말고 "마르크스가 뭐예요?"하는 사람, 어려운 경제학 책에 진저리가 난 사람, 경제학 책을 침대에 누워서 보고 싶은 사람


2. 박상현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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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 유유

내 문장 실력은 지난 20년 동안 성장을 멈췄거나, 많이 퇴보했다. 미국에서 영어 문장을 읽으면서 영어 문장을 다듬는 훈련만 열심히 했는데, 결과적으로 영어 문장은 여전히 좋지 못하고, 한글 문장도 나쁜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누군가 나의 나쁜 문장을 섬세하게 다듬어 주었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편집자들이 내게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면서 비로소 내 문장이 끔찍하게 지저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여러모로 특이한 책이다. 판형도 특이하고 (그런데 들고 다니기 쉽다), 디자인도 이상하고 (아마추어이거나, 아니면 정말 고수이거나. 이 경우는 후자), 제목도 희한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자가 본문에서 설명한다). 그런데 가장 특이한 것은 책의 장르다. 겉으로만 보면 글쓰기 교본 같은데, 열어보면 소설 같은 이야기와 글쓰기 강의가 같이 전개된다. 저자가 ‘함인주’라는 이름의 번역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그의 문장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는 것이 이 책의 전개방식이다. 저자의 다른 책 ‘동사의 맛’에서도 사용한 방법이라는데, 그는 이런 “꼼수”도 서너 번 정도 시도하면 새로운 형식으로 인정받지 않겠냐고 쓰고 있는데, 그럴 것 같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아주 술술 읽히고,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몹쓸 버릇들은 전부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 읽고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글 쓰는 속도 빠른 사람, 가방 끈 긴 사람, 그 외에 글쓰는 모든 사람


3. 정인선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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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는 없다: 국민여동생에서 페미나치까지

게릴라걸스 | 후마니타스

새로 산 책을 사무실에 들고 오자 동료가 누가 쓴 책이냐고 물었다. 표지 디자인에 끌려서 고른 책인데, 그제야 지은이 '게릴라걸스'에 대해 찾아봤다. 1980년대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행동주의 페미니스트 그룹으로, 고릴라 모양의 탈을 쓰고 게릴라 시위를 벌인다. 고릴라(Gorilla)와 게릴라(Guerilla)의 발음이 비슷한 걸 활용한 작명이라고 한다. 페미니스트는 (고릴라처럼)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편견을 역으로 갖고 논 것. 2017년에도 페미니스트들에게 ('메갈리아'와 '멧돼지'를 합쳐 '메퇘지'라면서) "쿵쾅댄다"고 비꼬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 이들의 상상력은 왜 수십년 동안 발전을 모르는지 웃음이 난다.

'젊은 여자가 운동을 즐긴다는 것은 (1)농구편'기사를 쓸 때 막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여성이 스포츠에 두각을 나타내면 레즈비언일 것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했다는 이야기는 기사의 미세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동시에 그런 편견 위에 올라타서 자신을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보는 대중을 쥐락펴락 한 '언니들'의 이야기가 통쾌했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현역 장군이던 시절 내린 레즈비언 여군 색출령에 여군들이 어떻게 맞섰는지를 읽으면서는 2017년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됐다. (책 중간중간 게릴라걸스 활동과 맥락이 비슷한 한국 사례를 소개하는 역자 우효경의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볼드한 표지 디자인처럼, 볼드한 이미지와 볼드한 소제목들이 책 곳곳에 삽입돼 있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주로 읽었는데, 책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꾸벅꾸벅 조는 것만으로도 (게릴라걸스만큼 도발적이진 않지만) 공공장소에서 게릴라 시위를 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개콘'이 안 웃긴 사람, 멋진 언니들의 앞서간 삶을 참고 삼고 싶은 사람, 사진 잔뜩 들어있는 책 좋아하는 사람

4. 윤지원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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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관하여: 자매애에서 동성애까지 그 친밀한 관계의 역사

메릴린 옐롬 | 책과함께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다. 아빠 친구들 모임에는 엄마가 따라가는데 왜 엄마 친구들 모임에 아빠들은 참석하지 않을까. 남자들의 느와르 영화는 많은데 왜 여자들의 느와르는 없을까.

가부장제 사회에서 평가의 기준은 쉽게 남성 중심적으로 설정된다.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우정은 짧고 얕고, 복잡하고, 의리 없고, 신변잡기적이고, 지나치게 다정하다. 여학생들이 팔짱끼고 같이 화장실에 가는 것은 유별나게 그려진다. 남자들이 술을 마시며 나라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거나 카페에서 문학을 논할 때, 여자들은 침대에서 파자마를 입고 옆집 남자에 대해 속닥이거나 맘에 들지 않은 다른 여자를 험담하는 식으로 그려진다. 여성의 우정은 사적이고 가정 중심적이지만, 남성의 우정은 공적이고 가정과 별개로 개인의 의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

‘보적보’라는 단어도 여성의 우정을 얕잡아보는 시각에서 탄생한 멸칭이다. 여성은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어떤 의도-주로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경쟁자를 질투해 깎아내리는-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평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서 소개된 이 책을 선택했지만, 여성의 우정은 이러저러해야한다거나 ‘몰랐겠지만 여성의 우정은 이렇게나 대단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내용은 아니다. 힘을 빼고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고대의 기록과 구약 성경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워졌던 여성의 우정을 풍부한 사례로 조명한다. 꼭 여성의 우정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교양서로 추천해줄 만하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여성의 우정이 캣파이트 혹은 백합물(레즈비언)로만 그려지는 것이 불만이었던 사람, 우정의 정의와 조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궁금한 사람,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인류 역사를 따라 공부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