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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엉덩이 예쁘다"는 말은 사람을 이렇게 죽게 한다

[넷플릭스] 화제작이자 문제작, <루머의 루머의 루머> 리뷰

하민지 2017년 06월 04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 당신은 여성을 차별한 적이 있나요?
  •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나요?
  •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괴롭힌 적이 있나요?

일단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글쎄요. 제가 여성인데요?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한 적은 있어도 그가 죽길 바라며 그를 괴롭힌 적은 없는데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원제 '13 reasons why')>는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죄책감을 안기는 드라마다. 보기에 용기가 안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용기를 내셨으면 한다. 위의 질문에 나처럼 답했다면 더더욱 용기를 내야 한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리뷰를 쓰고 있는 나는, 대답을 바꾸겠다. 이렇게.
"저도 모르게 그런 적 있는 것 같아요. 잘못인 줄도 모르고요."

image 주인공 클레이 젠슨.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중, 해나의 진실을 좇는 유일한 사람. 사진=넷플릭스

자살한 친구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고등학생인 클레이 젠슨(딜런 미네트 분)은 어느 날 소포를 하나 받는다. 상자 안에는 테이프 7개 들어있다. 그는 1번 테이프의 A면을 틀었다. 자살한 학교 친구, 해나 베이커(캐서린 랭포드 분)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녕? 나 해나야. 내 인생 얘길 해줄게. 더 자세히 말하면 왜 내 인생이 끝난 건지를. 네가 이 테이프를 듣고 있다면 너도 그 원인 중 하나야."

image 해나의 테이프를 받은 클레이. 사진=넷플릭스

해나는 7개의 테이프에 자신이 죽은 이유 13가지, 정확히는 가해자 12명(1명이 2번 지목된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상세하게 녹음했다. 드라마는 주인공 클레이가 해나의 음성을 따라 해나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런 클레이의 행동을 막으려는 자들과 서로 갈등을 빚는다.

가해자 중 클레이와 '다른 한 명'을 제외한 10명은 이미 테이프를 들은 상태다. 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 친구들이다. 잘 나가는 학교 대표 농구 선수, 모범생, 학교 언론사 편집장, 학생 사진기자, 레즈비언 등 다양한 친구들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가해자는 험상 궂은 남성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평범한 사람들이 가해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구성이다.

image 해나와 해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친구들. 좌측 상단이 해나. 사진=넷플릭스

이들은 해나가 '가해'라고 나열한 사실들을 부인한다. 해나가 거짓말했다고 몰아가는가 하면, 자신이 한 행동이 맞긴 하지만 자살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끝내, 클레이의 진실 추적을 막을 방법을 모의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걸까. 해나가 녹음한 내용은 모두 사실일까.

'별 것 아닌' 이유들, 그러나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이유들

해나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몇 가지 소개한다.

  • 종이에 "최고의 엉덩이 해나"라고 썼고, 그 종이를 전교생이 돌려 봤다. 엉덩이 예쁘다는 말은 칭찬이었다.
  • 해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렸다. 해나의 동의는 없었다. 그치만 얼굴이 보이게 찍히지도 않았고 나체가 나온 것도 아니다. 얼굴이 나온 사진도 있긴 한데, 장난이었다.
  • 해나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자살한 친구가 이런 이유들로 당신에게 "넌 나를 죽게 한 사람이야"라고 말한다면. 나라면 솔직히 억울할 것도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나와 생각이 같다면, 우린 아직 멀었다.

image 친구들이 사진을 돌려 보며 웃는다. 해나를 힐끔힐끔 쳐다 본다. 해나는 불안해 한다. 사진=넷플릭스

누군가를 죽게 한다는 것이 꼭 내 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고 그에게 칼이나 총을 들이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드라마는 이 사실을 알려 준다. 내가 장난이라고 한 말과 행동,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방관한 것까지 가해임을 상기시킨다.

드라마는 이런 13개의 가해 사실을 뭉뚱그리지 않는다. 13개의 이유 하나당 한 회를 할애한다(전체 13회다.). 작은 농담 하나,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사이버 불링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파국으로 몰고 가는지 촘촘하게 보여준다.

해나가 13개의 피해를 겪은 일과 해나가 죽고 난 후 클레이가 진실을 추적하는 일은 고작해야 몇 개월 차이다. 드라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충분히 자살 충동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설명한다.

또한, 해나가 괴롭힘을 당하던 과거와 해나가 죽은 후인 현재의 시간적 배경이 계속 교차된다. 현재와 대조해 보여주는 과거가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편집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시청자가 과거와 현재를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개성 있고 적절한 화면 전환과 풍부한 컷어웨이 쇼트(행위의 연속성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삽입하는 쇼트. 화면 연결이 자연스럽도록 돕는다.), 시청자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섬세한 장치들 덕분에 시청자는 무리없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

image 클레이의 이마에 상처가 있으면, 시간적 배경은 현재다. 이마에 상처가 없으면 과거다. 사진=넷플릭스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추리물처럼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래이션처럼 깔리는 해나의 음성을 듣다 보면, 이 드라마를 여가 시간을 보낼 오락으로 즐기긴 힘들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10명의 친구들과 싸우는 클레이에게 자꾸만 응원을 보내게 된다.

당신은 해나일 수도, 12인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10대 학원물은 보통 연애나 우정을 발랄하게 담는 시트콤류가 많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10대 학원물에 대한 편견을 깬다. 18살 청소년들의 이야기이지만, 여성 차별과 성폭력, 사이버 불링 등 일반 사회로 환원해도 전혀 어색함 없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일반 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인 당신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당신 혹은 당신의 친구가 '해나'였음을 새롭게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당신이 12인 중 한 명이란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나 혹은 내 친구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 피해를 치유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 드라마의 긍정적 기능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한 여성은 자신이 피해자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고통만 겪다가, 나중에는 치유를 위한 용기를 낸다.

image 혼자 울고 있는 해나. 사진=넷플릭스

당신이 12인과 같은 사람이었단 걸 깨닫게 된다면, 당신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조심하게 될 것이다. 이건 내 얘기다. 한 번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친구가 여성인 후배에게 "쟤 벗겨 놓으면 예쁘겠다"고 말했다. 또 어떤 친구는 발표 과제를 준비하는 남녀 친구에게 "둘이 과제하다가 발표할 땐 셋이서 하겠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들을 들었을 때, 동조하고 웃었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이야기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해나'를 만들어 왔는가.

image 클레이와 7개의 테이프. 클레이는 해나의 진실을 알렸을까. 자신도 가해자로 지목됐기 때문에, 진실을 숨겼을까. 사진=넷플릭스

커버 사진=넷플릭스


못 다한 이야기 | 지난 3월에 공개된 신작입니다. 13화 전편이 모두 공개돼 있고 한 편당 한 시간이니, 하루만에 정주행 하실 수 있습니다. 마약하는 장면이나 자살하는 장면이 다소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미국에서는 이 드라마 때문에 청소년들이 모방 자살을 할까 봐 대책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이 해나를 따라 모방 자살을 한다면, 그건 드라마 때문일까요, 학교 폭력 때문일까요, 학교 폭력을 방치한 어른들 때문일까요. 또한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한 명'은 학교 친구가 아닙니다. 생각지도 못 한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서 확인하세요. 저는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가상의 인물 해나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해나야, 너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