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취·부

둘 다 좋다고? 그럼 둘 다 사귀면 되잖아!

경험자가 말하는 다자연애..."감정의 균형 맞추기 쉽지 않아"

D Deepr 2017년 06월 05일

'동시에 여러 사람을 사랑하는 다자연애를 다뤄주세요'는 첫번째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얻었습니다. 전체 82명 가운데 31명이 이 주제를 기사화해주길 기대했습니다. 디퍼는 취재 모집 공고를 통해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팀에게 취재를 부탁했습니다. 아래는 이 팀이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취재를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쓰레기네.”

대학교 새내기. 첫 연애 중이던 필자가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고 하자 친구가 보인 반응이다.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 그 감정을 지워버리려고 용을 썼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애인을 만날 때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죄책감에 시달려 눈물의 나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죄책감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거리감이다. 당시 애인을 너무 사랑했던 필자는 하루종일 새로운 사람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문제를, 정작 당사자이자 가장 사랑하는 연인과는 나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침묵은 관계가 서서히 금이 가도록 만들었다.

폴리아모리와 '바람' 무엇이 다를까

폴리아모리는 상호합의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바람은 애인에게 의견이나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양다리도 폴리아모리와는 다른 개념이다. 폴리아모리는 관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애인에 대해 알고, 동의를 해야 성립된다.<필자 설명>  

폴리아모리(polyamory)는 ‘많은'을 뜻하는 그리스어 poly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amor의 합성어로, 정직함을 전제로 여러 명이서 하는 연애 형태를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비독점적 다자연애’로 번역되고 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혹은 “난 싫다.” 그만큼 국내에서 폴리아모리는 생소하고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생소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몇 가지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오해는 ‘바람 피우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폴리아모리는 절대적으로 상호간 합의를 전제한 관계라는 점에서, 상대방 몰래 행하는 '바람'과는 차이가 있다. 또,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라는 오해도 있는데, 육체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 관계는 스와핑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으며, 폴리아모리는 그보다는 연애 감정 교류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새내기였던 필자가 만일 폴리아모리(이하 다자연애)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알았다 하더라도 아마 다자연애는 커녕 애인을 설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혼자서 고민하거나 애인과 관계없는 주변인들에게만 고민을 털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이지만 병적으로 터부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결책을 강구하기도 전에 서로를 ‘쓰레기'로 만들며 배신감과 증오를 품고 헤어지는 많은 커플들을 봤다.

이번 기사는 필자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그들의 애인과 함께 고민을 공유하기를, 그럼으로써 둘의 관계를 더 진실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다자연애 당사자들이 말하는 다자연애

image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실제 인물과 대화하는 듯한 인터뷰 형식을 채택했다. 인터뷰는 실존 인물인, 과거에 다자연애를 했던 송씨(만 26세, 여)와 현재 연애 중인 박씨(만 24세, 여)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다1. 송씨는 과거에 3년 간 다자연애를 하였고 지금은 한 명만 만나고 있다. 현재도 다자연애주의자이다. 박씨는 현재 X명의 애인들과 연애하며 두 번의 계절을 넘어가고 있다.

- 다자연애를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다자연애라는 개념을 알기 전에 다자연애를 하였다. 연애를 하던 중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겨서 기존 애인과 새로운 사람에게 그 사실을 밝히고 연애를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걸 다자연애라고 한다더라.

: 작년에 우연히 속한 집단에서 사람들이 다자연애라는 단어를 농담으로 종종 써서, 그때 처음 단어를 접했다. 지금 생각난 건 대학교 신입생 때 교수님이 국제정치에서 다자주의를 말씀하시면서 농담으로 '특히 젊을 때 연애는 다자주의적으로 하라'고 하시기도 했다. 이렇게 농담조로 단어를 접해서 다자연애, 어장, 양다리의 구분이 명확하지도 않았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작품도 몰랐다.

- 다자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다자연애를 시작했을 때 기존 애인에게 애정이 식었거나 둘의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아니다. 단지 기존 애인이 취업으로 바빠져서 물리적으로 자주 못 만나니까 조금 외로웠었다. 그러던 중에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겨서 기존 애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했더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라고 하였다. 새로운 사람에게는 ‘나는 이미 애인이 있는데 너한테도 관심이 간다. 그런데도 네가 괜찮다면 우리 만나보는 거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가 승낙하여서 연인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3년간 다자연애를 했다.

: 팬섹슈얼2 다자연애주의자임을 작년 말에 자각했지만 '내 인생에 연애란 없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래 나갈 생각도 없었던 우연히 나간 두 모임에서 각각 지금의 애인들을 만났다.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느낌으로 강하게 왔고, 그래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같은 날 둘에게 내가 고백했다. 둘 다 내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둘 다 약간 뒤에 이 관계를 '연애'로 확정했다.

- 어떻게 애인들을 설득했는가?

: 나는 운이 좋게도 애인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기존 애인의 경우 내가 스무살 때 만났는데 애인은 스물 여섯이었다. 기존 애인은 어린 내가 자기를 만나느라 연애 경험을 많이 못하는 게 걱정이 되었는지 연애 초반부터 좋은 사람이 생기면 만나도 된다고 얘기했었다. 새로운 애인의 경우 내가 다니던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였는데 전에 만났던 사람이 다자연애주의자였어서 그 개념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한 학기만 한국에 있을거라 나와 관계가 깊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교제를 시작했다고 했다.

: 여자친구와는 고백하기 전에 다자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해할 수는 없으나 내 앞에 이 사람이 이렇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라는 반응이었다. 남자친구는 이전에 폴리아모리에 좋지 못한 경험이 있어서 망설였지만 나와 더 만나면서 이전 그 어떤 연애와는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다자연애 하며 기존 애인과 관계 더 좋아졌다"

image

- 다자연애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우선, 다자연애를 하면서 기존 애인과 관계가 더 좋아졌다. 사실 애인이 둘이면 한 명 만날 때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럼에도 이 사람이 날 만난다면 외로워서, 그냥 누군가가 자기 곁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진짜 내가 좋아서 만난다는 걸 의미하니까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두번째로, 상호 신뢰가 커졌다는 점이다. 다자연애는 정직과 소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커플들이 흔히 겪을 법한 불필요한 의심이 줄어든다는 점이 좋았다. 기존 연애관의 관점에서 보면 애인 이외의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게 용납이 안 되는 행위 아닌가. 다자연애를 하는 이들은 바로 그 지점을 서로 공개하고 공유하는 사이이니, 굳이 숨길 게 뭐가 있을까 싶다.

: 다자연애 형태 자체의 좋은 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게 사랑이 하나이자 둘로 왔고, 이를 다자연애의 '틀'이 우연히 담아낼 수 있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편견이나 개념의 부재로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 다자연애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연애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누구나 다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다자연애였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감정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애인은 사실 가장 가까운 사람 중에 한 명이니 좋은 일이 생겼을 땐 축하 받고 싶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위로 받고 싶지 않나. 언젠가는 애인 두 명에게 각각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생긴 적이 있었다. 누구와 함께 있어야 할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게 다자연애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었다.

: 마음이 무한대라도 시간과 몸이 유한하다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싶다. 내 애인들은 다자연애주의자가 아니기에 내가 갖는 감정과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감정과 마음을 오해하거나 불신하지 않도록 잘 전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나 애인들이 연애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주변에 조금이라도 털어놓으면 다들 뭣하러 다자연애를 하냐며 타박하는 것도 난관이다.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과 무지가 더욱 위축들게 한다. 서로 DADT3인 Vee4라서 동거나 결혼의 옵션을 생각하기도 어렵다. 질투와 불안과 외로움은 단골 주제이다. 애인들의 감정과 고민을 내가 다 책임지려는 짐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image

이 글을 읽고도 여전히 폴리아모리라는 개념에 공감이 가지 않거나,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억지로 시도해보려고 하거나,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폴리아모리는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진리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모노아모리에서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면, 해결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 정도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듯 서로에게 맞는 연애 형태는 그만큼 다양할 것이고, 우리가 폴리아모리를 하든 모노아모리를 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계를 신중하고 주의 깊게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그런 고민을 거치는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다자연애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브런치-폴리아모리 매거진 연재를 방문해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1. 개인 사정으로 이름 전체를 밝히지 못하는 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2. 팬 섹슈얼은 남녀를 포함한 모든 젠더에게 성적 끌림과 로맨틱 끌림을 느끼는 지향성. 바이섹슈얼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3. DADT는 '묻지 않고 말하지 않는다'(Don't Ask, Don't Tell)의 약자. 다른 애인의 존재 여부는 알고 있지만 만나서 뭘 하는지 등의 자세한 내용은 공유하지 않는 태도. 

  4. Vee는 A라는 인물이 B,C라는 인물 두 명을 애인으로 두는 연애 형태. B와 C는 각각 A만을 연인으로 두고 있으며 B와 C는 연인 관계가 아니다. 셋의 관계도를 그리면 V자 모양이 되기 때문에 Vee라고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