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ead

'공포의 5인방' 과점체제에 들어간 실리콘밸리 (1)

박상현 2017년 06월 07일

“실리콘밸리에서 이제 전자상거래(e-commerce)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은 찾아볼 수 없다.” 한 업계 전문가의 말이다. 이유는 하나, 바로 아마존 때문이다. B&H Photo나, Zappos처럼 특정 영역에서 든든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는 업체도 힘든 경쟁을 해야 하고 (Zappos는 아마존이 인수했다), 오프라인 리테일의 최강자인 월마트 마저 아마존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전자상거래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있을까?

하지만 이는 전자상거래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검색 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구글을 상대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그나마 구 글검색과 붙어볼만 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내어놓은 빙(Bing)의 처참한 패배는 구글이 테크업계에 보내는 무시무시한 경고장이다. 검색부문에서 매년 몇 조 원 단위의 적자를 보면서 구글게 덤비고 싶으냐는 경고 말이다.

image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리고 스마트폰과 앱 시장에서는 애플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2011년 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4인방(Gang of Four: 원래 1970년대 중국의 정치적 실세 네 명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불렀지만, CEO 교체 이후 큰 변화를 일궈낸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진으로 이제는 공포의 5인방(Frightful Five: 퀜틴 타란티노의 영화 Hateful Eight에 비댓 표현) 체제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의 테크산업에서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이렇게 다섯 개의 기업 과점(oligopoly) 체제에 들어갔으며, 당분간 그들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회사는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평범한 가정집 차고에서 친구 두세 명이 시작한 회사가 업계의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일어날 토양이 사라졌다. 지금도 새로운 스타트업은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들고나오지만, 그들은 5인방에게 인수되거나, 아니면 5인방의 플랫폼 위에서 활동할 수 있을 뿐, 그들을 꺾는 새로운 골리앗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실리콘밸리에서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현주소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image

유튜브, 더블클릭, 안드로이드, 네스트는 구글, 혹은 알파벳의 품에 안겼고, 스카이프와 링크트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져갔으며,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오더블과 자포스는 아마존이 사들였다. 심지어 인수합병에 인색했던 애플마저도 비츠(Beats)와 시리(Siri) 등을 사들이는데 현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들 각각의 업체는 20년 전 만 해도 독립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을 회사들이지만, 엄청난 현금으로 무장한 5인방은 그들이 자신의 플랫폼을 위협할 만한 존재로 성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수된 기업들이 가진 혁명적인 아이디어들은, 월트 모스버그의 표현을 빌자면, 5인방의 주력상품에 포함된 하나의 기능이 되었다.

‘4인방,’ 혹은 ‘5인방’이라는 명칭이 주는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꾸준히 독점, 혹은 과점기업을 탄생시켜왔지만, (20세기 초에 미국의 독점기업들을 조각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로) 우리는 독과점은 경쟁을 약화하고, 경쟁이 없는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시장이므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가 5인방 과점체제는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믿음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과점에는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