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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vs. Trump (6) 진검승부, 상원 청문회가 시작된다

박상현 2017년 06월 08일

오늘 저녁 (미국시각으로 목요일 오전) 워싱턴 D.C.의 술집들이 아침 9시에 문을 여는 희한한 풍경이 벌어질 예정이다. 트럼프가 파면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상원 정보위원회가 소환해서 증언을 듣는 역사적인 순간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구경하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술집(bar)에서 술을 마시면서 TV를 보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그건 거의 예외 없이 일이 끝난 저녁 시간에 ESPN에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경우다. 근무시간인 오전에 술집에 모여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방송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방송 정도에 해당하는) C-SPAN을 보는 일은 없다.

C-SPAN 뿐 아니라, 주요 방송사들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코미의 상원 청문회를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언론사는 정규방송을 중단하는 일을 싫어한다. 정규방송 편성표에 맞춰 광고시간을 팔았는데, 그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코미의 상원 청문회는 중요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청문회가 트럼프의 대통령직(presidency)을 좌우할 만큼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CNN은 코미의 상원청문회가 "워싱턴의 수퍼보울”이라고 했을 정도다.

코미는 목요일 청문회에 앞서 상원에 서면 증언을 전달했다. 거기에서 나온 이야기는 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 식사 편에서 다룬 내용을 상원에서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보면 된다. 즉, 대통령이 FBI 국장을 불러서 자신에게 (사실상 개인적인) 충성을 하겠느냐고 재차 물었고, 코미는 대답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코미의 증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코미에 따르면 3월 30일, 트럼프는 코미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수사를 중단한 것을 부탁했다. 이미 상당히 드러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가 중요한 이유는 이제까지 밝혀진 내용은 "유출된 문건(leaked memo)”에 따른 것이었다면, 상원 청문회에서의 증언은 증인선서를 해야 하고, 법적인 책임이 따르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앞서 전달한 서면에서 코미는 자신이 몇 시에 백악관에 들어가서 몇 시에 나왔고, 트럼프와 있는 동안 누가 들어오고 나갔으며, 함께 있는 동안 트럼프는 어디에 있었고, 자신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따위의 거의 불필요해 보이는 세부사항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코미의 주장은 어차피 녹음되지 않은 대화이기 때문에 트럼프 측에서 “그런 말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당시의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록해두었는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코미가 메모를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그 정도로 자세한 메모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제니퍼 루빈은 코미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미팅 후에 방을 나오면서 그렇게 메모를 하지는 않았다며, 그렇게 꼼꼼하게 메모를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날 저녁 트럼프는 코미에게 FBI 국장을 계속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서 “많은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충성을 원하고, 충성을 기대한다 (I need loyalty, I expect loyalty)”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알려졌다시피, 이 질문에 코미는 “당신에게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말하면서 트럼프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트럼프는 러시아 커넥션으로 사임한 자신의 측근 마이클 플린 백악관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노골적인 부탁을 코미에게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두 번의 대화에서 트럼프의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당신이 FBI 국장으로 남아있고 싶으면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중단하라. 아니면 나는 언제든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말이다.

오바마 재임 기간을 통틀어 코미가 오바마와 직접 대화를 한 것은 단 두 번 뿐이었지만,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코미를 파면할 때까지 직접 대화를 수 차례 시도했다. (정확하게는 5번의 대화가 있었고, 이는 코미가 상원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문서는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다). 수사의 독립성 보장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이것은 분명한 위험신호였고, 코미는 제프 세션즈 법무부 장관에게 트럼프가 자신에게 직접 대화를 하지 않도록 개입해달라고 따로 부탁까지 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추궁할 내용은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대통령의 외압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뭘 할까? 워싱턴 D.C.의 어느 술집에서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가 트윗을 한 번 날릴 마다 공짜술을 한 잔씩 쏘겠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대통령이 어떤 위인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FBI vs. Trump (1) 운명의 저녁식사
FBI vs. Trump (2) 수사국 요원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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