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취·부

문 정부의 일자리 뉴딜, 취준 시장이 출렁인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 둘러싼 취준생들의 입장 차

정인선 2017년 06월 08일 윤지원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 많은 독자들께서 취재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그 중 8건을 추려 Deepr가 무엇부터 취재하면 좋을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9건의 응답 중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정책, 언론은 찬양만 하는데 숨겨진 이야기는 없나요?'가 궁금하다는 응답이 8건, 27.6%의 응답률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해 차츰 민간 부문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올 하반기에 1만2000명의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는 것에서 출발해,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임기 내에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 5일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아, 취준 시장 여론은 입장별로 첨예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Deepr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비롯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취업준비생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1

취재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강희진 / 가명, 29, 고려대 졸업, 무역 관련 공기업 입사 준비 중

글쎄, 난 회의적이야. 내가 준비하는 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날 거란 생각은 안 들어. 나는 원래 5급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어. 그러다가 3개월 전부터 무역 관련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 관련 분야 인턴 경험도 갖고 있고, 외국어 능력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에 TV토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 일자리 확대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말을 했잖아. "공무원 신규 채용 확대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직접 부담하겠다"고. 그런데 공공기관의 경우 그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잖아. 예산은 한정적인데, 아무리 공기업이라고 해도 자기네들 비용 더 들여서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신규 정규직 채용까지 원래 규모대로 한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게다가 취임 후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기업에 공공기관 평가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말했잖아.2 그럼 공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전환을 1차 목표로, 그리고 (기존에 채용하던) 신규 정규직원 채용은 그 다음 우선순위로 넘어가게 될까봐 그게 걱정돼. 그렇게 된다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것 만큼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 같아.

내 동생도 공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어서, 이제 거기에 대비해야 하니까 신규 채용에 영향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동생네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온대. 아무래도 한 사무실 안에서 비정규직, 정규직이 함께 일하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나봐.


신용수 / 가명, 27, 중앙대 4학년, 금융권 공기업 입사 준비 중

내가 일자리 확대 정책 논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진 않을 것 같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난 금융권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어. 내가 준비하는 공기업들은 아직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계획을 뚜렷하게 밝힌 건 없어. 그렇지만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눈치는 좀 보이지. 금융감독원같은 경우도 3월인가에 경력직 51명을 한꺼번에 채용했다고 하더라고.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취업문이 넓어지는 건 있겠지.

금융권 공기업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시험이 조금 어렵고 까다롭다보니까 진입 장벽이 좀 있어. 그러다 보니 정책이 바뀌더라도 뭔가 파격적인 변화가 있을 거 같지는 않아. 오히려 뽑는 인원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쟁쟁한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을까?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인 만큼 나쁘지 않다고는 봐. 그런데 벌써부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4대보험 이런 게 끼니까 연봉이 살짝 내려가는 사람도 있고 해서 불만이 나오기도 하고 삐걱거린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런 걸 생각하면 정규직화를 시키는 게 다는 아니지 않나, 정규직화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더라도 좀 정상적인 대우를 받고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비정규직의 처우를 그대로 놔 두고 정규직이 되는 사람들만 살아남는 그 구조는 바꾸지 못하면 한계점은 그대로 남는 게 아닐까? 아직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나오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image 노량진 학원가 풍경. 사진=윤지원

김성호 / 가명, 26세,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졸업, 7급 공무원 시험 준비 중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띠껍지'. 난 7학기를 쉬지 않고 쭉 다니다가 입대했어. 전역하자마자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으니까 이제 1년 6개월째야. 이번이 첫 시험이고.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돌리는 정책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애초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에 내가 정책의 혜택을 받진 않아. 오히려 취준생들이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즉 양질의 일자리에 취직할 기회가 확대되는 게 아니라 저질의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닐까? 파이가 줄어드는 기분이라 불안할 수밖에 없지. '주인 밥그릇 챙겨주는 하인이냐,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어.

만약 내가 7급 준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바람직하다고 봤을 수도 있겠지. 근데 내 이해관계가 들어가니까 '빡쳐'. 취준생들이 지금 불안해하는 이유는 정규직을 비정규직들이 차지해 결국은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기업마다 각각 할당된 일자리 TO가 있는데, 정규직이 넉넉하게 많은 게 아니잖아. 비정규직은 그냥 내버려 두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줬으면 좋겠어.

진짜 솔직히 느낀 바를 얘기하면, 대학 서열을 없앤답시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을 다 (서울에 있는) 고려대로 보내준 기분이야.


서대훤 / 가명, 28세,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사회복지 공무원 시험 준비 중

물론 반갑지. 하반기에 공무원 1만2천명을 추가로 채용한다고 했잖아. 그 중에 내가 준비하는 사회복지 분야도 포함돼 있어.

공무원 채용이 늘면 경쟁률이 높아질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가치판단을 하기가 좀 어려워. 수험생이다 보니까. 사실 사회복지직은 높지는 않지만 진입장벽이 하나 있긴 해. 사회복지 2급 자격증이 있어야 응시를 할 수 있어. 그래서 (경쟁률이 높아질 거라는) 걱정이 크게 들진 않아. 근데 또 한편으로는 사회복지 자격증 별명이 '국민 자격증'이기도 하거든. 생각만 있으면 누구나 딸 수 있긴 해. 게다가 사회복지직도 합격선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불안한 게 조금은 있는데 아직 일반행정보다는 좀 나으니까 뭐.

같은 과 동기 중 한 명은 "만약 올해 사회복지직을 많이 뽑아버리고 나면 오히려 내년에 뽑는 인원이 줄지 않을까? 그럼 올해 안 된 사람들이 내년에 더 힘들어지는 거 아냐?" 이런 이야기도 하더라고. 그런데 아직은 '1만 2천명 정도를 더 뽑을 거다'라는 이야기랑, '확정적이진 않지만 한 10월쯤 시험을 칠 것 같다', 이 정도 말고는 단서가 별로 없으니까. 그걸 바라보고 준비를 하고 있는 거지. 기대가 엄청 많이 되는 건 아니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돼야 하는데 가능할지도 완전히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일부러라도 불안하다는 생각은 안 하려고 해. 수험생이잖아. (정원이) 줄든 말든 붙을 사람은 붙는다고 준비해야 되는 게 공무원 시험이라고 생각해.


image 사진=tvN 드라마 '혼술남녀'

박은경 / 가명, 26세, 경기 소재 4년제 대학교 졸업, 9급 공무원 시험 준비 중

2년 반 째 준비 중인 내 입장에서는 억울한 점이 있어. 나는 9급 기술직(환경직) 공무원을 바라보고 있어.

우선 공시생 입장에서는 채용 인원을 늘린다는 게 반갑긴 해. 하지만 일반행정직렬보다는 기술직이나 관세, 출입국 관리, 교정 등의 교대근무가 있는 직렬의 인원을 늘려줬으면 좋겠어. 이 부문의 인원이 더 많아져야 근무환경이 개선되니까. 하반기에 생활안전분야에서도 채용을 한다고 하니 거기에 기술직이 많이 포함되기를 약간 기대하고 있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공시생뿐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도 시끌시끌하다고 들었어. 계약직들이 대부분 소위 '빽'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제 공무원도 빽 있으면 되는거냐,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 온 사람들에게 역차별이다" 등 말이 많다고 하더라.

실제로 선배 중에 교수님 소개를 통해 2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갔다가 무기계약직 공무원으로 전환된 분이 있어. 그 분을 보고 지인이 "너도 계약직으로 들어가지 왜 힘들게 공부하냐"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그냥 흘려들었지. 그런데 지금은 바보 된 기분이야. 힘들게 공부해서 들어갔는데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들어와서 같은 위치에 있다면 억울하지 않겠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정규직 신규채용에 상응할 만한 기준이 꼭 있어야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업무 상 계약직이 필요할 때가 있지. 비정규직 문제는 처우 개선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정규직 신규 채용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비정규직에 신경 쓰다가 비용의 문제 때문에 신규 채용이 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거지.

image 사진=jtbc


박서희 / 가명, 20세, 경기 소재 특성화고 졸업, 항공서비스 부문 민간기업 계약직 9개월차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만큼은 꼭 약속대로 추진했으면 해.

나는 고등학교 때도 공무원시험을 잠깐 준비했어. 내가 특성화고 전자계산기과를 나왔는데, 전자통신이랑 전기 분야 9급 시험은 특성화고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거든. 그런데 워낙 시험 준비가 어렵고 해서, 공부를 하면서도 '아, 안 될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6개월정도 공부를 하다가 '취업이나 하자' 이런 생각으로 막판에 취업에 뛰어든거야. 그렇게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왔는데 같은 학교 친구들 중에선 그래도 취업이 잘 된 편이야.

지금은 일을 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도 다시 하고 있어. 회사 일이 끝나면 저녁에 고등학교 동창이랑 만나서 공부해. 나도 돈을 벌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좋은데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무원은 안정적이잖아. 나중에 연금도 나오고, 복지 혜택도 좋고. 낮에는 일을 하니까 학원 다닐 시간도 없고 해서, 온라인에 있는 기출문제 뽑아서 제본해서 같이 풀고 뭐가 틀렸는지 다시 보고 하는 식으로 준비하고 있어.

인천공항 하청업체는 아니지만 어쨌든 공항 쪽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얘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기대를 좀 했어. '아 우리도 이제 정규직 전환될 수 있겠구나' 하고. 근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 중에 취업 나간 애들한테 물어보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 하더라고. 다들 안 믿는 거지. 이전 대통령도 공약을 해 놓고 지키지 않았잖아. 그래서 배신감도 느꼈고. 이번 대통령은 말로만 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사실상 나한테 뭔가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공무원 채용 규모를 늘린다고 했지만 내가 준비하는 분야는 워낙 예외적인 분야기도 하고. 그래도 공약은 꼭 지켜 줬으면 좋겠어.


  1. 공공부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대신 출신 학교, 준비중인 분야 등 정보를 최대한 상세히 제공해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인천공항 방문 당시 "정규직 전환 늘리지 못하게 묶어두었던 이런 저런 규제들을 과감하게 풀고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운영평가의 원칙과 기준을 전면 재조정해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점대상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비정규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