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licts

[디·취·부] 베일에 싸인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고칠 수 없나

알 수 없다, 수정본마저도 비공개기 때문에

하민지 2017년 06월 09일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 많은 독자들께서 취재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그 중 8건을 추려 Deepr가 무엇부터 취재하면 좋을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9건의 응답 중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남자는 누드에 약해.." 6억 들인 황당한 성교육 표준안, 정말 학교 성교육에 쓰일 건가?'가 궁금하다는 응답이 10건, 34.5%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취재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 "성폭력은 남성, 여성 모두 당할 수 있는 건데..."
  • "양성애자인 저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교육을 '1도(기자 주 : 하나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게 되는..ㅠㅠ"
  • "제발 성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은 성범죄자가 성범죄를 안 저지르면 된다는 당연한 얘기를 다른 곳 말고 학교에서 듣고 싶습니다."

1020대 커뮤니티 기반 미디어 쥐픽쳐스에서 운영하는 그룹 학교썰전의 구성원들이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을 보고 남긴 의견이다.

image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 중 일부. 더 많은 사진은 한국다양성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현재는 교육부 홈페이지의 어느 게시판에서도 이 자료들을 확인할 수가 없다. 성교육 표준안이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모두 삭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3월, 성교육 표준안을 공개했다. '여성은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성차별적인 내용들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이 표준안 제작에 세금 6억이 쓰였다는 얘기가 돌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표준안은 누가, 왜, 어떻게 만든 것일까.

'올바른 성가치관과 성태도의 형성'을 위해 제작했다

일단 지금까지 학교 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져 왔을까. 현직 초.중.고 교사 9명에게 물어본 결과, 모두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주로 보건 교사가 자체 교재를 제작해 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ㆍ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도덕ㆍ기술가정ㆍ체육 등 교과서에 성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는 과목 선생님이 교과서 내용에 기반해 성교육을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5월 30일, 정부는 국가시책사업 중 일환으로 성교육 표준안 제작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SOGI법정책연구회 나영정 상임연구원이 지난 2015년 정보공개청구를 해 자료를 받았지만, 절차를 요약한 수준의 정보만 공개됐다. 교육부는 이 표준안을 왜 만들었을까. 교육부 김보기 연구사에게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냈다.

image "ㅋㅋㅋ 저만 웃긴가요? 남자들은 갑자기 성 충동 일으키고 이성이랑 단 둘이 있으면 위험한 사람 취급하네." - 학교썰전 구성원이 남겨준 의견 중

Q
정부 기준의 표준안이 왜 필요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취재를 해 보니, 그동안은 보건 교사가 자체적으로 교재를 만들거나, 아니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성교육이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
A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체계적이고 못하고, 성교육의 내용도 담당자마다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로, 학생들의 성장발달에 따른 최소한의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초·중·고등학생 발달특성에 맞는 성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제공 및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을 통한 올바른 성 가치관과 성 태도를 형성하기 위해 제작했습니다.

제작비 ‘6억’은 사실이 아니다, 4억 7천만원 썼다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떻게 제작비가 6억'이나' 들었냐는 것이다.

Q
소요 비용이 6억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게 다른 단체에 의뢰해 만들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어느 단체에 의뢰했는지, 그 단체에 소요 비용 전액을 지출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단체에 전액을 지출하신 게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6억을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학교 성교육 표준안’ 개발비가 6억원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 개발, 학교 성교육 자료개발, 학교 성교육 조사실태 조사체계 개발 및 타당성 검증 연구, 관련자료 탑재 홈페이지 구축, 학교 성교육 운용모형 적용방안 연구 등을 포함해 4억 7천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최종 수정본은 시ㆍ도교육청의 검토를 거쳐 활용될 예정

Q
최종 수정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최종 수정본은 언제 나오는지, 시민단체와 여론이 지적한 내용을 충분히 수용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최종 수정 내용은 올 3월에 공개된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최종 수정본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A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해 제기된 사항에 대해 전면 재검토했고, 연구결과를 토대로 성교육 자료를 보완하여, 각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장교사 등과 추가 검토 후 확정하여 활용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이메일 답변을 읽고, 전화로 다시 문의했다. 최종 수정본이 나오지 않았는데 추가 검토 후 확정해 활용하도록 했다는, 다소 모순적인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Q
최종 수정본이 지금 나온 상태인가요? 어떤 내용인지, 실제 그 수정본으로 현재 학교에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최종 수정본은 시ㆍ도교육청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성교육 표준안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각 시ㆍ도교육청에서 검토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한 뒤 학교에서 활용해 달라고 안내했습니다.

Q
그럼 각 시ㆍ도교육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네요?
A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성교육 표준안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입니다.

Q
시ㆍ도교육청으로 넘어간 수정본을 국민이 볼 수 있게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개하실 예정이 있나요?
A
없습니다. 왜냐하면 각 시ㆍ도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가 있는데, 교육부에서 표준안을 공개하면 마치 “이대로 하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버전을 두고 투표, 누가 참여했나?

국회와 교육부에 청원을 넣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는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에게 의견을 묻던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표준안이 세 가지 버전이 있었는데 투표를 했다고 들었어요. 투표를 해서 세 가지 중 하나가 확정됐고, 그게 공개된 거예요. (연구진은) 이게 뽑힌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어요. 갈등의 요소가 없다, 불화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내용이라고 말했어요.”

투표는 누가 했을까.

“누가 투표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어요.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고요.”

SOGI법정책연구회 나영정 상임연구원이 정보공개청구해 받았던 자료를 살펴 보니 실제 이런 내용이 있었다.

“2014년 1월 16일 시도 교육(지원)청 및 학교 성교육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청회 개최. 정혜선 연구책임자(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이규은 공동연구원(동서울대학교 교양과 교수)이 발표하고 여성계, 청소년 성폭력 상담가, 보건교사회, 유아교육학자, 학부모 등이 토론”

누가 어떤 자격으로 토론회에 참여했는지 불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또한, 나 상임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2월 발간된 최종보고서에는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을 포괄성에 따라 1, 2, 3안으로 제시하고, 이 중 3안이 선정됐다고 한다. 김 연구사에게 이같은 내용을 질문했다.

Q
성교육 표준안 제작 시, 투표를 통해 1안ㆍ2안ㆍ3안 중 3안이 확정됐다고 들었는데요,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무슨 자격으로 투표에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았다.

성소수자, 성교육 말고 인권 존중으로 가르치도록 권고

Q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에 성소수자 내용을 넣지 않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방침을 최종 수정본에서도 유지하실 예정인지, 유지하실 거라면 왜 유지하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A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은 사회ㆍ문화적으로 합의된 가치가 아니므로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성소수자 관련 내용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존중교육으로 접근하여 도덕, 보건, 사회 등의 관련 과목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전화로 추가 질문을 하면서, 성소수자 관련 질문도 추가로 했다.

Q
아까 성교육 가이드라인이 각 시ㆍ도교육청 재량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시ㆍ도교육청이 성소수자 내용을 새로 넣어도 되나요?
A
현재 성소수자 관련해서 여러 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공교육이잖아요. 공교육에서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되는 건 “다뤄라, 말아라” 라고 얘기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죠.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관련 교과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성교육보다는 인권 존중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는) 파장이 상당해서, 어느 한 쪽의 입장을 들어주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는 성교육이 아니라 인권에서 가르치도록 권고했다는 교육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에게 이같은 내용에 대해 물었다.

“성교육은 인권 교육에 당연히 들어가야 돼요. 하지만 성교육을 통해서도 다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해요. 여성과 남성 두 가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스스로 탐구하고, 찾아가고, 그것을 긍정하고 축하할 수도 있는 문화들을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신체 결정권과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해요.”


취재 후기 | 힘들었던 취재 중 하나였습니다. 취재를 3일간 했습니다. 7일에 교육부 학생건강정보센터에 전화하니 담당자가 출장을 갔다고 했습니다. 8일에 전화하니 어제 출장 간 직원은 담당자가 아니라며, 교육부 다른 직원의 연락처를 알려줬습니다. 그 직원에게 전화하니 자신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보라고 했습니다. 직원의 출장, 회의, 통화 중을 기다리고 기다려, 9일 오후 4시 28분에 극적으로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는 특별한 취재 경로를 거친 것도 아니고, 국민 누구나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게재된 번호로 연락드렸습니다. 3일간 기다려 얻은 답변입니다. 교육부의 입장은 독자 여러분이 읽고 판단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