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r Recommends

What We Are Reading

6월 셋째 주, Deepr에서 읽고 있는 책들

C Curation Team 2017년 06월 11일

1. 박상현이 읽고 있는 책
image

동사의 맛: 교정의 숙수가 알뜰살뜰 차려 낸 우리말 움직씨 밥상

김정선 | 유유

지난 주에 읽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저자가 먼저 낸 책이다. '동사의 맛'이라는 다소 생뚱한 제목 때문에 작은 서점에서 눈에 띄어서 한번 훑어봤던 책인데, '내 문장이...'를 읽고 나서 저자의 글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내친김에 1편(?)도 읽고 싶어 빌려 읽고 있는 중.

픽션으로 보이는 이야기와 문법에 대한 설명이 교대로 등장하는 '내 문장이..'와 다르게 '동사의 맛'은 두 개의 동사를 한 장(이라기 보다는 한 페이지)에서 설명하는데, 그렇게 설명에 등장하는 동사들로 단편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진행방식이다. 저자는 이 방식이 나쁘지 않아서 같은 "꼼수"를 '내 문장이...'에도 도입했다고 하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딱딱한 내용을 계속 읽게 만들어준다.

'간지럽히다'와 '간질이다'를 설명하는 장에서 저자는 "표준어는 '간질이다'뿐이었는데, 2011년 8월에 '간지럽히다'도 표준어로 인정되었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표준어로 인정된 날을 기억하고 있고, 좋다, 싫다는 말 없이 그냥 책에 적어 놓았다. 내 짐작에는 이게 이 저자의 성격이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저자의 설명을 빌자면) '밥이 눌기 전에 불을 꺼라,' '에둘러 가다,' '언젠가 크게 데일 날이 올거야,' '체중이 분 뒤로 우울해졌다' 같은 표현이 왜 틀린 표현인지 모르는 사람


2. 정인선이 읽고 있는 책
image

감시국가: 국가감시에 관한 우리 시대 정상급 논객들의 라이브 토론 배틀

글렌 그린월드 외 | 모던타임스

TV토론을 보고 나서 특정 주제에 대한 입장 또는 선거 지지 후보를 바꿔 본 적이 있는가. 대선 때마다 이벤트처럼 치뤄지는 TV토론은 (적어도 내겐) 누군가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누군가를 절대 뽑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지, 그 이상이었던 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감시국가>는 2014년 5월 캐나다에서 열린 '멍크 디베이트'를 글로 옮긴 책이다. 네 명의 패널이 '국가감시는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정당한 수단인가?'를 주제로 토론한다. 특별한 점은 토론 시작 전 사회자가 패널과 청중에게 "토론이 끝난 뒤 입장을 바꿀 의향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그렇다"라는 합의를 (형식적으로나마) 한 뒤 토론을 진행한다. 또 '시민 자유의 수호자'라고 알려진 앨런 더쇼비츠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하는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찬성 측 패널이다. (그리고 가장 설득력있게 이야기한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토론이 끝난 후 청중 투표의 결과는 뒤집힌다. 'NSA의 대량 감시를 폭로하고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반역자인가 애국자인가?' '국가의 대량 정보 감시는 테러를 막을 수 있는가?' '기업에겐 개인정보를 기꺼이 내 주면서 왜 정작 국가 감시의 필요성엔 동의하지 못하는가?' 당신은 이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싸움 구경 좋아하는 사람, 새 어플을 설치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 '구글 신' 예찬자


3. 윤지원이 읽고 있는 책
image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변화를 향한 소수자의 정치전략

박이대승 | 오월의봄

나는 때로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꺼리는 걸 넘어서 싫어할 때가 있는데, ‘반골 기질’이니 거창하게 갖다 댈 필요는 없고 그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북에 ‘개념 주례사’로 유명한 영상이 네티즌들의 반응을 10만 개 이상 얻고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클릭은커녕 뉴스피드에 뜰 때마다 게시글 숨김 처리를 하곤 했다. 영상 속 그 분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개념 ○○’라고 부르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개념녀, 개념 발언, 개념 연예인, 개념 행보 등의 칭호는 대개 다수의 감성에 부합하기만 하면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따지고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행동이나 발언인데, 누군가는 개념 있다고 칭찬(혹은 개념 없다고 욕)하면서 정작 자신은 어떻게 개념 있게 살까 고민하지 않는 쉽고 게으른 태도라고 생각했다. 개념에 열광할수록 오히려 그만큼 개념이 빈곤한 사회임을 증명한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어려운 책을 골랐구나 하고 도피하고 싶었다. ‘이’ 개념이 ‘그’ 개념이 아니구나……. 작가는 한국 사회가 약자를 희생시키며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약자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개념 없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개념은 언어 사용의 한 가지 경향을 말하는데, 시민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같이 논의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개념 언어’가 필요하다.

솔직히 말하면 서문까지만 읽었다. 하지만 청년과 소수자, 시민성에 대해 다룰 것이라고 알려주는 목차는 다시금 흥미를 주긴 했다. 편하게 읽을 만한 사회 비평서는 아니고, 약간 각 잡고 앉아 밑줄 치며 읽을 책이다. 작가는 ‘청년을 위하겠습니다, 유가족을 위하겠습니다’고 외칠수록 정작 청년과 유가족은 배제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개념 있다고 칭송할 누군가를 부르짖을수록 정작 개념 있는 사회의식은 찾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나의 문제의식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며 이 연결고리를 발판삼아 주말에 이 책에 도전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사회운동의 ‘개념어’부터 정의하고 싶은 사람, 언어와 호명이 가지는 권력이 궁금한 사람, 사회가 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에 관심 많은 사람


4. 하민지가 읽고 있는 책
image

동물을 위한 윤리학: 우리는 왜 동물을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가?

최훈 | 사월의책

유기견 준이, 그리와 살고 있다. 준이는 2013년부터, 그리는 2015년부터 가족이 됐다. 이들과 살다 보니 동물의 권리를 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샀다. 사 놓고 오래 못 읽었는데, 영화 <옥자> 개봉일이 다가 와서 읽기 시작했다. <옥자> 리뷰를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강원대 철학과 최훈 교수는 2014년에 <불편하면 따져 봐>라는 책을 썼다. 인권을 논리학으로 접근한 책이다. 이를 테면 “양심적 병역 거부하는 사람들아, 니네만 양심 있냐?”, “청소년이 무슨 염색을 해”라는 말들이 논리적으로 어떤 오류를 갖고 있는지 설명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최 교수의 팬이 됐다.

‘팬질’을 시작해 보니, 최 교수는 2007년부터 동물 윤리를 연구해 왔고, 10년 넘게 채식을 해 온 ‘채식주의 철학자’였다. 그런 최 교수가 동물 윤리와 관련된 철학적 논쟁을 담아낸 이 책을 썼다. 준그리와 살고 나서부터, 동물권과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내가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이 책은 동물과 관련된 기존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어떻게 틀린지 설명하면서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증명해 낸다. 증명의 과정 중에 어디선가 들어는 봤는데 자세히는 모르는 철학자의 이름들과 이론들이 나온다. 그런데 하나도 어렵지 않게 썼다. 동물 윤리 공부에 철학 공부는 덤이다.

아, 참고로 동물과 살고 있는 분들은 책을 읽은 후 책장에 꽂아 놓거나 동물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시길 바란다. 표지만 찢고 속지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우리 준그리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고기를 먹으면서 어쩐지 죄책감이 드는 사람,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해 보고 싶은 사람, ‘종차별주의’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동물이 소중하면 풀은 안 소중하냐?”라는 빈정거림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