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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5인방' 과점체제에 들어간 실리콘밸리 (2)

우리가 들어본 적 없는 패자

박상현 2017년 06월 13일

작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공개지지하고 나서서 화제를 몰고 왔던 실리콘밸리의 백만장자 피터 틸은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경쟁은 루저들(losers)이나 하는 것이며, 미래에도 지속될 가지를 창조하고 소유하려면 독점체제(monopoly)를 구축하라”고 주장했다. 틸이 그렇게 주장할 수 있던 이유는 실리콘밸리가 이미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플랫폼 간의 경쟁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5인방(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은 크든 작든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서 틸이 이야기하는 배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소수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에게 도전할 만한 어떤 경쟁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이익을 보장받고 있는 시장을 과점시장(oligopoly)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피터 틸이 독점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들 5인방의 과점을 그다지 나쁘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이 다른 전통적인 과점시장의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1) 가격 담합을 하거나 2) 혁신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거나 3)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모놉소니 vs. 모노폴리

이들 다섯 기업 사이에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소비자들의 "디지털 라이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영화, 음악의 스트리밍 서비스, AI 비서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의 경쟁을 보라).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플랫폼에서 배타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다만, 그들이 만들어낸 과점시장에서 소비자가 불리한 입장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그 기업들이 공급독점자(monopolist)가 아닌, 수요독점자(monopsonist)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가령 과거 스탠다드 오일 대형 정유사 처럼 시장을 독점하고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가격을 올렸다면, 후자에 해당하는 기업은 투입가격(input price)을 강제로 낮출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낮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이익을 누린다는 것이다.

image 구글의 AI비서 '구글 홈' (AP Photo)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 온라인 서점의 출판사 짜내기 전략이다. 사실상 도서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아마존은 끊임없이 출판사들에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을 가하고, 그런 주문에 반대하는 출판사의 책들은 권장 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판매 순위를 하루아침에 떨어뜨린다. 자신의 책 판매량이 갑자기 떨어진 것을 발견한 저자들은 출판사에 항의해서 아마존의 요구를 따르게 하고, 인기 저자를 잃을 위험에 처한 출판사는 손해를 감수하고 아마존의 요구에 굴복하게 된다.

여기에서 “그렇게 해서 출판사들이 이윤을 내지 못하면 전체 도서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마존이 보는 미국의 도서시장은 다르다. “땅값 비싼 맨해튼 한복판에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을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아마존의 주장에 동의하는 미국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과서 시장 등은 개혁이 필요할 만큼 왜곡되어 있고, 사실상 (전통적인 의미의) 과점체제로 운영되어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아마존은 투입가격을 낮추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익을 취하던 미들맨, 즉 중간상인을 없애는 공급독점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

실리콘밸리의 5인방이 (소비자라기보다는)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사용하는 결정이 다른 사용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효과를 가리키는 것으로, 가장 전형적인 예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다. 사용자는 세상에 가장 편리한 메신저 서비스를 고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고른다. 아무리 편리하고 아름다운 인터페이스를 가진 메신저 서비스라도 내 친구들이 사용하지 않으면 메신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벤 톰슨의 주장처럼 페이스북이 콘텐츠 공급자 시장에서 독점적인 사업자가 될 수 있는 배경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75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 페이스북에 매달 접속하는 사용자(MAU)가 17억 명인 SNS 서비스”는 물건을 그만큼 많이 팔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령, 당신이 페이스북에 가입해있지 않더라도 페이스북은 이미 당신에 대해 깜짝 놀랄 만큼 정확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다. 바로 당신 주위의 친구들이 올리는 포스팅과 사진, 그리고 제공한 이메일 서비스에서 당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페이스북은 당신의 프로파일을 갖고 있다.

image 페이스북의 2016년 F8 컨퍼런스 (AP Photo)

일단 시장의 지배자가 되면 시간이 갈수록 파워가 커진다는 것이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기업들의 특징이다.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은 2위 기업과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이지만 이미 엄청난 아이폰 사용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1천 만 구독자(subscriber)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사용할 것 같지 않았던 페이스북 메신저 앱이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패자

그렇다면 우리는 테크 5인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들의 경쟁에서 승자는 소비자라는 낙관적인 견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효과의 특성상, 망사업자들이 콘텐츠 영역 진출하면서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제로레이팅(zero-rating: 특정 공급자의 콘텐츠에는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정책)을 통해 사실상의 부당경쟁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과점체제에서 유일한 패자는 “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스타트업(start-ups we haven’t heard of yet)”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즉, 이 싸움에서는 5인방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불이익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데, 그런 각오와 기술이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투자할 투자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장의 강자와 싸우는 장소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울기 심하다 못해 사실상 절벽인 셈이다.

얼마 전 은퇴한 테크 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는 테크 5인방의 과점체제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독점이나 과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의 성장을 방해(handicap)하기 때문에 당장은 전통적인 독과점과 달리 건전해 보이는 측면이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불가능해 보여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며, 그게 언제인지 알지 못할 뿐(“But it will end one day. I just don’t know when”)이라는 것이 수 십년 간 실리콘밸리를 지켜본 70세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커버 사진=피터 틸 (AP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