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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 시즌, 정신과 진료기록 회사에 넘어갈까

[후속보도] ① 공공기관편 - 민감정보 중 '건강정보' 요구, 이유는

하민지 2017년 06월 13일

지난 5월 26일에 발행된 기사, 20대 취준생은 우울증 치료를 거절할 수밖에 없다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서 많은 비판과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기사를 읽어 주시고 평가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에 대한 후속 기사 세 편이 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기사 ‘공공기관편’입니다.

① 취준 시즌, 정신과 진료기록 회사에 넘어갈까
② 정신과 진료기록 회사가 볼 거라는 불안감 생긴 이유


다음 중, 회사가 몰랐으면 하는 자신의 ‘민감정보’는 어떤 것인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이하 "민감정보"라 한다)
-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1항 중

나의 경우, 솔직히 말하면 전부 알려주기 싫다. 내 업무, 직무와 저 정보들은 하등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사지원서를 쓰다 보면, 민감 정보 제공 동의에 체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image 민감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서 자체를 쓸 수가 없다.

내가 입사지원서를 쓰기 위해 민감 정보 제공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면, 저 정보들 중 대체 어떤 게 넘어간단 말인가.

건강정보 중 무엇이 넘어가는 걸까

입사 지원할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 버튼을 누르면서 내 정보 중 무엇이 넘어가는지 꼼꼼히 읽어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일단 회사에 넘어가는 내 정보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 개인정보 : 이름, 주소 등 인적사항
  • 고유식별정보 : 주민등록번호처럼 내 신원을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정보
  • 민감정보 :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

개인정보와 고유식별정보는 누리집 회원 가입이나 브랜드 멤버십 가입할 때도 쓰기 때문에 나를 채용하려는 회사에 넘겨주는 게 크게 부담스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감정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용 공고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감정보 중 회사가 수집하는 정보는 대부분 ‘건강정보’라고 돼있다.

image

대학생 정수지 씨는 “정신과 진료가 방문 자체만으로 편견 쓴 시선을 받는 대표적인 진료과라고 생각해요. 정기적인 병원 방문 기록을 보고 만성 정신질환이 있다고 추측해리는 건 아닐지 걱정돼요”라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회사에 정말 내 정신과 진료 기록이 넘어가는 걸까.

'건강정보'는 신체검사 기록

현재 채용 중인 공공기관(공사, 공단 포함) 다섯 곳에 문의해 본 결과, 수집하는 민감정보 중 ‘건강정보’는 면접전형 진출자나 합격자에 한해 이뤄지는 ‘신체검사 기록’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검사 항목에는 어떤 것이 있냐 물으니, 국가 공무원 신체검사 규정과 동일한 기준으로 신체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무원 신체검사 규정을 들여다 봤다.

image 사진=법제처 갈무리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정신질환 항목이 있다. 혹시 이 곳에 안 좋은 게 적히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공무원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에서 정신질환 항목은 다음과 같다.

image 사진=법제처 갈무리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정신질환이 있다고 판단되면 불합격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Q
신체검사 불합격 판정기준에 이같은 내용이 있는데요, 이것은 신체검사를 시행한 병원의 의사가 판단하는 것인가요?
A
그렇습니다. 의사 소견에 따릅니다. 지원자가 업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질환이 있는지 의사가 판단하는 것입니다.

입사 전 정신과 진료기록, 안 넘어 간다

취준생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자신의 정신과 진료기록이 입사 지원할 때 회사로 넘어가냐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 관계자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Q
이전 정신과 진료 여부와 상관 없이, 신체검사를 받는 시점에 한해서 정신질환을 검사 받는 건가요?
A
그렇습니다. 이전 진료기록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들도 비슷하게 대답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인사노무팀 관계자는 “신체검사했을 때 본인도 몰랐던 질환이 발견되면 치료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약을 처방받게 하거나 입사일을 미루는 등 여러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겠죠.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채용하지 않는 건 불합리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부 관계자는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진료기록을 열람해 볼 수 없습니다.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다해도 저희가 알 수도 없고요,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 이력이) 불합격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친구가 최종합격을 한 적이 있어요”라고 밝혔다. 공황장애 여부를 어떻게 아셨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스스로 밝혀서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커버사진=shutterstock


취재후기

지난 번 제 기사에 대해 따끔한 비판을 해 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지난 번 제 기사에는 거짓과 진실, 두 가지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거짓은 회사가 진료기록을 열람한다는 것입니다. 진실은 민감정보 제공 때문에 취준생이 불안해하며 정신과 진료를 꺼리거나 기록이 남지 않는 대신 비싼 비보험진료를 택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는 ‘공공기관편’입니다. 공공기관은 국가 공무원 신체검사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합격 후 신체검사할 때 정신질환이 있는지를 판단하지, 채용 과정 중 정신과 진료기록을 요구하거나 함부로 열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사를 쓰면서 민감정보 중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정확히 알려줬다면 취준생의 불안함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건강정보’라고만 적혀있기 때문에 대학생 정수지 씨처럼 불안함을 겪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민감정보 수집항목을 보니 ‘가족사항’이 있었습니다. 이건 왜 수집하냐고 인사 담당자에게 여쭤봤습니다. 인사 담당자는 몇 시간 후 제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사항을 절대 수집하지 않아요. 저희는 채용할 때 나이를 쓰거나 사진을 삽입하는 란도 없어요. 채용 시스템 대행 회사가 잘못 기입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지우라고 전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따져 묻는 게 기자의 일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저번 제 기사 때문에 상처 받으신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더 정확한 취재, 작은 것 하나도 따져 묻는 취재로 올바르게 기사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