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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 사라지는 세상, 우리는 평생 알바로 살아가게 될까? (1)

성큼 다가온 긱(gig) 경제의 현재와 미래

박상현 2017년 06월 14일

엥겔스의 정체(Engels’ Pause)란?

18세기 산업혁명이 현재 우리가 속한 경제 시스템을 낳은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통적인 농업 중심의 경제가 신기술의 등장으로 공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체제로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인류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던 새로운 형태의 노동방식과 일자리가 등장했고, 경제 전반에서 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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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사학자들이 설명하는 실상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산업혁명으로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났고, 소득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한참 후에 일어난 일이고, 적어도 산업혁명의 초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후 영국인들의 평균소득은 변동이 없었거나 오히려 줄어들었고, 그 추세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다. 역사학자 로버트 앨런(Robert Allen)이 '엥겔스의 정체(Engels’ Pause)'라고 명명한 이 기간은 1840년대까지 계속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이윤율과 국민소득은 증가했고, 생산도 늘었지만 유독 임금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엥겔스는 기술발전의 결과가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고, 그런 이유로 앨런은 ‘엥겔스의 정체’로 명명한 것이다).

엥겔스 정체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이윤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었다. 신기술이 보급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필요했고, 투여된 자본에 대한 이윤은 많이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 개입된 노동에 대해서만큼은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0년대의 노동형태, 긱(gig)

'엥겔스의 정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신기술의 발전으로 생산과 이윤은 증가 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고용이 없는 성장이다. 가장 상승세에 있는 IT기업들은 노동자 당 매출액이 1백만 달러를 쉽게 넘긴다. 애플의 경우 직원 한 명당 심지어 2백만 달러가 넘는 매출을 만들어낸다.

소수 IT기업의 높은 노동생산성은 기업에는 희소식이지만, 노동시장 전반에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같은 규모의 매출을 내는 전통적인 산업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적은 고용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생산업종에서도 생산성의 향상은 흔히 자동화를 통해 달성되기 때문에 시장 전반에 걸쳐 고용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공유경제, 혹은 긱(gig)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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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이란 특별한 소속이 없는 음악인들이 그때그때 모여서 공연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우버 운전사처럼 회사에 고용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해서 돈을 버는 형태의 노동을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된다. ‘The Gig Economy’의 저자 다이앤 멀케이히는 긱 경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당신이 풀타임으로 하는 일이 없거나, 풀타임 노동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긱 경제(gig economy)에 속한 사람이다. 만약 당신이 컨설턴트이거나, 계약직으로 일하거나, 프리랜서거나 온디맨드로 일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면 당신은 긱 경제에 속한 사람이다.”

<뉴요커>는 최근 ‘긱 경제는 작동하는가(Is the Gig Economy Working)?’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긱 경제의 실상을 밀착취재를 통해 보여줬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이름 외에도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 등의 다양하게 불리는 긱 경제 하에서의 노동은 대개 특정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일감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고,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품질은 평점으로 결정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우버나, 에어비앤비(Airbnb), 그리고 집이나 회사의 잡다한 일을 대신해주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등의 서비스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고, 각 영역에서는 이미 많은 회사가 경쟁적으로 회원과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긱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노동자의 지위에 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듯, 긱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self-employed)’분류되기 때문에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받는 보호와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은 아파서 결근해도 월급이 깎이지 않지만, 우버 운전사는 일하지 못하는 날의 수입은 사라진다.

이런 형태가 과연 21세기를 대표하는 노동이 될까?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