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r Recommends

What We Are Reading

6월 넷째주, Deepr가 읽고 있는 책들

C Curation Team 2017년 06월 18일

1. 박상현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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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038사건

엘러리 퀸 | 해문

주말에 2017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가 발견한 책. 이대 앞에 있는 추리소설 전문 독립서점인 미스터리 유니온이 도서전에 낸 매장에 들렀다가 80년대에 나왔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재출간된 것을 보고 반가워서 두 권을 사들었다. 하나는 레슬리 차터리스의 '암흑가의 성자(The Saint in New York)'이고, 다른 하나가 엘러리 퀸 시리즈의 이 책이다.

추리소설은 코난 도일 만 읽었던 나는 엘러리 퀸 시리즈에 대해서 알기는 했지만, 직접 읽은 적은 없다. 엘러리가 남자 이름이라는 것도 이번에 읽으면서 알았고, 엘러리 퀸이 주인공의 이름이자 공동저자 두 명이 사용한 필명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엘러리 퀸 팬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

작은 판본에 17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라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이 안 걸려서 끝냈다. 80년대 번역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오래 전에 더빙된 미국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특히 만화풍으로 그려진 삽화 때문에 잠깐 동안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다. 이제 남은 한 권도 읽고 잘 생각.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그 옛날 해문 출판사의 책을 읽었던 사람, 추리소설이면 일단 집어들고 보는 사람, 복고풍에 혹하는 힙스터


2. 정인선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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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백창화, 김병록 | 남해의봄날

"이제 세상엔 두 가지의 선택만 남았다. 광화문 네거리 대형서점에 갈 것인가, 온라인서점에서 서핑을 할 것인가."

고백하자면 나도 (출판사와 동네 서점이 보기에) 썩 좋은 독자는 아니었다. 지금 당장 봐야 하는 책이 아니면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터넷에서 최저가 검색으로 책을 샀다. 서점은 책을 구경하는 곳이지 사는 곳은 아니었다.

얼마 전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책방 만일'에 갔다가, 오랜만에 현장에서 제값 주고 책을 여러 권 사는 경험을 했다. 내 집에 그대로 옮겨놓고 싶은 서가는, 꼭 내 취향을 미리 파악한 이가 나를 위해 준비해 둔 것 같았다. '아, 이 책방 주인은 99.9%의 확률로 (나도 속한) OO당 당원이겠구나' 싶었다(확인은 안 해봤다.) 책을 하나하나 고른 책방 주인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수고료라고 생각하니 온라인보다 약간 비싼 현장 구매가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누군가의 취향에 딱 맞을 전국의 작은 책방들을 직접 돌아보며 기록한 책. 충북 괴산에서 '숲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부부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은 덤이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종이책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한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사람, 남의 여행기로라도 대리만족 느끼고픈 사람, '회사 때려치우고 북카페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


3. 윤지원이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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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전사: 여자는 왜 포르노보다 로맨스 소설에 끌리는가?

도널드 시먼스, 캐서린 새먼 | 이음

토요일 낮에 찾은 2017 서울국제도서전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바글바글 복잡한 곳에서는 정신이 혼미해지는지라 조금 황망하게 걸음을 옮겼다. 한 출판사 부스 앞을 지나는데, 온통 다윈의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어서 무관심으로 지나치려 했다. 그냥 돌아서려는 어깨를 잡아챈, 은밀하지만 친숙한 단어가 있었다. 운명같은 만남에 여성은 책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BL 소설을 읽는 이유를 진화론으로 설명하다!”

Boys Love, 즉 비엘 소설은 한때 내가 눈물로 베개를 적시고 밤잠을 설쳐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등교하게 했던 문학 장르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아이돌 덕질을 해 본 적이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과부반(그 때는 여학생들만 있는 반을 그렇게 부르곤 했다)’이었던 덕에 우리 교실은 동방신기 팬·빅뱅 팬·슈퍼주니어 팬의 삼분천하를 이뤘다. 비엘에 눈을 뜬 것도 그때다. 비엘은 내게 단순히 좋아하는 남성 아이돌 두 명을 붙여 ‘호모질’하는 팬들의 음지문화가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남성 간의 사랑이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도 더더욱 그들의 사랑은 혹독했다. 그러한 장애물을 넘으며 캐릭터들이 성숙해지는 과정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땐,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수많은 ‘금손’ 작가들은 또 어땠는가. 메모장에 써내리던 그녀들의 필력은 전국의 비엘 독자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웠고, 이후 여학생들이 수능 시험장에서 막힘없이 국어 시험지를 풀어나가는 실력의 밑거름이었다.

책에선 비엘 소설의 장르를 ‘슬래시 소설’이라고 하는데, ‘셜록/왓슨’과 ‘커크/스포크’처럼 슬래시(/)로 커플의 관계를 나타내는 관습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비엘 팬들은 ‘탑x지드래곤’처럼 ‘곱하기(x)’라는 용어를 쓴다는 점이다. (이렇게 나의 아이돌 커플링 취향을 고백한다.)

1942년생 남성 진화심리학자인 도널드 시먼스가 슬래시 소설을 다윈주의적으로 해석하게 된 계기는 친구의 제자이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여성 연구자 캐서린 새먼의 요청 때문이었다. 저명한 학자이자 인간의 성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해 왔던 그는 책의 서문에서 여성들이 왜 그런 장르에 끌리게 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자신이 느꼈던 당혹스러움을 털어놓는다. “팬픽은 아주 훌륭한 문학이죠”라고 말하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40대 남성인 편집장이 생각나 웃을 수밖에 없었다.

냉랭한 눈으로 지나치던 여자가 눈을 빛내며 책을 집어드는 것을 본 부스 직원은 “사람들이 과학책이라면 지루해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특별히 디자인에 신경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우리 책이 아마 국내 과학 관련 도서 중에서는 두께도 제일 얇을 것이다”라고 덧붙였지만, 지루한 부분은 스킵하는 성격을 지닌 이 독자는 저자가 6장에 걸쳐 다윈주의와 성별 간 다른 짝짓기 심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넘겼다. 본격적인 설명은 7장부터 나온다.

부득이하게 비엘 장르를 폄하하는 시선을 담기 위해 멸칭을 썼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아련한 그 시절 팬픽으로 PMP를 채워본 사람, ‘조아라’같은 사이트를 적극 이용하는 사람, 왜 여자와 남자의 성적 판타지는 다를까 궁금한 사람, (의외로) 인간 성 특성을 다윈주의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


4. 하민지가 읽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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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여성 단편소설선

하이파 비타르 외 19명 | 글누림

어제,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나는 책을 정말 게으르게 읽는 사람이다. 편식도 심하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서너달 동안 읽는다. 1년에 읽는 책이 너댓권도 안 된다. 책에 대한 애정은 영화에 대한 애정의 1/10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었다. 상당히 피곤했다. 게다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해서, 가기 전부터 겁을 먹었다.

토요일 저녁 늦게 갔더니, 다행히도 사람은 많이 없었다. 좀 뻔하지 않은, 특이한, 접해보지 않은 책을 찾으려고 한 20분 돌아다니다 이 책을 발견했다.

‘아랍 여성’하면 대표적으로 히잡이 떠오른다. 여성 억압의 상징과도 같은 히잡. 최근에는 이란 남성들이 #maninhijab(히잡을 쓴 남자) 해시태그 운동을 하며 여성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앞장서거나, 여성들이 히잡을 패션으로 여기고 기꺼이 쓰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렇게 여성 인권이 부침을 겪는 아랍권 국가에서 여성이 쓴 여성의 소설이라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총 스무 편이 실려 있다. 각 작품마다 분량이 한 2000~3000자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주 짧다. 나같이 책을 게으르게 읽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감사한 분량이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작품이 일기같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됐다는 것이다. 유부남과의 사랑, 강도를 잡는 여성, 딸의 결혼을 앞둔 엄마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이 그려져 있다. 여성 인권을 주장하거나 강조하지는 않았다. 다만 남성의 그늘 아래에서 여성이 겪는 감정을 솔직하게 썼다. 감정 위주로 서술하다보니 문체가 시 같기도 하다.

정주행하듯이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목차를 보고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부터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자기 전 오래 담근 술을 한 잔 하고 자듯이, 자기 인생에 대해 속삭여 줄 친구가 필요할 때 읽고 자기 좋다.

이 책을 읽고 싶을 사람들 아랍 여성들의 삶이 궁금한 사람, 단편 소설을 써 보고 싶었던 사람, 내 삶도 소설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