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취·부

커뮤니티 사이트 자정작용, 우리는 이렇게 한다

독자 김맹극 님이 주문하신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정작용, 과연 가능한가요?" (1)

D Deepr 2017년 06월 29일

이 글은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이하 디·취·부)를 통해 공모를 받아 영 뉴스 크리에이터 디퍼스 괴나리봇짐 팀()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독자 김맹극 님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정작용, 과연 가능한가요?"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취재를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던 사용자 ㄱ 씨1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애용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진의 편향된 운영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ㄱ씨가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특정 선수나 팀을 비방하는 행위를 내부규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게시물이 올라왔음에도 해당 게시물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어 운영자를 향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온 터였습니다.

여기서 사용자 ㄱ씨가 떠올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각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자정작용 노력이 이뤄지고 있을까? 아니면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끼리의 자정작용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일까?

저희 디퍼스 괴나리봇짐 팀은 이러한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커뮤니티 사용자들과 접촉하여 각 사이트별로 자정 작용이라 할 만한 사례와 추세, 경향들을 모아봤습니다. 여기에는 정립된 이론이나 선행된 연구도 없어서 괴나리봇짐 팀원들이 직접 눈으로 손으로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지금부터 저 질문에 대한 괴나리봇짐 팀의 답변을 살펴보시겠습니다.

스스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능력

먼저, 자정작용의 뜻부터 알아보아야겠죠. 괴나리봇짐 팀이 취재원들로부터 오히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자연계 스스로 환경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능력’(두산백과). 사람이나 동·식물이 상처를 자연히 치유하는 능력이 있듯이 자연에도 환경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신비로운 현상이 커뮤니티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요?

우선 커뮤니티가 고인 물이 아닌 강처럼 굽이치며 흐르는 생태계라는 점을 짚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커뮤니티라고 지칭할 수 있는 대상은 무척이나 다양하지요. 각각의 관심사에 따라 크고 작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며 이합집산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나 게임은 물론이고 책이나 영화, 패션, IT 기기 등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사용자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예 하나의 커뮤니티가 다양한 하위 혹은 세부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어 이에 맞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커뮤니티별로 일종의 내부 규정들이 존재하지요. 말 그대로 커뮤니티, 그러니까 공동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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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자정작용이 가능할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스로’, 그러니까 자정작용의 주체가 대상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외부의 압박으로 인한 변화는 자정작용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자정작용의 가장 좋은 사례는 사용자 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원만한 커뮤니티 사용이 이뤄지는 경우일 것입니다.

자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저격 문화'

액션 RPG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즐겨 이용한다는 대학생 박민제 씨는 자정작용이 가능한 요소로 '저격 문화'를 꼽습니다. 저격 문화란 중복 글이나 거짓 자료를 배포하는 유저에게 다른 유저들이 경고를 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이런 식의 경향을 보이게 된 데에는 커뮤니티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는 게시글이 넘쳐나게 되어 유저들이 떠나간 경우를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image 예를 들어 이렇게...

박 씨는 "요즘은 저격 문화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관리자가 못 막는 사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 운영진이 나서기 전에 유저들 간의 논쟁을 통해 커뮤니티의 내분을 사전에 막는다는 것입니다. 다툼이나 소요처럼 보일지라도 암묵적인 규칙을 깨는 게시물이 올라올 경우 유저들이 서로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자정 노력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image 아니면 이런 식으로...

다만, 말 그대로 저격이기 때문에 정도에 따라서는 개인을 향한 집단의 ‘린치’ 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펴는 특정 유저를 의도적으로 곤경에 처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격 글을 싫어하는 유저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팩트 체크

커뮤니티에 ‘팩트체크’ 라는 문화가 퍼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학생 최승렬 씨는 오락을 즐기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 이슈를 살펴보는 용도로 유머 콘텐츠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그 이유를 정치 관련 게시물에서 자정작용이 잘 이루어져 정치 현안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 구체적으로 ‘팩트체크’ 가 일어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특정 사안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의견을 담은 글이 올라옵니다. 이 경우, ‘제대로 알아본 것이 맞느냐?’, ‘전체 맥락에서 보면 다르다’라는 식으로 댓글이 달리게 됩니다.

그럼 본래의 글을 쓴 유저가 뒷받침 자료를 제시하거나 댓글로 반박 자료가 달리는 식입니다.*

최 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정작용이 가능한 원인으로 "커뮤니티의 크기가 큰 탓에 물이 고이는 속도도 느리고 어느 한 개인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같은 커뮤니티 내의 유저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덮어놓고 믿을 게 아니라 의심을 던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아, 잠시 멈춰봐.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선비 행세'

비슷한 맥락에서 조금 자극적이지만 ‘선비 행세’를 자정 작용의 이유로 꼽은 사용자도 있습니다. 하나의 의견에 휩쓸리다가도 사용자들끼리 서로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식의 행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론 형성에 있어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의견에 감정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설득력을 다시 재어보는 것입니다.

image 취재원이 자신이 생각하는 자정 작용의 이미지를 직접 보내줬습니다. 그렇군요...

또 다른 유머 콘텐츠 커뮤니티의 사용자인 대학생 ㅈ 씨2는 "일간 베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커뮤니티와의 차이점을 고수하려는 심리가 커뮤니티의 자정 효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피해야 할 모종의 사례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고민하다

‘저격문화’, ‘팩트체크’, ‘선비행세’. 이 세 가지의 사례들 모두 일종의 경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커뮤니티 내에서 게시글의 진위를 가리려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엔 누군가가 생산한 정보에 대해 100% 신뢰할 수는 없다는 심리가 담겨 있습니다. 직접 검증을 해보거나 여러 차례 확인을 거쳐야 비로소 타 유저들에게도 인정받게 됩니다. 근거가 불충분한 의견은 같은 커뮤니티 유저들에게도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커뮤니티 자정 작용 노력의 또 다른 공통분모는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지속할 경우, 당장은 즐겁지만, 커뮤니티의 지속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유저들이 커뮤니티의 변질에 실망하거나 낮은 수준의 게시글들에 활동 빈도가 줄어드는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러한 위기의식이 드리워진 커뮤니티들에서 자정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수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의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오염이 지나칠 경우 자연의 정화작용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글의 시작을 열었던 자정작용 설명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여전히 많은 커뮤니티가 욕설과 비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을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투명한 관계의 바다를 꿈꾸며

지금까지가 저희 괴나리봇짐 팀이 독자 김맹극 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발굴해 낸 사례들입니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답변이지만 그런데도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어떠한 심리를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떤 자정작용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명쾌하고도 풍부한 답을 위해서는 좀 더 오랜 관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 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온라인 공간은 ‘관계의 바다’ 입니다. 그 속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그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심해 깊숙이 숨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지요. 해변에서 가볍게 물장구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바다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시각을 같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자정 작용을 통해 우리가 모두 좀 더 나은 공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우리가 모두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디퍼스 괴나리봇짐 이었습니다.


  1. 해당 커뮤니티의 불만 사항은 이미 온라인상에 공공연하게 제기돼 있지만, 내부 고발의 성격을 고려해 익명으로 표기합니다. 

  2. 대학생 ㅈ 씨는 가감 없는 발언의 보장을 위해 본인을 익명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