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취·부

유저가 유저를 감시한다, 루리웹의 자정작용

독자 김맹극 님이 주문하신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정작용, 과연 가능한가요?" (2)

D Deepr 2017년 06월 30일

이 글은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이하 디·취·부)를 통해 공모를 받아 영 뉴스 크리에이터 디퍼스 괴나리봇짐 팀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독자 김맹극 님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정작용, 과연 가능한가요?"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취재를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게이머를 위한 밝고, 활기찬 포털 커뮤니티' 루리웹은 대한민국 게임 전문 사이트다. 누군가는 루리웹을 ‘반일오타쿠’라고 말한다. 일본을 싫어하고 증오하면서 누구보다도 일본의 서브컬쳐를 사랑하고 누리는 이들의 성지란 뜻이다. 많은 게임 유저들이 각양 각층의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는 지금까지 게임 커뮤니티로서 자리를 지켜 왔다.

"우리의 삶과 게임을 떨어뜨려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겜알못'에 애용하는 커뮤니티 하나 없는데도 기자가 루리웹을 선정한 이유는 비교적 요즘 커뮤니티 중에서 루리웹이 평화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평화롭다는 건 비교적 공기가 무섭지 않고, 산 좋고 물 좋은 어느 산골짜기 마을 느낌이랄까. 루리웹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이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정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자극적인 말들이 오가는 지금, 그들 역시 그렇게 물들지 않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

루리웹 갤러리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게임 관련 전문 정보를 게시해 공유하며 유저끼리 소통한다. 새로 출시된 게임과 게임기에 대한 단순 정보전달에서부터 날카로운 분석 그리고 후기 등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올라온다. 비단 게임 정보뿐만이 아니다. 루리웹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루리웹 유저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의 삶과 게임을 딱 떨어뜨려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게임 얘기를 하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리웹은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 그치지 않고 게임이 매개된 하나의 사회적 공론장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다.

image 루리웹 유저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의 삶과 게임을 딱 떨어뜨려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사진=루리웹 웹사이트 캡쳐

프로분탕러 피해 떠도는 '루리난민'

루리웹 또한 갈등과 불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루리웹의 시초는 개인 사이트였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성격을 갖춰나가는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유저들 중심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와 댓글을 통한 의사소통이 커뮤니티 운영진에 의해 제한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유저들의 의견수렴 없이 유저의 참여 기능을 퇴화시키고 비디오게임계의 포탈로서의 기능만 부각하려는 운영진들의 행태에 유저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문제적 유저들로 인한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분쟁을 조장하는 '프로분탕러'들, '내부총질러'들은 어딜 가도 있었고 루리웹 역시 잦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게시글에 골머리를 앓았다.

베스트 게시글로 올라가기 위해 유행성 드립이나 섹드립이 판치는 게시글이 운영진의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활개를 쳤다. 결국, 2012년 운영자가 직접 분쟁 조장 글에 대한 단속 강화를 공지했지만, 여전히 효용성에는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한다. 결국, 루리웹을 떠나 다른 게임 커뮤니티로 갈아타는 '루리난민' 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현재는 루리웹 유저의 참여 정도가 많이 퇴화한 것으로 이야기된다. 당장 게시글이나 댓글 수를 보아도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정작용의 수준=커뮤니티 밖 세상 민주주의의 수준

그렇다면 루리웹의 지금 모습은 적극적인 자정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휴전 같은 것일까. 지금의 루리웹에 대한 유저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기자는 한 루리웹 유저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대전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배은열 씨는 루리웹을 3년가량 눈팅 했다. 예전부터 게임을 즐겼고 특히 루리웹 갤러리 중에서 닌텐도 3DS 갤러리를 집중적으로 참고했다. 그는 "게임 관련 정보나 공략 도움말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된다"라며 "실제 구매하는 데 많이 참고한다. 특히 최근 구매에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말을 전했다.

배 씨에게 루리웹의 자정작용에 관해 물었다. 그는 먼저 "자정작용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이냐"라고 되물었다. '내부 규칙을 준수하려는 유저들의 노력'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취향의 폭과 그 취향을 표현하는 데 있어 현실보다 제약이 적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의 각개전투는 당연한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성숙한 혹은 미성숙한 커뮤니티라는 것이 별개로 존재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image 대학생 배은열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정작용을 '내부 규칙을 준수하려는 유저들의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사진=루리웹 웹사이트 캡쳐

배은열 씨의 생각은 이렇다. "자정작용이란 본디 대중의 것, 그러니까 커뮤니티로 치면 유저들의 것이다. 게임도 커뮤니티로 현실의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결국, 다수의 욕망대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이용자들의 결정대로 관리자가 움직일 것이고 관리자가 이에 반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걸 자정작용이라 봄 직하고 그런 관점에서 자정작용은 커뮤니티 내에서 있을 수밖에 없고 항상 있었다."

배 씨의 관점에서 볼 때, 커뮤니티는 태생적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현실에서의 지위나 처지를 떼고 만나는 인터넷 커뮤니티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결코 상대가 나보다 잘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게임을 주제로 한 대화라면 더더욱.

두말하면 잔소리라지만 그 잔소리가 바로 자정작용인 셈이다.

다툼도 일종의 자정작용이고 자정작용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이라면, 결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소통과 원만한 합의 노력 또한 우리 사회의 대화 수준과 같이 갈 것이라는 생각.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바라보는 하나의 인사이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커뮤니티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다. 장소의 성격은 그 구성원이 결정하고 사람은 커뮤니티에서 정체성을 형성해나가기도 하지만 커뮤니티를 바꿔나가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커뮤니티 내부만의 문제인지는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