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취·부

[디퍼스] 사회초년생, 없는 살림에 무슨 적금이냐고?

독자 fasti_nation 님이 주문한 기사 "사회초년생은 적금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D Deepr 2017년 07월 14일

이 글은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이하 디·취·부)를 통해 공모를 받아 영 뉴스 크리에이터 디퍼스 정수아 님이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독자 fasti_nation님께서는 디·취·부 설문지에 "사회초년생은 적금을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라고 취재 요청을 보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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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지현 씨(21세)는 고민이 많습니다.
졸업하기 전엔 반드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턱 없이 모자란 자금에 한숨부터 나옵니다. 그저 성인이 되면 마음껏 돈을 벌고 쓸 수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
분명 월급을 받은 날은 통통함을 자랑했던 통장이 언제 이렇게 홀쭉해져 ‘텅장’이 되어있는 걸까요?

갓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이민정 씨(25세)는 처음으로 받아든 월급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저축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줄곧 경제에 별 관심도 없었던 데다가 실질적인 금융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으니 인터넷으로 알아보려고 해도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입니다.

이들의 고민은 마냥 팔짱 끼고 바라만 볼 수 있는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국의 경우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만 10세부터 의무적으로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Child Trust Fund)’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어렸을 때부터 경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청년들은 성인이 되고 돈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탓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떻게 돈을 쓰고 모으는 것인지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들어선 이들에게 ‘적금’은 단지 들어본 적 있는 경제 용어 중 하나로 막연하게만 다가올 뿐입니다.

교환학생이나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대학생, 자가용차 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있는 직장인, 결혼 자금을 지금부터 모으려고 하는 이들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돈을 모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 분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서기수 인카금융 자산관리센터장(이하 서 센터장), 윤완식 프라이빗재무설계 대표(이하 윤 대표),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이하 천 연구원) 3인이 전하는 적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부터 저축에 서툰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생생한 조언까지 모두 살펴보겠습니다.

image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천눈이 연구원, 윤완식 대표, 서기수 센터장 사진=정수아, 윤완식

Q. 적금, 정확히 무엇인가요? 대체 뭐가 좋은 거죠?

서 센터장: 적금은 은행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상품이자 무위험 자산의 대표적인 예이죠.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은 그 돈으로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아 그 일부를 우리에게 돌려줍니다. 이러한 적금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손실이 없도록 보호 받지만, 낮은 금리에 비해 높은 물가를 감안하면 재테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질 이자율은 1% 남짓인 데에 반해 물가상승률은 3%대에 육박하기 때문이죠.

천 연구원: 적금은 돈을 모으는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리 잡히면 나중에 투자도 할 수 있고 경제생활의 첫 걸음이 되니까요. 사회초년생들에게 돈 모으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사실상 금리가 매우 낮고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재테크로서 의미는 없지만 목적과 기간을 두고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윤 대표: 돈을 쌓는 과정으로서 적금은 구속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금의 양을 키우는 행위입니다. 구속력 없이 그냥저냥 모으는 돈은 언제든 써버릴 수 있고 단지 소비를 위한 돈에 불과하게 되지만, 적금 만기 때 큰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목표에 맞춰서 모으게 되면 그 돈은 자산 증식에 기여할 수 있죠.

Q.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을 짜고 관리해야 할까요?

윤 대표: 간결하고 구체적이면서 명확하게 계획을 설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6년동안 결혼 자금을 위해 3천만원을 만들겠다’ 또는 ‘졸업하자마자 3년 안에 할부 없이 어떤 차를 살 것이다’와 같은 계획은 기간과 가격을 설정하게 되고 상품은 자연스레 정해지죠. 소득 및 지출을 관리하는 것에 있어서 항목별로 권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image 윤완식 대표의 월 소득 대비 권장 지출 항목 분류 (1인 가구 20대 직장인 기준). 표=정수아

천 연구원: 얼마만큼을 저축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월급의 50%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 등의 지출로 나가기 때문에 나머지 50%는 저축을 해야 합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저축 비율이 낮아지는데, 20대 직장인 기준 적정한 비율은 50%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 센터장: 금융 상품은 적립식(달마다 조금씩 넣어 목돈을 만드는 방법), 거치식(목돈을 맡기는 방법), 입출금식(별도의 만기 없이 자유롭게 넣고 찾아 쓰는 방법)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30~40%를 정기 적금에 넣고, 30~40%는 리스크가 있지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을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출동준비자금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Q. 기존의 적금 상품들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 센터장: 각 은행마다 이름이 다를 뿐이지 적금은 하나의 정형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이자율에 주목하면 됩니다. 은행연합회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모든 은행 상품의 금리를 비교 조회하고 새로 나온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금리가 높은 것을 찾고 현재 본인이 거래하는 은행의 상품에 가입해 주거래 은행을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image 사진=은행연합회 홈페이지 은행금리비교

천 연구원: 월 소득이 일정한 직장인 분들은 정기 적금으로 하시면 됩니다. 창업을 하시는 경우 사업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월급이 불규칙하니 자유 적금을 통해 금액을 조금씩 변경하면서라도 저축하는 게 좋겠죠. 또한 정부에서 적은 월급의 사회초년생들을 위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제도가 있으니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image 사진=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

image 사진=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윤 대표: 단돈 10만원이라도 반복적으로 습관화될 수 있도록 일반 적립식 적금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일반 시중은행 중 내가 관리하거나 접근하기 용이한 곳으로 가입하는 것을 권해주고 싶습니다. 어느 곳이 금리가 더 높다고 무조건 멀리까지 찾아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몇 백 원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교통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비합리적일 수도 있거든요.

Q. 특별히 추천해주실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천 연구원: 저축한 금액을 5년 이후에 써도 무방하다면 1년 만기보다는 4년 또는 5년 만기로 기간을 전략적으로 늘리는 것도 이자를 더 많이 받는 방법입니다. 금리가 1% 내외로 비슷하기 때문에 절세할 수 있는 쪽으로 단위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같은 곳을 고려하는 것도 좋아요. 짧은 시기엔 적금이 맞지만, 장기적으로 10년 이후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는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서 센터장: 지금 돈이 없다고 미루기보다는 5만원이나 10만원이라도 좋으니 발을 담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저축 도중 돈이 필요해 중도해지를 할 수 있는 경우를 감안한다면 통장을 두 세 개로 쪼개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엔 굳이 창구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적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요. 같은 적금이라도 인터넷 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으로 가입하는 게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이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image 사진=스마트폰 뱅킹 어플 적금 상품 가입 화면 (좌 우리은행, 우 국민은행)

윤 대표: 현재 ‘케이뱅크’나 곧 출시될 ‘카카오뱅크’처럼 지점이 없는 인터넷 은행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비교적 금리가 높으니 권하는 바입니다. 점포도 없고 부수적인 업무가 없는 까닭에 비용적인 면에서 접근 금리가 더 높은 거예요.

image 사진=인터넷 은행 ‘케이뱅크’ 어플 적금 상품 가입 화면

Q.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윤 대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너무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기 때문에 재테크 상식의 오류에 빠질 필요가 없거든요. 그리고 보험설계사나 은행 창구직원의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하기보다는 좀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나 컨설턴트를 찾는 것도 좋습니다. 일반 은행에서 적금처럼 보이는 보험 상품 ‘방카슈랑스’ 같은 것들도 있으니 잘 모르는 것은 당장 가입을 결정해선 안 됩니다.

천 연구원: 일전에 ‘2011년 저축은행 사태(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24곳 이상의 저축은행이 퇴출된 사건)’처럼 제2금융권은 파산을 하게 되면 제도의 울타리가 없어 위험하긴 하지만, 워낙 시중 금리가 낮다보니 6개월 또는 1년처럼 기간을 짧게 설정해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법적으로 5천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기는 하나, 실제 파산했을 경우 돈을 언제 돌려받을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합니다.

서 센터장: 처음 적금을 가입할 때 터무니없이 의욕만 앞서서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월납 금액으로 하기 보다는 현재 수입을 고려해 만기까지 꾸준히 갈 수 있는 금액으로 설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플랜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목적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Q. 돈 관리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서 센터장: 금리가 10~20%대였던 과거와 달리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듯이 적금만으로는 큰 목돈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어요. 아무래도 적금은 물가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선 투자로 발을 넓혀 도전의식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 연구원: 저축을 하면서도 적절한 투자에 대한 트레이닝과 공부를 병행해야 합니다. 월 소득의 최소 10%라도 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펀드나 주식을 하기보다는, 정부가 보증하거나 원금을 보장해주는 안전한 투자권으로 시작해보는 게 좋겠죠.

윤 대표: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채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정도를 ‘지출 가능성’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통제력을 키우고 지출 가능성을 바꾸는 데는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부자란 자신이 무언가 하고 싶을 때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당장 내가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하기 어려운 거죠. 앞으로를 좀더 멀리 내다보고 희망을 갖고 움직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