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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1) 미국의 대통령 탄핵 절차

과연 트럼프는 정말로 탄핵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상현 2017년 07월 17일

네 번째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 많은 독자께서 취재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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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djcola814 님은 "도널드 트럼프의 탄핵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미국 정국과 청문회 상황, 그리고 탄핵됐을 시 후에 흘러갈 정국의 흐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라고 취재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에 취재 요청해 주신 모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_Deep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 한 달 만에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어 민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언제든지 탄핵될 수 있다는 선례가 된 것도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는 정말로 탄핵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취임 후 반 년이 지난 지금에도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온갖 의혹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집권 후 첫 100일 동안 지지율이 한 번도 50% 위로 올라가지 못한 첫 미국 대통령이고, 7월 현재 지지율이 38%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그의 국정수행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든다. (참고로, 이 시점에서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평균 53%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최후에서도 확인했듯, 단순히 의혹과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탄핵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복잡한 정치적, 법률적 절차를 필요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과연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를 탄핵할 수 있을까? 앞으로 세 편의 글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해보기로 한다.


먼저 미국의 대통령 탄핵절차를 살펴보자. 다소 지루해보이는 절차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탄핵과 impeachment는 구분해야

미국의 절차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한국은 우선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최종 인용은 헌법재판관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종 판결은 미국 최상위 법원인 대법원(Supreme Court)이 내리지 않고 의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 언뜻 한국보다 간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여기에서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탄핵(彈劾)이라고 할 때는 소추해서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행위나 제도를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지만, 미국에서 탄핵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impeach라는 단어는 기소, 혹은 고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무원이 재임 중에 저지를 범죄를 법이 요구하는 법정(tribunal)에 고발하는 것이 impeachment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탄핵의 인용’이라는 표현으로 고소절차와 구분하고, 그 결과로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되지만, 영어표현의 impeach와 탄핵은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즉, 엄밀하게 말하면 impeach는 탄핵이 아니라 탄핵소추인 것이다.

하원과 상원의 역할분담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미국에서 대통령의 탄핵절차는 하원에서 기소하고, 상원에서 재판을 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하원에서 과반수가 대통령의 범죄가 심각해서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투표하면 대통령은 기소가 되는 것이고, 이것을 두고 대통령이 "impeach되었다"고 부른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탄핵되었다”고 번역할 수는 없고, 탄핵소추되었다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탄핵소추되면 탄핵안은 상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과 달리 인구 숫자와 상관없이 각 주별로 의원 2명이 배정되기 때문에 상원의 구성원은 100명이다. 평소에는 부통령이 의장을 겸임하지만, 대통령의 탄핵안을 다룰 때는 대법원장이 주재(preside)하게 된다.

대통령을 기소한 하원에서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의원들을 보내 검찰 혹은 고소인의 역할을 수행하고, 대통령은 파면을 막기 위해 변호사들을 선임해서 변호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상원은 하나의 재판장으로 변한다. 하지만 최종판결은 판사(대법원장)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원의원들의 표결에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100명의 배심원들을 상대로 한 싸움이다.

따라서 한국의 절차보다는 좀 더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형식적으로는 법정싸움에 가까운 것이 미국의 대통령 탄핵이다.

어떤 범죄가 탄핵감일까?

대통령과 경쟁하는 권력기관인 의회의 투표로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판단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를 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범죄사실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법이 규정하는 탄핵소추가 가능한 대통령의 범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기에서 미국의 법은 다시 애매해진다. 법에 따르면 “반역죄, 뇌물죄, 그리고 그 밖의 중범죄나 경범죄(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를 저지른 경우 탄핵소추하거나 해임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크고 작은 모든 범죄가 전부 해임의 사유가 되는 것이다. 법이 탄핵의 이유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규정해두었다면, 결국 사안의 결정을 정치적인 영역에 넘긴 것이다.

흔히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할 때는 부정적인 함의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대한 결정을 전부 대법원으로 가져간다면 결국 민의가 반영되는 결정이 아닌, 최고의 권력자가 임명한 소수의 엘리트가 내리는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학자 출신인 버락 오바마가 대표적으로 이런 주장을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판단에 맡겨둘 경우 얼마든지 악용될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하원을 통과해서 상원의 표결까지 갔고, 결국 클린턴은 파면을 면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고 (상원의 판결에만 한 달이 걸렸다) 국정을 희생한 불필요한 정치적인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디·취·부]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2) 러시아를 대통령 선거에 끌어들인 트럼프가 이어집니다.

cover=미국의 상원 (사진: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