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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취·부]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3) 그래서 트럼프는 탄핵될까?

박상현 2017년 07월 25일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1) 미국의 탄핵 절차,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2) 러시아를 대통령 선거에 끌어들인 트럼프에서 이어집니다.


닉슨의 길

트럼프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고, 그래서 탄핵안이 발의되면 닉슨처럼 자진 사퇴를 하는 길을 택하리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트럼프는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 자진 사퇴는 개인의 명예가 아직 중요하던 시기에 “파면된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사퇴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편을 선택하는 결정이다.

하지만 그는 사업가로서의 인생을 파이터로 살아왔고, 짧은 정치 인생을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블루칼라들을 위해 싸운다는 이미지를 사용해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런 그가 닉슨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탄핵안이 상원에까지 올라가도 변호사들을 동원하고, 여론전을 펼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렇게 해서 져서 물러나더라도 자신은 기득권 정치인들과 기성 언론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여생을 마칠 사람이다. 따라서 사퇴는 없다.

소송의 황제

트럼프는 평생 4천 건 이상의 소송에 휘말린 사람이다. 사업을 하면서 무수하게 고소를 당했고, 남을 고소하기도 해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들이 많다) 트럼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바로 소송(lawsuit)이라고들 한다. 이는 단순히 그가 사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소송에 휘말렸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소송을 이용하고, 그렇게 공격적으로 소송을 거는 성격의 사람들을 선호하고 주위에 두기 좋아한다. 그것이 트럼프의 작동방식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업의 수단으로 소송을 거는 것은 흔히 트럼프가 성장한 뉴욕의 문화다. 하지만 워싱턴 D.C.는 전혀 다르다. 두 도시 모두 변호사가 많고, 변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돌아가는 도시이지만, D.C.에서, 즉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소송변호사가 아니다. 그들은 “위험회피(risk-averse)형” 변호사들이다. 그들은 대통령과 의원들(그들 스스로가 변호사 출신인 경우가 많다)이 실수하거나 정치적인 위험에 빠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자문역을 하는 변호사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화의 충돌이 일어난다. 트럼프는 그런 변호사들을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충돌하는 이유는 일단 저지르고 문제가 생기면 싸워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고, 워싱턴 D.C.는 그런 동네가 아니기 때문이다.

앤서니 대 허커비, 뉴욕 대 워싱턴: 문화의 충돌

문화충돌의 예는 지난 주말에도 크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지난주에 새 공보국장(Communications Director)에 앤서니 스카라무치를 임명했는데, 임명하는 과정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그 결정에 결사반대하면서 사임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공석이 된 대변인 자리에 그동안 부대변인으로 있던 새라 허커비 샌더스(대선에 두 번 출마했던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의 딸)를 대변인으로 승진시켰는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허커비 샌더스는 2008년과 2016년 대선 때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보좌하면서 워싱턴의 정치를 배웠다. 남부의 영향도 있는 데다가, 별로 감정을 보이지 않는 건조한 스타일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변인인데, 그의 상관이 된 스카라무치는 뉴욕 금융계에서 큰돈을 번 사람으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필요 이상으로 말을 걸쭉하게 늘어놓는 스타일이다. (첫 번째 기자회견 때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를 사랑한다는 말을 스무 번이나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두 사람을 워싱턴과 뉴욕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상반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신임 대변인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전례를 따르지 않고, 신임 공보국장에게 발표하게 했다. 누구나 자신이 맡은 직책에서 할 일이 정해져 있지만, 흔히 권력의 상층부로 갈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고들 한다. 특히 개인의 충성을 요구하고, 자신과 충돌하거나, 자신보다 언론의 조명을 더 받으면 가차 없이 내치는 트럼프의 백악관에서는 누구나 트럼프와의 거리로 권한의 크기가 결정되는데, 트럼프가 허커비 샌더스의 인사를 직접 발표하지 않고 신임 공보국장에게 시킨 것은 백악관에서 뉴욕 세력 쪽에 무게를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트럼프는 이제 자신의 수사와 그 수사가 궁극적으로 가져올 탄핵에 대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좁혀오는 수사망

트럼프는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인 제프 세션스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세션스는 아무도 트럼프를 진지한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지 않을 때 최초로 공개지지하면서 힘을 실어준 상원의원이었다. 그런데 그가 장관이 된 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세력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전력이 알려지자 자신은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와 관련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의사표명을 하지 않던 트럼프는 며칠 전, “그런 일로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사람이었으면 임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트럼프 특유의 공격을 했다. 이유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뮬러가 수사를 위해 고용한 수사관 중에는 경제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 트럼프가 이제까지 회피해온 세금납부 기록을 뒤질 것이 사실상 분명해졌고, 트럼프는 바짝 긴장하면서 위기를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뮬러의 수사를 막을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이 러시아와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고 팔짱을 끼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는 자신의 변호사들을 동원해서 뮬러 특별검사와 그가 거느린 수사관들을 역으로 조사해서 그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고, 자신과 측근의 범죄가 드러날 경우 사면을 할 수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한다. 그바람에 미국에서는 지난 주 부터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논쟁이 학자들 사이에서 진행 중이다.

유권자의 판단

대통령이 스스로를 사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 황당하다면, 그를 탄핵으로 몰고가는 혐의는 더욱 더 황당하다. 대통령직에 외국인들과 외국 정상들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고, 자신과 관련된 조사를 하는 FBI국장을 해임하고, 국가의 기밀을 적국인 러시아 대사에게 그것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출하고, 아들은 러시아와 비밀 접촉을 하는가 하면, 사위는 러시아와 비밀 접촉을 시도하고도 국가의 일급비밀 취급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해임에서 보았듯이 대통령의 탄핵은 단순한 법적인 결정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이다. 트럼프는 탄핵될 만한 충분한 혐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상 유례가 없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인들 중에서 트럼프가 임기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을 넘는다.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의 의회이고, 그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을 움직이는 것은 유권자인 미국인들이다.

트럼프가 자신을 수사하는 뮬러를 해임하고, 자신과 관련자들을 모두 사면하는 일이 벌어져도, 그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트럼프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의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대표인 니라 탠던이 “만약 트럼프가 뮬러를 해임하면 우리는 거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것이다. 누가 나와 함께 하겠는가?”라고 트윗을 한 것은 사법적인 해석/판단으로 트럼프를 파면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슬레이트의 달리아 리트윅은 “법의 지배는 그것을 위해 싸우려는 의지가 있을 때에만 힘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트럼프의 탄핵을 이루어낸다면 그것은 미국 유권자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낸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트럼프의 전략고문 스티브 배넌이 이끌던 브라이트바트 뉴스를 읽고, 폭스뉴스의 션 헤니티의 주장을 들으면서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은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7월 현재 시점에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할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역사에 절대는 없다.

Cover=2016년 대선 직후 열린 트럼프 반대시위,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