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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데 왜 못 빼나요" 강요되는 결혼식 절차

결국 절충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던 나의 웨딩 다이어리

D Deepr 2017년 09월 20일

최새미 님이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신부님, 그래도 신부대기실을 안 쓸 수는 없어요. 결혼식 날 막 돌아다니는 신부가 세상에 어딨어요? 막상 당일에는 어른들 말씀 듣고 대기실에 앉아 계실 거예요.”

우리나라식 ‘빅웨딩’, 피할 수 없다면 다이어트라도

스몰웨딩은 커녕 ‘빅웨딩’을 하게 됐다. 신랑도, 나도 첫째였다. 우리끼리 밥만 먹기에도 어느 친척까지 어떤 기준으로 부를지 문제가 발생했고, 100명 규모로 식을 치르기에도 친밀한 순서대로 누구는 초대하고 누구는 초대하지 않는 것도 애매했다. 보통 이런 이유로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보는 ‘그 결혼식’을 하게 된다. 더 설득하기 어려워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기엔 귀찮아서, 혹은 그런 방식이 가장 저렴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따라붙는다.

빅웨딩을 하더라도 우리는 절차와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절충키로 했다. 친구들 중 절반은 결혼을 했고, 절반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결혼식 절차를 다 지켜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싸움과 고민을 이어갔지만 정작 당일 행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결혼식 간소화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웨딩 카페에서 ‘공부하며’ 알아야 한다는 수많은 결혼 절차를 다 하는 것보다 적당히 빼고 새로 구성하는 것이 덜 귀찮고 비용도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닥쳐오는 큰 문제들부터 해결하되,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절충적 결혼식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우리의 뜻을 존중해 주신 부모님들이 계셨다.

식장, 드레스, 메이크업, "왜 아무 것도 빼지 못하게 하나요?"

결혼준비 시작부터 어려움이 따랐다. 우선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결혼식장 문제였다. 우리의 경우 결혼식장에 주차장, 본식장, 피로연장만 있으면 됐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모두 신나게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싶어서 신부대기실은 필요가 없었고, 폐백을 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폐백실도 필요가 없었다. 딱 두 가지 조건이었는데, 우리의 예상 하객수를 소화할 수 있는 곳 중 조건에 걸맞은 식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신부님 취향을 맞춰드린다는’ 유명한 식장에 가봤다. 보통 신부대기실에서 본식장, 폐백실, 피로연장에 이르는 동선부터 소개했다. “몇 군데 빼고 싶다”고 얘기하면 ‘돈을 냈으니’ 공간을 전부 써야 한다고 하거나 ‘어른들이 싫어해서’ 신부대기실을 뺄 수 없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 실장님도 있었다. 식장 서 너 군데에 가봤는데 모두 비슷한 반응이었다. 30년 전 우리 엄마 결혼할 적에도 신부대기실이 없었다는데 말이다.

또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고르는 데도 진땀을 뺐다. 야외식인데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끌리는 드레스를 빼고 싶었고, 평소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과한 메이크업도 줄이고 싶었다. 일반 웨딩보다 30~40% 저렴하다는 스몰웨딩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들을 먼저 찾아봤다. 너무 많았다. 스몰웨딩 디렉팅 업체에 문의했다. 결혼식의 모든 과정을 위한 업체 선정을 도와주는 대신 컨설팅 비용이 다소 비싸다. 이렇게 되면 총비용이 일반 결혼식과 비슷하거나 초과할뿐더러 나의 경우 절차상 빼는 것이 많아서 오히려 컨설팅을 받기 모호했다. 결국, 몇 달 앞서 결혼한 친구의 웨딩 플래너에게 연락해 드레스와 메이크업 업체 계약을 진행했다.

플래너를 만나 예상 밖으로 일이 빠르게 잘 풀리던 것도 잠시, 또 원하지 않는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나는 플래너가 보여준 포트폴리오를 보고 길이가 짧은 드레스를 이미 선택해 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웨딩 플래너는“입어 보면 다르"기도 하고“긴 드레스가 갑자기 입고 싶을수도 있”다는 이유로 내게 드레스투어를 꼭 해야한다고 말하며 몇 군데를 예약해 준다. 하루 종일 진행되는 일정이었다.

'이렇게 하려던 게 맞나'

굳이 가야하면 한 군데 업체만 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도, 내 의사와 관계없이 이런저런 추가 절차와 비용이 발생했다. 물론 드레스 투어를 하며 여러 드레스를 입어 보고 고민을 하고 더 좋은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나는 그런게 잘 맞지 않다. 결국 의미 없이 청담동에 몇 번 가야만 했고, 피팅비와 주차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본식에 가까워질수록 ‘이렇게 하려던 게 맞나’라고 생각했다.

특히 웨딩 업체 상담을 받을 때는 부드러운 말투로 절차를 강제하는 경우가 많았다.하지 않으려고 한 절차에 대해 ‘아직도 준비 안했냐'는 말이 들려오면 판단이 흐려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생각하기 싫으니 반쯤 흘려듣고 대충 따라주는 경우도 있었다.

image 본식 때 모습. 야외식장에서, 일반적인 웨딩 드레스보다 길이가 짧은 드레스를 입고 진행했다.

줄인 것과 줄이지 못한 것

우리는 결국 관공서 야외식장을 선택했다. 야외식장의 장점은 공간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필요한 것을 만들고 필요 없는 것을 억지로 사용할 필요도 없다. 출장뷔페 업체를 선정해 필요한 장소만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또 드레스 투어까지 했지만 결국 최종 선택한 드레스는 내가 사진만 보고 마음에 들어했던 드레스였다. 아무렴, 내 체형과 스타일을 내가 모를까.

또 나머지 준비도 마쳤다. 본식 촬영 업체를 선정하고 신랑 예복을 맞췄다. 예물을 대신하여 처음으로 커플링을 맞췄다. 웨딩 카페의 ‘그 결혼식’ 절차를 참고하면 프러포즈, 예단, 웨딩밴드, 예물, 한복, 웨딩 촬영, 슈즈/액세사리, 신랑 구두, 웨딩네일 등을 생략한 셈이다.특히 웨딩촬영은 우리가 사진 찍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셀프촬영으로 대체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버님께서 가보셨던 결혼식에서 신랑신부의 어린시절 사진과 성장과정을 보는 게 뜻깊었다고 의견을 주셔서 전자 액자에 우리 어릴 때 사진을 넣어 친구들이 그려준 그림과 함께 전시했던 것이 다이다.

image 친구가 그려준 그림.

image 웨딩네일을 하지 않아 맨 손톱이었다. 물론, 패디큐어도 마찬가지다.

절차는 줄였지만 수고로움은 늘어났다. 웨딩 업체 사람들은 제공되는 서비스를 왜 다 받지 않으려 하냐고 물었고, 주변 사람들은 다들 하는데 왜 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마 이 절차들을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대부분의 정보와 경험은 이 모든 절차를 더 현명하게 통과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고, 안하려면 매번 변명과 같은 이유를 들어야 했다.

‘하지 않음’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야하는 절차는 본식에 더 많이 있었다. 나는 본식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화촉점화, 단체사진촬영, 폐백, 예물교환식, 답례품 등을 생략했고 가치관적인 측면에서 아빠 손 잡고 입장, 주례, 혼인서약, 부케던지기를 뛰어 넘었다. 본식에 관해서는 2부에 계속 쓰기로 한다.

사진=최새미 제공
cover=Photo by Wesley Tingey on Unsplash Wesley Ting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