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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서울청년주간x디취부] 라이터스의 글파는가게에 놀러오세요

윤지원 2017년 11월 07일

디퍼는 9월 18일, Season 2. Episode 1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 에서 다음과 같은 취재 요청을 받았습니다.
“작가들은 돈을 얼마나 벌고 어떻게 살아갈까요?”
요청을 주신 독자분은 “최영미 시인 호텔 사건, 생활고에 시달리던 작가가 사실상 아사하는 사건 등을 보면서 과연 작가로 '먹고 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투표에 참여해 주신 다른 독자분들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생계 유지가 가능하려면 어느 수준이 되어야 하는가 궁금하다”고 덧붙여주셨습니다.
디퍼는 2017서울청년주간에 공동 취재단으로 참가하면서 여러 작가, 예술가, 콘텐츠 창작가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동료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에 기뻐하면서도 어떻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삶을 영위하면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각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디퍼는 그 중, 작가들이 모인 한 부스를 눈여겨보았고 2017서울청년주간이 끝난 이후에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디·취·부〉 기사가 한 작가가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얼마를 벌으라고 수치를 제공해주는 '해답'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생계를 고민하면서도 기존의 통로와 다른 길을 실험 중인 〈글파는 가게〉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어진 '먹고 사는 법'을 벗어난 새로운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2017서울청년주간에서 만난 예술 활동가 문문 씨는 오랜만에 본 다른 활동가들과 이 말로 인사를 나눴다. “요즘 뭐 해서 먹고 살아?”

문문 씨가 속해있는 창작집단 3355는 뜻이 맞는 장르 예술가들이 모여 각종 캠페인과 운동을 하는 조직이다. 이들은 3355의 활동 외에 노동으로 각자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예술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뒷받침해줄 다른 생산성 있는 노동이 요구된다는 거다. 문문 씨는 "그러다보니 우리끼리 만날 때 첫마디가 이렇다”고 설명했다.

문문 씨가 있는 부스를 왼쪽에 두고 쭉 걸어나오다 마주치는 사거리에서 몸을 틀었다. 한 부스에서는 글 팔아 돈 버는 일이 한창이었다. 한 시민은 '돈 내는 건 줄 몰랐다'고 하며 계산대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라이터스〈글파는 가게〉다.

image 사진=김민관

라이터스는 김민관 씨가 2012년에 만든 페이스북 기반 작가 모임이다. 민관 씨는 단편 모음집 〈슈퍼맨 로망스〉를 출간한 적 있는 5년차 전업 작가다. 첫 쇄에서 천 권을 찍었다. 신인 작가인 민관 씨는 인세 10%가 적용된다. 누군가 한 권을 사가면 민관 씨에게 천 이백 원이 들어온다. 1쇄는 일 년에 걸쳐서 팔렸다. 일 년 동안 천 권을 팔자 민관 씨에겐 120만원이 돌아왔다. 연봉 120만원, 월급으로 치자면 10만원인 셈이다. 리디북스 사이트는 저자 소개에서 다음과 같이 그를 소개한다.

“평생 소설을 짓고 싶다.
많은 글을 썼다. 소설로 밥 먹고 살고 싶다.”

내가 글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글파는 가게〉에 작가로 참여한 허상범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꿔왔다. 상범 씨가 어렸을 때 학교에 어떤 친구가 전세계 10대들의 밤을 앗아간 〈해리포터〉를 학교에 가져와 일어나지도 않고 하루종일 읽더란다. 노는 걸 좋아해 책은 펼치지도 않던 그 친구가 이후 독서광이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범 씨는 글쓰기가 가진 힘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와서 일이다. 당시 상범 씨가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매주 제일 잘 쓴 사연 두 개를 경합에 붙이고, 청취자들이 문자투표로 우열을 가리는 코너를 진행했다. 200표 차이로 가뿐하게 상대 사연을 눌러버린 상범 씨는 상품으로 홈시어터를 받았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글 쓰는 거로 돈을 벌어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번 그 생각에 사로잡힌 이후로 혼자 꾸준히 습작과 창작을 계속해 왔다. “알바도 아닌 알바로 용돈벌이를 어느 정도”하면서 상범 씨는 작년에 미스터리 단편소설 공모전에도 당선이 돼 전자책을 출간했다.

민관 씨는 개인적으로 있었던 힘든 시기에 폐인처럼 생활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방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 유일하게 집중이 잘 됐다. 친구들이 글을 읽고 재미있어 해 줬고, 그 즈음 상도 받았다. 민관 씨가 받은 상인 최우수상은 상금 150만 원이었다. 글로 돈을 번 첫 경험은 아주 신선한 느낌이라고 기억한다.

전업이 아니라 부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공모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민관 씨는 말했다. 당선 작가에게 몇 백, 몇 천만 원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쟁률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경쟁률이 223대 1이었다. 보통 상금이 걸려 있는 공모전은 반 년이나 1년 단위로 나오는데, 거기에만 목 매고 제출 작품을 준비해야한다. ‘공모전 A에는 이 글을 써서 내야지, 대회 B에는 이 글을 써서 내야지’하는 계획이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민관 씨의 경우 하루에 6시간씩 한 달을 쓰면 300페이지 짜리 한 권의 책 분량이 나온다. 그 원고를 탈고하는 데에는 2개월이 걸린다. 2차 탈고는 3개월이 걸린다. 그렇게 해서 자기 책 한 권을 쓰는 데 보통 반년이 들어간다. 물론, 매일 6시간씩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보장될 경우다.

그렇게 때문에 상당수 작가들이 전업이 아니라 부업을 택한다. “집에는 공무원 준비한다고 하면서 글쓰기를 병행”해 온 상범씨조차도 전업 작가로서의 미래는 자신이 없다. 상범 씨는 “활동 중인 기성 작가분들 중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이든 못 나가는 사람이든 부업이 많다. 전업으로 하기 힘든 걸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글 사러 오세요

〈글파는 가게〉는 이름 그대로 글을 판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작가의 노동이 올바른 값을 받지 못한 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창작자에게 제 값을 보장하라!' 같은 운동에서 비롯된 줄 알았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글파는 가게〉는 말 그대로 가게였다.

“라이터스를 만들 때부터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아이디어에요. 가게가 있고, 그 가게 안에 작가들이 쭉 앉아 있고, 사람들이 와서 쓴 글을 바로 바로 사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했어요. 원래는 과일가게처럼 1층에 매대가 있는 시장터같은 이미지를 꿈꿨죠. 메뉴에 있는 글을 손님이 주문하고, 글이 준비되면 진동벨이 울려서 받으러 오는 … … 파리바게트나 스타벅스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2017서울청년주간에서의 부스는 〈글파는 가게〉의 베타 버전인 셈이다. 메뉴판에 작가 이름과 작가가 주로 쓰는 글의 컨셉이 적혀 있다. 그것을 보고 부스를 찾아온 시민이 작가를 선택하면, 시민과 작가는 짧은 대화를 나눈다. 인터뷰, 탐색, 혹은 분석의 시간을 갖고 민관 씨의 아는 동생이 공수해다 준 드립커피가 준비되는 동안 작가는 손님에게 즉석으로 글을 써 준다. 주로 시를 쓰는 상범 씨는 ‘즉석에서 즉시(詩) 써드립니다’ 라는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다

image 사진=김민관.

“길을 걷다 보면, 있는 돈 가지고는 먹을 것 밖에 못 사요. (그러한) 자본주의의 모습에서 벗어나 돈이 있으면 문화를 살 수 있다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 절박함에서 비롯된거죠. 저는 전업 작가라 생계 유지가 좀 힘들기도 하고요. 그러나 꼭 돈을 버는 창구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살면서 문화 공간에 대한 생각과 필요가 절실했거든요.”

작가들의 주 수입원은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가들이 받는 강연료나 판권료,지원금,심사료 등은 부수입원이다.) 즉 작가가 자신의 글을 재화로 바꿀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며,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민관 씨의 문화공간은 작가와 독자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다.

라이터스 페이스북 페이지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운영 중이다.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공개된 공간에 올리는 평가받는 느슨한 장소가 아니다. 요일제를 도입해서 각 요일마다 작가들을 배치했다. 요일별로 다른 느낌의 글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라이터스 페이지를 찾는 독자들이 마치 웹툰을 읽듯이 요일에 따라 작가별로 팬층이 형성될 수 있다.

4천원, 그 중 글 값이 1천원이었다

2017서울청년주간 부스에서 책정한 금액은 4천원. 그 자리에서 글을 써내는 것도 충분히 힘들게 들렸는데, 가격은 예상보다도 더 적었다. 4천원 중에서 3천원은 커피 원두 값이었고, 작가들의 창작 비용에 천 원이 매겨졌다. 하지만 행사 현장에서 손지성 라이터스 작가는 ‘아직 많은 분들이 가격 얘기를 꺼내면 둘러보고 오겠다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100장의 종이를 준비해 갔는데 그 중 65장이 팔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민관 씨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참여했다가 계산대에서 ‘돈 받는 부스인지 몰랐어요’라고 말한 사람이 스무 명에서 서른 명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image 우편발송과 지금수령의 구분을 둔 것이 보인다. 사진=김민관

“작가들에게 창작비용은 천 원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독자(시민)분들과 인식의 흐름을 맞춰야하니까 차츰 올려나갈 생각이에요. 사실 현장에서 돈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분들은 없었어요. 근데 글을 판다는 우리 부스의 컨셉 자체를 이해 못하는 분들은 계시더라고요. 특히 어르신분들이 그랬어요. 우리로서는 쉽게 한다고 한건데, (기존에 없던 형식이니) 난해할 수도 있긴 하겠다 싶었어요.”

민관 씨의 아버지도 부스에 오셨다. 최근에 양봉업을 시작하고 싶으시다던 아버지는 ‘이거 하면 (홍보)글 좀 써줄 수 있냐’고 하셨더란다. 민관 씨는 그래서 〈글파는 가게〉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생각한다. 아직 ‘(책도 아니고)글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어색한 사람에게는 그가 필요로 하는 글을 써주면 되는 것이다.

타로점 보듯, 상담하듯

베타 테스트를 거친 라이터스의 〈글파는 가게〉는 11월 9일 이후로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쉐어하우스·코워킹 복합 문화 공간인 로컬스티치에 2개월 간 자리를 마련했다. 현재까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예약을 받고, 한 시간 당 만 원을 내고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진 뒤 다음 날 글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형식으로 짤 계획이라고 한다. 독자 인터뷰는 〈글파는 가게〉의 필수적인 단계다.

“유명한 작가들은 돈을 주고 사람들이 글을 사지만, 지금 우리의 단계에선 작가들이 독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자님이 하시는 취재나 라이터스가 하는 인터뷰도 다 소통이죠. 미국에 댄헐리라는 작가가 있어요. 이 사람은 낚싯대 의자와 테이블 하나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아무데나 앉아서 사람들과 대화해요. 이야기 나눈걸 바탕으로 60초만에 소설을 써낸대요. 지금은 '60초 소설가'로 유명해져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어요. 그 사람이 처음에 2달러에 글을 팔았대요. 3천원도 안되는 돈이죠.”

image 로컬스티치 4층 전경. 사진=김민관

"만약 제가 기자님과 마주앉아 대화한다면, 먼저 기자님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할거에요. 저는 일상 속의 판타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 기자님은 디퍼에서 일하시니까 갑자기 땅을 파내려가서 일어나는 판타지 소설을 써 드릴 것 같아요. 거기서 만나는 두더지와 대화를 한다든가 하는 내용이요.”

듣다 보니 〈글파는 가게〉는 가게보다도 상담이나 타로숍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아마 〈글파는 가게〉에서 우편으로 배달될 글은 작가가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원하는 글, 독자의 삶에 기반 한 글, 그리고 독자가 주인공인 글일 것이기 때문이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2013)〉 저자 웬디 웰치는 버지니아 주 와이즈 카운티에서 헌책방을 운영한다. 그는 대형 서점과 최저가를 내세우는 온라인숍이 범람하는 시대에서도 작은 서점 주인들이 살아남고,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들(손님)이 논하고 싶어 하는 작품은 그들 자신에게 새겨진 이야기, 자기 안에 기록된 이야기,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다. 그들은 유명 문학작품의 위대한 주제가 아닌 자기 삶의 위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중략)그들이 탐구하고 설명하고 의문을 갖는 대상은 작품을 써가는 과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_〈빅스톤갭의 작은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