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내 공간에서 나는] 가족을 선택했고, 나를 나타낼 수 있다

초보 집사, 자취 새내기의 내 집 이야기

윤지원 2017년 12월 01일

내 공간에서 나는 [     ]프로젝트는
✔️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 실제로 혼자 살고 나니 이전과는 달리 무엇을 새로 할 수 있게 되던가요?
자취하고 싶으신 분, 이번에 독립을 시작하신 분, 홀로 살기를 오래 하신 분들에게 ‘내 공간’에 대한 사연을 받아 일러스트와 함께 연재됩니다. 집을 숫자와 투기의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분들을 담습니다.

이누리

24살, 4개월 차 초보 집사

내 공간에서 나는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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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부터 혼자살이를 시작하셨나요?

2014년 3월부터 학교 기숙사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일 년 살다가 학교 근처 원룸으로 옮겼고, 작년 10월에 아파트로 왔습니다. 저는 언니랑 남동생이 있는데, 그 둘도 서울로 오게 되면서 부모님께서 삼 남매가 같은 공간에서 살라고 아파트를 마련해 주셨어요.

  • 고양이를 키우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원래도 고양이를 좋아하셨나요?

원룸 앞에 고양이 ‘여름이’가 있었어요. 여름이를 돌보다가 고양이를 좋아하기 시작했죠. 제가 살던 원룸은 반려동물 출입금지였어요. 같이 살기는커녕 집에 데려온다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 했죠. 아파트로 옮기고 나니까 그런 제한이 없어졌어요.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게 가능한 데다, 누가 제게 뭐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부터 키울 생각은 없었고, 임시보호를 해보자고 결심하고 데려온 애가 고양이 ‘호’예요.

  • 행동에 제약이 풀린 거네요?

네. 방 개수 문제도 컸어요. 물론 원룸에서도 잘 키우는 집사분들이 있지만, 저는 방이 하나라면 반려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왔거든요. 고양이는 집 안에 화장실을 들여놔야 하고요. 고양이 키울 때 냄새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질문도 많이 받아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자신만의 영역이 따로 있어요. 공간의 크기가 고양이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저의 경우는 호와 제 사적인 영역이 분리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하시던가요?

저희 부모님의 경우 동물을 집 안에서 키운다는 걸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분들이세요. 어렸을 때 햄스터를 한 번 키운 적이 있는데, 햄스터 키우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B4 종이 두 장을 꽉 채워서 부모님께 편지를 썼을 정도죠. 지금도 본가에 살았다면 절대 못 키웠겠죠.

지금은 제 공간이 생겼고, (취업 전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한 번 맡아서 키워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임보는 보통 두 달 정도, 길면 6개월까지도 키우거든요. 가족으로 들일 거라고는 예상 못 했는데 지금은 가족이 되었네요.

얼마 전에 어머니가 서울에 잠깐 올라오셨는데,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던) 동물이 집 안에 있으니까 싫어하셨어요. 온갖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언니가 천식이 있어서 털 날리는 동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시거든요. 매일 털을 빗겨주고 영양제를 먹이면 된다고 말씀드려도 계속 싫어하시는 거예요. 호가 가까이 가면 싫다고 저리 가라고 하시고. 그럼 저도 속상하죠, 호는 내가 처음으로 선택한 내 가족인데. ‘호 데리고 1년 안에 독립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독립 얘기는 안 꺼내던 딸이 동물 문제 때문에 독립하겠다고 말하니까 그것도 속상하셨나봐요. 그래도 다시 본가로 내려가실 때는 마음이 풀리셔서 ‘호야 잘 있어라, 우리 딸 속썩이지 말고.’ 하면서 가셨어요. 본가에 있는 언니 말로는 호 사진도 보시면서 차츰 익숙해지고 계시대요.

  • 아무래도 조금 급하게 독립 선언을 하신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부담스럽진 않아요?

엄청 부담스럽죠. 다만 지금은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독립하겠다는 전제가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거니까. 생각해둔 형태는 복층 오피스텔이에요.

(인터뷰가 끝난 뒤, 고양이 관련 고민 글이 올라오는 페이스북 그룹의 한 포스팅을 캡쳐해서 보내왔다. ‘고양이 키우며 풀옵션에 자취하는 분들, 고양이가 소파를 뜯는다거나 가구를 긁지 않나요? 걱정되네요.‘라는 내용이었다. 고민 글 등을 보면서 미래 고양이와 같이 살 집에 대한 조건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고 한다.)

  • 그런 생각을 하는 게 결혼과 비슷한 것 같아요.

네, 맞아요. 혼자 살면 원룸이면 돼요. 근데 오늘 아침에도 씻으면서 나중에 독립하면 동물을 들일 수 있는지 조항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방음이 잘 되나 두 가지를 제일 먼저 생각할 것 같아요. 길고양이들을 챙겨줄 때는 그 아이들을 위해서 집을 새로 구해야겠다는 생각까진 못하죠. 근데 지금은 호랑 같이 사니까 집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가능해졌어요. 집 보는 기준이 ‘혼자 사는 나‘에게서 ‘고양이와 같이 사는 나‘로 바뀌었어요. 호는 제 가족이니까요.


김미진

25살, 2개월 차 자취 새내기

내 공간에서 나는 [좋아하는 것들로 집안 곳곳을 조잡하게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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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취를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집이랑 회사가 멀어요. 적어도 두시간은 걸려요. 게다가 버스를 계속 갈아 타야 해서 체력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심해요. 저는 원래 집에서 사는 걸 더 좋아하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독립하게 된 거죠.

  • 독립을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거로 들리네요.

맞아요.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편인데, 나중에는 같이 살고 싶어도 같이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오래 같이 살고 싶었거든요. 혼자 살 때 비해 본가에서 같이 사는 것이 더 편해서이기도 해요. 혼자 살면 쓰레기봉투가 차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사소한 이유도 있고요. 회사 일이 힘들면 가족과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부모님 얼굴을 못 보니까 안 좋죠. 근데 직업 특성상 출퇴근 시간대가 들쭉날쭉해서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을 잡게 됐어요.

  • 집 구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사실 대학교 다닐 때도 자취를 알아본 적이 있어요. 근데 집 구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은 거예요. 마지막 학기여서 '6개월만 참고 다니자’고 포기했죠. 집 구할 때 가격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요. 주변 환경은 어떤지, 소음은 얼마나 심한지, 몇 층인지 등 복잡해서 싫었죠. 지금 있는 곳 역시도 신도시라서 주거공간이 많이 없었어요. 1~2주일 정도는 제가 집 구하기 앱이나 인터넷 검색 등으로 정보를 찾았어요. 집 정보도 정보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더라고요. 실제 가서 보고 계약하는 단계는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이틀 안에 해결되었어요. 이 근방에서 딱 하나 있던 오피스텔이었는데,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옵션이 원룸보다 많아서 돈을 좀 더 내야 하더라도 오피스텔을 택하게 되었어요.

  • 들어보니 집에 있는 시간도 조금 불규칙한 것 같은데, 그래도 집을 꾸미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작년에 1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특히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겼어요. 우리나라는 비슷한 구조와 비슷한 분위기의 아파트에 많이 살잖아요. 근데 외국은 집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집에 투영된다는 거죠.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나서부터 ‘한국에 돌아가서 내 방을 나를 나타내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기념품도 그냥 사지 않고 외국에서 있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인테리어 소품들로 샀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취업 준비생이라 바쁘고 힘들어서 사 왔던 물품들을 활용할 생각을 못 했어요. 기념품들은 그대로 상자 안에 담겨있었죠. 그러다 취업을 했는데 회사에 개인 책상이 생겼어요. 그 파티션을 어떻게 꾸밀지 궁리하던 것이 ‘내 공간을 만들겠다’는 인테리어 작업의 시작이었죠.

월세로 들어왔거든요, 온전한 내 (자가) 집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머무는 동안만큼은 내 공간이고 내 집이니까 집을 통해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자기만족일까요? (웃음) 회사 파티션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 책상을 쓰는 사람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집 꾸미기는 그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공간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꾸며놓는 거죠.

  • 지금 있는 곳도 자기 공간이지만, 본가에도 자기 방은 있잖아요. 그 두 공간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일단 본가에는 피아노가 있어요. 안 친지 오래됐는데 버리지 못하고 두어야했죠. 사실 본가에서 살 때도 꾸미려면 꾸밀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상황 차이인 것 같아요. 부모님 집이라서 내가 원하는 대로 못 꾸몄다기보다도 지쳐있던 취준생이었던 이유가 더 크고요. 살던 집이니까 새롭게 꾸며보자는 마음가짐을 갖는 데까지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잖아요. 공간 꾸미기보다 중요한 다른 일들이 많아서 순위에서 밀린 거죠. 지금도 중요한 다른 일들이 있지만, 짬을 내서 꾸미고 살고 있어요.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서 처음 시작한다는 것이 제게 에너지를 줬던 것 같아요.

  • 인테리어 컨셉은 무엇인가요?

인테리어도 트렌드가 있어요. 요즘은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것 같던데, 저는 유행보다도 누가 봐도 김미진의 집이구나 하는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을 좋아해서 곳곳에 선물 받은 꽃들을 말려서 꽂아놓고, 을 좋아해서 부엌과 (사진의) 선반과 냉장고를 각종 술로 채워나가고 있어요. 여행하면서 사 모은 기념품들이 집안 곳곳에 있는 것은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 걸 보여주죠. 침대 맡에는 야구 사인볼들을, 책상 옆쪽 벽은 제가 좋아하는 그림서들로 꾸미기도 했고요.

누군가는 정신없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내 취향인 것들로 꾸몄을 때 이 공간이 잠시 머무는 장소가 아닌 나만의 공간으로 완성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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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인선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서남권 주거의제 거점공간 조성사업’으로 민달팽이 유니온의 취재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