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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저씨가 퇴근하는 걸 본 적 있나요

[이슈씹어먹기]최저임금 상승과 고용 불안정 사이에 위치한 경비 노동자

윤지원 2017년 12월 25일

겨울철 내리는 눈이 반가운가요? 새벽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고 잠든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서니 그새 경비 아저씨가 한쪽으로 눈을 몰아 치워두셨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배달된 택배는 경비실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습니다. 가끔 새벽에 귀가할 땐 의자에 기대 눈 감고 있는 아저씨를 깨울까 봐 살살 문을 닫습니다. 경비 아저씨는 언제 출근하고 퇴근할까요? 중간에 식사는 어떻게 하고, 휴식은 어떻게 취할까요?

'감단 근로자'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고용노동부가 2016년 10월 발표한 ‘감시·단속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감시·단속직 근로자(일명 ‘감단 근로자’)는 ‘감시업무를 하며 상대적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가 적은 업무나,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뤄져 휴게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뜻합니다.

감단 근로자는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게시간·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호). 또 근로 형태와 노동 강도가 일반 노동자와 달라 최저임금 감액 적용 대상이었는데요, 2007년부터 2014년까지는 경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70~90%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왔습니다. 2014년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15년부터 최저임금을 100% 적용받게 됐습니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아침 6시에 출근해 그다음 날 새벽 6시에 퇴근하는 24시간 2교대의 근무형태를 띱니다. 아파트는 24시간 중 일정 시간을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으로 책정해 나머지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산출합니다.

예를 들어 오전 3시간, 오후 4시간 총 7시간이 휴게시간이라면 일당은 6470원(2017년 기준) x 17시간으로 계산해 109,990원입니다. 민주노총의 실태조사 결과 대부분의 휴게시간은 8~9시간 선이라고 합니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라 2020년 1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2017년 약 161만~176만 원인 경비 노동자 월급은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약 188만~205만 원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8년 8.3%가 최고였습니다. 1년 사이 1060원이 오르는 2018년 인상률은 무려 16.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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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최저임금위원회 발간「임금실태조사보고서」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경비 노동자 인건비 상승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실태조사 결과, 서울의 338개 단지 내에서 감원이 예상되는 비율이 5.9%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전체 경비 노동자가 약 3만 5천 명, 전국 전체 경비 노동자가 약 18만 명인 것에 대입하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실직이 예상되는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수치는 서울 2천 명, 전국 만 명 수준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아파트는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휴게시간 조정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보통 경비 노동자의 휴게시간은 하루 6~11시간입니다. 심하면 하루 12시간까지도 휴게시간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 ‘실질적인 휴게시간’이란 근무초소 외의 독립적인 휴게 공간이 있는지, 휴게시간 동안 자유롭게 쉬고 잠을 잘 수 있는지, 다른 업무를 지시받느라 휴식이 방해받았진 않았는지 등이 기준입니다. 말이 휴게시간이라지만, 초소에 몸이 묶여 있는 한 그 시간만큼은 노동을 한 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휴게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편법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향받을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 방안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편 정부는 총 2조 9천 7백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30인 미만 기업이 지원 기준이지만 최저임금 적용 취약 계층인 공동주택 경비 노동자와 청소 노동자는 그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 대상에 속합니다. 1개월 이상 고용된 월급 19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는 1명 당 월 13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이 사업은 1년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실시됩니다. 게다가 월 급여 190만 원 미만 규정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아파트경비원 고용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모의 시민의회, 지역사회 현안 직접 토론하다

서울 성북구와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는 지난 12월 16일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한 모의 시민의회를 열었습니다. 지난번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공론조사 방식으로 시행했는데, 왜 이번에는 시민의회 방식을 채택한 걸까요?

현행 대통령제를 개편할 것인지, 헌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특정한 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숙의 과정을 거친 일반 시민들의 의견분포를 확인하는 모의 공론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공론조사가 정책결정자들이 논의 결과를 참고해서 실제 정책 결정에 반영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시민의회는 시민이 직접 의회를 구성해서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성북구 모의 시민의회의 경우 관련 조례 등이 만들어지지 않아 시민의회가 도출한 권고안이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의 시민의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직접 지역 현안의 해법을 찾는 시도 역시 참여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풀려면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도 중요합니다. 각 아파트나 동네마다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예상되는 갈등에 관해 토론하고, 의견 차이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합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성북구의 모의 시민의회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변화로 인해 실제 갈등을 겪는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최저임금 상승 지지하나, 경비 노동자 고용안정 입장 엇갈려

모의 시민의회의 진행을 맡은 코리아스픽스는 11일~12일 이틀에 걸쳐 사전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성북구민 88명 중 절반(50.6%)이 아파트 거주민이었고, 37.7%가 주택 거주민이었습니다. 관리소장(10.4%)과 경비 노동자(1.3%)도 참여했습니다.

응답자 69.57%는 2018년 최저임금액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과 감시단속 근로자 기준, 감시단속근로자 제외 수당 등 경비 노동자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응답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아파트 경비원 고용 문제를 시장 논리에 맡기기보다는 고용안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약간 더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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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사 참가자들은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5가지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씩 선택했습니다. ‘아파트 공동 관리비를 절감해 경비 노동자 인건비를 보전한다’가 26%로 제일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고, 그다음으로 ‘3인 2조 근무나 심야·휴일 근무 폐지 등 근무시간을 단축한다’ 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 인건비를 보전한다’가 동률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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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을 인식하고 있으며, 아파트와 경비 노동자 간 합의를 통해 근무 조건을 변경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12월 16일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 안정 방안에 대한 모의 시민의회에서 이뤄진 논의는 경비 노동자 수 줄여서 비용 절감하면 된다? "막상 경비실 비어 있으면 불만 나올 것"]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박수현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취재 지원을 받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