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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이 2만 원씩 모아 만든 서울시장 후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

밀레니얼의 덕업일치 청년정치가 특별편(1)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정인선 2018년 02월 13일

지난 2월 3일 토요일,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출마예정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인근의 한 건물을 찾았다. 낡은 상가 건물 2층 외벽을 따라 테라스 형태로 긴 복도가 덧붙어 있었다. 그중 한 사무실의 반투명 유리창 속으로 접이식 자전거가 놓여 있는 걸 보고 이곳이 오늘공작소 사무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스타트업 ‘오늘공작소’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오늘공작소는 청년들이 모여 ‘공작’을 하며 삶을 모색하는 곳이다. 3D 프린터, 카코바이크 등을 제작하는 ‘메이커’ 집단이다. 동시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펼쳐왔다.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3만 엔 비즈니스’ 실험에서 착안해 각자의 필요에 맞게 재능을 활용해 최저 생활비를 버는 ‘50만 원 프로젝트’, 오래된 빌라를 싸게 빌려 청년과 노인, 빈곤층, 예술가 등 도시의 약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부흥주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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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자의 딸, 주거 문제를 말하다

“솔직히 처음엔 청년 주거문제에만 관심이 있었다. 내가 청년이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 집을 빌린 거니까 내가 사용자, 어떻게 말하면 갑인 건데 오히려 집주인이 갑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껴서 ‘우리가 한 번 싼 집을 찾아 잘 고쳐서 청년이 입주해서 살게 해 보자’ 하고 망원동의 오래된 주택 7~8평짜리 작은 집을 세 채 빌렸다. 친구 불러서 벽 뜯고 보수공사 해서 들어가 살면 되니까.

우리가 공사를 들어간 게 겨울쯤이었는데 어느 날 빈집의 수도가 터지는 일이 있었다. 그 아래층에 할아버지가 한 분 사셨는데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밤새 그 차가운 물을 다 맞고 계셨다. '청년의 문제도 정말 열악하지만, 도시에서 노인 문제, 특히 빈민 노인 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 내가 내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 주거정책을 넘어 진짜 주거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큰 은행에서 얼마 전에 정년퇴직을 하셨고, 어머니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데, 부모님 있는 데선 이런 이야기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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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제 민주주의가 잘 안 돌아간다면 저녁이 없는 삶 때문

녹색당은 2012년에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신지예 씨는 녹색당 창당 멤버다. 남녀 동수대표원칙, 청소년도 정당 활동 가능, 추첨제 민주주의 등. 신 씨는 우연히 들른 홍보 부스에서 녹색당만의 가치가 담긴 강령을 읽고 당원이 됐다. 그리고 얼마 후 서울녹색당의 추첨 대의원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추첨제 민주주의를 한다더니 진짜 추첨제 민주주의를 하는구나 싶었다. 보통 그런 건 정당에서 아무리 그래도 잘 안 지키지 않나. 그런데 추첨 대상자 몇 명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모두 안 하신다고 해서 제게 순서가 넘어왔다는 거다. 아, 그럼 내가 해야겠다 해서 (대의원대회에) 갔다. 그런데 정말 하나하나 설명해 가며 결정 권한을 (대의원인) 내게 주더라. 의장도 가위바위보로 뽑고.”

추첨제 민주주의를 실제로는 안 할 거라고 여겼다는 게 재미있게 들렸다.

“실제로 민주주의가 삶 속에서 작동하는 걸 별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두발자유 운동을 했고, 대안학교에 가서도 청소년 운동을 계속했다. 나름 진보적인 노무현 정권은 두발자'유'가 아닌 두발자'율'을 했다. 한 1cm, 2cm 늘렸나? 그런데 인권적인 측면에서 보면 1cm를 늘리건 10cm를 늘리건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건 똑같지 않나. 자발적으로 교칙을 정하라는 것도 맞는 말일 수 있다. 모든 주체가 모여서 토론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민주주의적 구조가 문화로 자리 잡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학생회는 발언권이 사실상 없었다. 이후 가입해 활동한 민주노동당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도 신 씨와 마찬가지로 녹색당 당원이다. 신 씨처럼 서울녹색당의 추첨 대의원이 되어 2년간 활동해 본 경험이 있다. 모든 사람의 고른 참여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꼈다. 추첨 대의원 제도를 실제로 경험해 본 뒤 신 씨의 생각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정당의 기능이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교육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대부분이 처음 정당의 대의원이 된 분들이었다. 치열하게 토론해서 수정할 건 수정하고. 즉각 즉각 빨리 가동되진 않더라도,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던 당원들에게 (당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와 경험을 줌으로써 이들이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문턱을 계속 열어준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문턱만 열어주는 게 아니라 실제 권한을 준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때부터 당원으로서 효능감을 느꼈다.

추첨제 민주주의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게 문제다. 한국 사회 시스템 자체가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정치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니 추첨제 민주주의가 그런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도 그래서다.”

국회의원 후보에서 지역당 선출직 당직자로

신지예 씨는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 서대문구의원에 출마한 이태영 씨를 도와 선거운동을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신 씨는 당원 투표에서 여성 후보 3인 가운데 3위를 해 비례대표 순번 5번을 받았다.

당시 녹색당은 비례대표 순번 1위 후보가 당선될 경우 2년 뒤 자진사퇴해 비례대표 순번 2위 후보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임기순환제’를 공약했다. 하지만 녹색당의 정당 득표율은 최저기준선인 3%에 미치지 못해(0.76%) 의석을 얻지 못했다. 신 씨는 총선이 끝난 뒤 2016년 9월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에 도전한 뒤 다시 당내 선출직에 도전한 것은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이었을까?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큰 선거에서 누군가가 비례대표 후보로 뛰어 본다는 건 엄청난 경험이다. 녹색당은 춤추고 노래하면서 선거를 정말 재미있게 치렀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당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책을 공부할 수 있고. 당시에 당원들이 선거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십시일반 모았다. 그래서 나는 시간은 썼지만 (다른 당처럼) 내 돈을 들여 선거에 나간 건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고 무슨 일을 해서든 그걸 다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지역 활동을 10년 가까이 해 온 사람으로서 서울에 빈 구석들이 있다고 느꼈다.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선거에 나갔다.”

무모하다고? 누군가는 엘리트 정치에 균열 내야 해

기초의회나 광역의회 의원 또는 (주로 활동해 온) 마포구청장이 아닌 서울시장에 바로 도전하기로 한 이유는 뭘까?

“한국 사회에선 삶의 노선이 늘 위로 향해야 하고, 그 위로 올라가는 발판이 나잇대별로 다르다고 여겨진다. 또 다른 방식의 엘리트주의다.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월세방에 사는 여성이고, 환경∙생태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삶이 진정으로 변화됐으면 하고 바라는 서울시장 후보는 나 말고도 많을 거다. 그런데 그중 나는 회사에 다니지 않아 시간을 비교적 자율적으로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녹색당의 정책에 대해 공부를 조금 더 할 수 있고 직접 뛰어다닐 수 있으니까 나온 것일 뿐, 내가 특출나거나 잘나서 나온 것이 아니다.

엘리트들, 그것도 양복을 입은 40대, 50대 남성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정치가 아니라 20대도, 혹은 여성이나 성소수자도, 그리고 나와 같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정치에 나올 수 있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 20대 국회의원의 83%가 50대 이상이고, 30대는 두 명, 20대는 한 명도 없다. 단단히 문제가 있다. 특정 계층만을 대변하는 국회다. 그런데 실은 이건 매우 오래된 흐름이다. 누군가가 여기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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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혹은 여성 당사자만이 청년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걸까. 누가 됐든 정책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정치인이 더 이롭지 않을까?

“국회는 ‘소우주’이다.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19대 국회의 자료를 보면 국회의원들이 소유한 토지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1.3 배, 에버랜드의 4배였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나도 내 집이 있었다면 주거정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거다. 그리고 내 집으로 투자를 할 수 있었다면 개발 정책에 더 관심이 갔을 것 같다. 유권자들만 보더라도 그게 보이지 않나. 유권자들이 부동산 개발 정책에 열광하는 건 결국 땅값이 올라갈 거란 기대와 연동이 돼 있다. 정치인이라고 다를까?

장애인 정책, 여성 정책 등도 마찬가지다. 청년이라는 걸 딱 구획하고 싶진 않지만, 청년 세대는 새로운 시민의 감각을 가진 세대라고 본다. 최근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서도 40대와 20대의 반응이 판이했다. 40대까지는 국가적 평화를 위해 개개인이 희생할 수 있다고 보지만, 20대는 ‘평화가 걸린 문제일지라도 그건 국가가 아닌 개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완전히 다른 시민적 감각이다. 최근 충청남도에서 인권조례가 폐지되었는데, 만약 충남도의회에 그런 감각을 가진 의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청년 여성이 소수자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녹색당 정책에 찬성하는 서울시민이 3%는 있는지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단위에서 작은 성과나마 내보이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녹색당이 지방의회에 들어오면 이런 변화가 생기는구나’를 더 명확히 알릴 기회 아닐까. 신지예 씨는 “녹색당의 서울시장 선거 도전은 녹색당에게도 실험이지만 진보정치의 실험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녹색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낸 건 승리를 위해서다. 그런데 ‘당선이 곧 승리인가?’라고 물으면 그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당이 선거를 치를 때 꼭 당선만을 승리로 본다고 할 순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목표는 3%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연스럽게 민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게 모두의 예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녹색당은) 매우 큰 차이로 뒤질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진보정당에서도 그렇고 보수정당에서도 그렇고 딱히 선수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어차피 나오더라도 당선이 안 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녹색당이 내놓은 미세먼지 정책이나 도시 개발 정책, 재건축 정책, 주거정책 등은 지난 10년간 바뀌지 않던 걸 한 번에 뛰어넘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거정책은 90년대 이후로 크게 바뀐 적이 한 번도 없다. 차별금지법 역시 10년 동안 통과가 안 됐다. 낙태 비범죄화도 그렇다. 이런 걸 한 번에 다 바꿔 보자는 데에 찬성하는 사람이 과연 서울에 3%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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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가 시장이 되면 서울시는 어떻게 달라질까?

“거대 도시 서울 안에서 개인의 삶에 주목해 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20대 청년 혹은 60, 70대 노인들이 생활을 위해 서울 안에서도 굉장히 먼 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문제라거나, 주거 문제, 소득 문제, 환경∙생태 문제, 공기의 질 문제 등을 모두 건드릴 것이다. 또 그동안 녹색당이 캐치해 온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내 입을 통해 할 것이고, 정책 또한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서울시장 혹은 자치단체장이 바꿀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헌법이나 법을 건드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책을 잘 만드는 행정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성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은 모두 법을 건드리지 않고는 바꿀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녹색당의 서울시장, 제주도지사 등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나와 각 지역의 행정적 문제도 이야기하지만 전국적 문제도 함께 이야기해 보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

녹색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그중에서도 청년 후보들에겐 기존의 선거제도가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후보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탁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선거에 나가려면 3억 원, 국회의원은 1500만 원,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각각 5000만 원과 1000만 원, 광역의회 의원과 기초의회 의원은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을 기탁금으로 내야 한다.

신지예 씨는 지난 2월 5일,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와 함께 “고액 기탁금이 보통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5000만 원은 일반적인 청년은 꿈도 못 꾸는 금액이다. 버니 샌더스가 지난 미국 대선 때 ‘27달러의 기적’을 이뤘다. 약 250만 명으로부터 소액 모금을 했는데 1인당 평균 기부액이 27달러였다. 금권정치가 힘을 발휘하는 미국에서 샌더스는 시민의 힘으로 정치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녹색당도 ‘만원입니다’ 모금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자기 자신을 위해 써 온 세금이 몇조 단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만져 본 적도 없는, 상상할 수도 없는 단위다. 그 속에서 만 원은 별 의미를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 원은 밥 한 끼보다 좀 더 큰돈이고,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손을 다 데 가며 일해야 벌 수 있는 한 시간의 임금보다 많은 돈이다. 나는 이 1만 원의 의미가 개인에게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녹색당은 한 번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만 원씩을 모아 보자고 당원들에게 제안했다. ’1만 원이면 임신중절을 경험했거나 앞둔 여성들의 심신 건강 상담을 서울 전 지역 보건소에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정책적 메시지를 담아 모금 캠페인을 계속해 보려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 열흘 뒤인 2월 13일, 12일 동안 진행한 ‘만원입니다’ 모금 캠페인이 전체 모금액 2100만 원을 달성해 마무리됐다. 1002 명의 당원과 지지자가 평균 2만 990원씩을 선뜻 내밀었다. 녹색당과 신지예 씨를 서울시로, 각급 지방자치단체로 보내기 위한 열망은 어떤 성과를 낳을까.